"삼성, 기아차 인수 위해 강경식에 뇌물 제공"

노회찬 "홍석현ㆍ이학수 '3개 내지 5개' 뇌물 제공협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1997년 4월경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안기부 보고서'와 '삼성 보고서' 등을 공개하며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위해 강경식 전 부총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앞서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삼성은 1997년 기아차 인수를 목적으로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는 물론 당시 대선후보들에게까지 뇌물을 제공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1997년 3월과 4월에 작성된 삼성의 보고서는 "전략사업 분야(자동차 등) 유력업체 인수를 위하여 정부와의 공고한 공조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며 "기아차가 장기적 발전 가능성이 없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노 의원은 "1997년 4월에 작성된 안기부 문건을 보면 홍석현, 이학수는 당시 경제부총리 강경식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하며 '3개에서 5개 정도'의 뇌물을 제공했고, 기아 문제를 언급하며 이건희의 지시로 정치자금을 받은 당시 대선후보로부터 '삼성에서 좋은 안을 마련하면 나도 도와주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이 공개한 안기부 문건을 보면 1997년 4월에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내 생각으로는 강 부총리에게도 인사 좀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고,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그럼요! 그 쪽과 관계가 있든 없든 간에 해야지요. 3개에서 5개 정도 주시지요. 그 양반은 사실 내가 결정적으로 밀어줬거든요"라고 대화를 나눈 것으로 기록돼 있다.

노 의원은 "강경식 전 부총리의 경우 '삼성자동차 부산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진언하는 등 친 삼성 활동을 벌이다가 경제부총리로 임명되어 기아차가 부도처리될 때 채권단의 자금지원 주장과 달리 매각을 고집했던 사람"이라며 "강경식과 홍석현은 재무부 장관과 비서관(1983년 3~10월), 청와대 비서실장과 보좌관(1983년 10월~1985년 2월)이라는 관계도 있었지만 '3개에서 5개'의 뇌물로도 맺어진 관계이며, 강경식은 당시 기아문제 해결의 핵심 라인에 있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그를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