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지방선거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대립이 핵심이다.
'이인제 대세론'이 지배적일 때에는 민주당을 포함,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됐지만, 이인제 고문의 경선 포기 이후 민주당은 충청권 주요 변수에서 이탈했다. 한화갑 대표가 직접 나서 자민련과의 연합공천을 거론할 정도로 민주당은 충청권 지방선거에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전시장, 충남지사, 충북지사 세 광역단체장의 경우 현재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1강 1중 1약 구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충북은 한나라당 우세, 충남은 자민련 우세, 대전은 접전이다.
***한나라당-자민련 사활 건 한판승부**
자민련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원종 충북지사 영입을 강행했던 한나라당은 충북지사에 더해 대전시장까지 차지할 경우 대선 전초전 완승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인제 고문이 낙마하고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민주당의 변화는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충청권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만들고 있다. 노무현 후보로 인해 그간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여겼던 영남 지지기반이 일부 이탈할 경우 충청지역에서 그 이상을 보충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대선전략 가운데 보수연대는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대선정국에서 자민련과의 연대를 모색해 볼 가능성의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일단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을 압도해 놓아야 유리한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란 관측 아래 한나라당은 충청권 지방선거에 매달리고 있다.
자민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대선정국에서 의미 있는 변수라도 되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지역 맹주로서의 위치를 인정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종필 총재가 광역후보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후보까지 일일이 직접 챙기며 당의 기반인 충청지역에서 3개 광역자치단체장 자리만은 꼭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자민련의 정치적 대립각은 '친민주-반한나라'다. JP가 민주당 이인제 고문과 상호 협력을 다짐하고 김대중 대통령 아들 비리 문제에 대해 강공을 자제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강력 비판하는 행보를 보이는 까닭이다.
***대전시장 홍선기-염홍철 팽팽**
대전시장 선거는 현직인 자민련의 홍선기 시장이 3선을 노리고 있으나 한나라당 염홍철 후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기세여서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지난 13일 발표된 KBS의 여론조사 결과 염 후보가 홍 시장보다 지지도에서는 다소 앞선 것으로 나왔으나 당선가능성은 홍 시장이 더 높게 나왔다. KBS는 구체적 수치는 보도하지 않았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이 지역을 박빙의 승부처로 보는 여론조사나 최근 중앙언론의 분석에 대해 "실제 민심에서는 홍 시장이 상당한 우세를 보이고 있어 당선을 확실히 믿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염 후보 측은 '한 사람에게 10년을 맡길 수는 없다'는 교체론, 가구당 2백만원씩 1조원의 부채를 지닌 대전지역 경제상황을 주무기로 삼아 홍 시장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시장 측은 '전과자는 1백50만 시민의 봉사자가 될 수 없다'는 성명서까지 내고 지난 98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던 염 후보의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현재 연일 폭로전과 성명전을 벌이며 다투고 있는 두 후보가 선거막판에 가면 더욱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당적 바꾼 이원종 충북지사, 구천서 후보에 큰 폭 앞서**
충북지사 선거는 최근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꾼 이원종 현 지사와 자민련의 구천서 전 의원이 승부를 겨룬다. 현재 이원종 충북지사가 당적 시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3일 KBS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사 측이 상당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고, 구 후보 본인도 지역신문인 중부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지역 언론 역시 자민련이 '배신자'에 대한 응징을 위해 다양한 후보를 대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고, JP의 간곡한 부탁에도 현직 의원들마저 지사 후보가 되기를 고사했다는 점을 들어 이 후보의 강세를 점치고 분위기다.
이 지사의 선거캠프는 "자체적인 평가로는 3배 이상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지사의 완승을 장담한다. 안희두 홍보부장은 "전문 행정가로서 이 지사의 능력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인물론'을 주무기로 내세웠다.
구 후보 측의 관계자는 "늦게 후보가 확정돼 여론 지지도가 다소 낮은 건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유세를 거치면 바람을 타고 무난히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기와 충절의 고장답게 유권자들이 철새정치가를 응징할 것"이라며 이 후보의 당적 변경을 주 공격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충남 심대평 지사, 박태권 후보 크게 앞서**
자민련의 심대평 현 지사와 한나라당의 박태권 후보가 맞붙는 충남지사 선거는 심 지사가 상당히 유리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BS의 13일자 여론조사에서도 심 지사가 큰 폭으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지사 캠프는 확실한 압승을 예견하고 있고 자민련의 유운영 부대변인도 "다른 후보들은 게임이 안 된다"며, 대전지역은 광역단체장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에서의 승리도 확신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도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박 후보는 국회의원과 기업 대표 등을 두루 거치며 입법, 행정, CEO를 모두 경험한 21세기에 필요한 충남지사상"이라며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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