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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는 한나라당의 전유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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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자유민주주의'는 한나라당의 전유물 아니다

<기자의 눈> 한나라당의 '신종 색깔공세' 유감

29일 광주고검 산하 지검, 지청들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장. 홍석조 고검장의 '떡값' 의혹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던 중에 한나라당 의원 한 명이 '색다른' 질문을 했다.

"전주지검장! 전주지검 업무현황 보고서의 '주요 업무 추진실적'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관한 것이 없어요. 전주지검은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보죠?"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는 어디로 갔나?"**

사실 이날 함께 국정감사를 받은 제주지검의 '역점 시책 추진상황'에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수호'가 1번으로 올라 있고 국가보안법 위반사범 단속 결과도 제시돼 있었으나, 전주지검의 '주요 업무 추진실적'에는 '1.부정부패사범 척결 2.민생침해사범 중점 단속 3.도민과 함께 하는 검찰 4.친절운동의 내실화'가 적혀 있을 뿐 문제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없었다.

이복태 전주지검장은 이같은 '지적'에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항상 최우선적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주요 업무에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생과 지역특색에 맞게 도민을 우선한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해명했다.

<사진> 지검장들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역점 시책에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왜 빠져 있냐"는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을 듣게 되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 않았다.

27일 열린 서울고검 산하 재경 지검 및 수원, 의정부, 인천, 춘천 지검에 대한 국정감사. 'X파일 수사'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대부분의 지검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제1의 역점 추진시책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서울 남부, 북부, 서부 및 의정부 지검은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역점 추진시책에서 빠진 이유가 뭐냐? 차례대로 답변해보라"고 느닷없이 따졌다.

이에 남부 지검장과 의정부 지검장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검찰 본연의 임무로 당연히 내세울 모토이지만 지역의 특색에 맞춰 중요한 현안을 강조하다 보니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고, 서부 지검장도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당연한 검찰의 임무 중 하나이지만 지검 관할구역 내에 공안사건이 적어 실적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북부 지검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굳이 큰 제목을 달고 내세우기가 껄끄러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민생보호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26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똑같은 질문이 있었다.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은 국감이 열리던 경찰청 13층 대회의실 벽에 액자 형태로 걸려 있는 허준영 경찰청장의 '지휘지침' 4가지 항목을 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말이 없다"며 "이것이 빠져버린 것은 이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냐"고 비꼬듯 물었다.

<사진2> 지휘지침

허준영 청장의 대답도 지검장들의 답변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지휘지침에 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허 청장과 지검장들의 답변이 모두 똑같은 걸 보면 "자유 민주주의 수호는 당연하다"는 답을 '모범답안'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 의원은 그러나 허 청장의 답변이 못마땅한 듯 "그렇다면 '민생보호'는 당연하지 않아서 넣은 것인가. 당연한 것 중에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을 써 넣는 것"이라며 "이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공세를 펴며 허 청장을 몰아세웠다.

***"국보법에 대한 입장은?"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 왜 빠졌나?"로...**

작년 국감에서 한나라당이 검찰, 법원, 경찰 등 사법기관에 주로 했던 질문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당시 기관장들의 '모범답안'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제를 지키기 위한 안보형사법은 필요하다"는 대답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의 열기가 예전만 못한 요즘은 국감장에서 "국보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뜸해지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헌법 전문에도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명시돼 있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나 경찰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이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공기 속의 산소를 통해 우리가 숨을 쉬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강조하는 의도를 살펴보면 북한 정권과, 자기들이 규정한 국내 '친북 좌익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질문임은 뻔한 사실이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묻는 질문 뒤에는 항상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집회에서 친북 좌익세력을 격리시키지 않고 애국 보수세력을 격리시킨 이유가 뭐냐"는 '보수 푸대접론'은 물론 "'6.25는 북한의 통일전쟁이다'라는 글을 쓴 강정구 교수를 검찰이 왜 직접 수사해 엄벌하지 않느냐"는 압박성 질책까지 수반되곤 한다. 그들의 시각에는 '친북좌익세력'이 준동하고 있는데 검경의 처단의지가 너무 약하다는 것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전히 '색깔론'에 근거한 이념대립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한나라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1960~80년대에 총과 탱크를 앞세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의 혹독한 탄압에 의해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와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혔다. 그렇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을 대가로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해냈다.

또한 우리가 물리쳐야 할 자유민주주의의 적은 비단 외부에만 있지 않다. 더 이상 정치에 야망을 가진 군인이 다시 총칼로 정치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재벌들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고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살포해 선거에 당선되는 정치인들, 수백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 회사의 안위를 챙기는 일부 기업인들, 허위정보를 흘려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버는 투기사범 등 '공공의 적'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조했다면 보기 드물게 훌륭한 국정감사 태도일 테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자신들의 보수적 색채를 강조하기 위한 트집잡기에 불과하고, 나아가 과거의 '색깔론'과 다른 것 같지 않아 유감이다.

다음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해서 무엇을 이룩해야 할지를 잘 보여주는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이다.

<box>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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