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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사두면 오른다" 부동산 신화 천태만상

검찰, '기획부동산' 등 투기사범 2849명 무더기 적발

대한민국은 과연 '투기 공화국'인가. 국세청, 경찰청 등과 2개월 동안 부동산 투기사범을 합동 단속해 온 검찰이 2849명의 투기사범을 적발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6일 지난 7월 초부터 2개월 동안 국세청, 경찰청 등과 합동으로 실시한 부동산 투기사범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단속에 적발된 투기사범음 모두 2849명에 이르고 이 중 147명이 구속됐다.

죄목별 투기사범 유형을 보면 부동산 중개업법 위반이 740명으로 가장 많고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위반이 731명, 농지법 위반이 410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적발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각종 개발계획에 편승해 허위 정보를 유포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기획 부동산'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기획부동산 업체 활개…정부 개발계획 이용해 허위정보 생산도**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전주(錢主)를 끼거나 스스로 자금 동원이 가능한 부동산업자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개발계획을 이용하거나 자체 판단에 의해 일단 현지의 토지를 매입한다. 이 과정에서 현지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거나 농지여서 현지인만 거래가 가능할 경우에는 현지인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하거나 매매를 증여로 가장해 미등기 전매하는 등 각종 불법을 서슴치 않는다.

이렇게 토지를 확보한 뒤에는 텔레마케터 등을 고용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홍보에 들어간다. 이들이 쓰는 수법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사두면 땅값은 오른다"는 등 일종의 '부동산 신화'에 근거해 유인한 뒤 각종 개발계획에 대한 신문 기사, 허위로 꾸민 기밀 서류 등을 보여주며 토지 매입을 유도하는 것.

부동산업체 S사는 충북 제천시 OO면 일대에 관광지가 조성된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OO면 주변 토지를 매입한 뒤 허위 펜션단지 분양 광고를 통해 "3~4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자 104명을 모집해 108억7400만 원을 가로챘다. 해당 토지는 개인 명의로 매수해 펜션을 건축할 수 없었음에도 이른바 '칼 질'(쪼개팔기)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S사는 5개의 부동산 전매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사두면 오른다" 부동산 신화가 주범**

'사두면 오른다'는 신화에 따라 원천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나 그린벨트, 농지도 무차별 투기의 대상이었다.

부동산업체 C사, G사 등은 강원도 고성군과 평창군 일대의 땅을 평당 1만5000~3만 원에 매입한 뒤 "고성은 금강산 관광으로 대단위 관광단지가 조성되고, 평창에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땅값이 급등한다"고 투자자들을 유인해 평당 35만 원에 매각했다. 148명의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만 200억 원.

막연한 개발 기대심리도 투기를 부추겼다. 또 다른 부동산업체는 충북 충주시 소재 '맹지'를 매입해 장사를 했다. '맹지'란 도로에 인접하지 않아 가치가 낮은 토지를 일컫는 은어다.

이 업체는 그러나 1만1000평을 4억 원에 매수한 뒤 "조만간 도로가 개통돼 가격이 크게 오른다"고 속여 46명에게 50필지로 '칼 질'해 팔는 수법으로 17억 원 가량의 이익을 챙겼다.

***미등기 전매에 페이퍼 컴퍼니까지 동원**

경북 포항의 신항만 배후단지 조성지역. 이 곳을 노린 부동산 중개업자 2명은 무등록 중개업자와 결탁해 서류상의 위장 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배후단지 조성지역 토지 4만3000여 평을 공매 받았다. 이들은 다시 이 토지를 분할해 투자자들에게 전매하는 수법으로 수억 원의 전매차익을 거뒀다.

충남 서산 간척지도 한 영농조합주식회사 대표가 농지 165만여 평을 매입키로 한 뒤 300평 이하 농지는 도시민들이 '주말농장' 등의 용도로 분양 받을 수 있다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무등록 중개업체 7곳을 통해 5317명에게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법인을 통해 거래하지 않고 직접 분양자들에게 이전 등기를 하는 수법으로 241억4000만 원 가량의 전매차익을 챙겼다.

목포 지역에서도 부동산 업주 U씨는 전남 영암군 농지 19만 평을 직원 8명의 명의로 매입한 뒤 이를 쪼개 400여 명에게 농지취득 자격을 부정발급해 주고 200억 원의 전매차익을 챙겼으며, 부동산업자 J씨 등은 시화산업단지 내 분양우선순위 중소기업의 명의를 빌려 매입.매도하는 수법으로 수억 원의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경기도 화성, 의왕 같은 곳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를 현지인을 통해 증여, 신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입해 투기 방지 제도를 피해가며 부동산을 사들인 사범도 적발됐다.

***"부동산 사기? 나도 다시 되팔면 된다"**

이렇게 부동산 투기가 심각함에도 부동산 투기가 발본색원 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의 '투기 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신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 가산세까지 물고, 사기 사실이 알려지면 부동산 가격 폭락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땅을 그대로 갖고 있다가 비슷한 수법으로 다시 땅을 팔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이번에 파악된 기획부동산 피해규모는 3800여 명에 1200억 원에 달했으나 "실제로는 피해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업자는 이번 단속 결과에 대해 "내가 안 잡힌 걸 보면 모든 부동산 투기세력이 잡힌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농담 섞인 반응을 보이면서 "현지인 가장 매매, 위장 전입, 미등기 전매 등의 명백한 불법이 아닌 방법으로 '투자'를 한 사람들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편 "가격 폭등 가능성이 있는 송파 신도시 등 신규개발 대상지역의 부동산 투기에도 강력히 대처할 계획"이라며 "당초 부동산 투기사범 집중 단속을 연말까지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투기행위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집중단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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