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찬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에 대한 양측의 의견 접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전망 속에 직접적인 연정 제안 보다는 지역주의와 선거제도 문제와 관련해 박 대표와의 합의를 끌어내는 쪽에 초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를 추궁하며 적극적인 감세정책 등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개특위 구성 등 여권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해 선거제도 개편 협상에 대한 다소 진전된 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중한 청와대 "직접 만나면 달라지지 않겠냐"**
청와대는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첫 단독회담을 앞두고 "회담 일정과 의제는 전적으로 박 대표의 뜻에 따르겠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단 "깜짝 카드 같은 획기적 제안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실장은 "연정뿐 아니라 경제와 민생, 외교 등 국정 현안의 모든 부분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회동 의제를 열어 놓았다. 회담에 응한 박 대표의 운신을 폭을 최대한 넓혀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정책과 국민연금 등에 대해선 서로의 공통점이 나올 수 있다"며 "정기국회에서 법제화할 수 있는 내용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연정 문제에 대해 서로 기존의 입장만을 확인할 경우 쏟아지게 될 비난을 피하기 위해 국민들의 관심이 큰 경제 부분에서라도 성과를 남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정론에 대해서 이 실장은 "두 사람이 만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경계를 그을 필요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이 박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안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예단할 수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 실장은 그러면서도 "지역주의의 낡은 정치유산을 극복하자는 큰 차원의 동의를 어느 정치인인들 버리고 갈 수 있겠냐"고 말해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박 대표를 설득할 것임을 시사했다.
열린우리당도 회담에 큰 기대감을 표시하며 한나라당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은 일체 삼갔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5일 상임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가 오랫만에 만나는 자리인 만큼 최소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만남이 돼야 한다"며 "한번 만남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만 진지하게 상황을 공유하는 첫 시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한나라당이 (연정론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국민의 대표로 가는 것…할 말은 하고 오겠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감세정책을 매개로 민생경제 분야 대책을 적극적인 의제로 설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나는 야당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생각을 전달하고 할 말을 하고 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회담의 의제를 '민생경제'로 설정할 것을 강하게 암시한 대목이다.
박 대표가 회담에 앞서 이날 중소기협 중앙회를 방문해 업계의 애로와 현황을 듣는 일정을 잡은 것도 노 대통령을 향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한나라당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코너를 통해 의견을 받고 있다"며 "오늘 의총에서도 노 대통령에게 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회담에 앞서 국민들의 의견과 당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민생경제 의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고유가, 부동산 가격 급등, 내수 침체 등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지적함으로써 노 대통령에게 민생문제에 국정 우선순위를 둘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시장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와 신속한 입법화를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민생활 안정과 내수진작을 위해 소주세 담배세 인상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제안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연정과 관련해선 총리직 제안이나 각료 추천권 등 '깜짝 제안'이 나오더라도 이를 완곡하게 거부하기로 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한 개헌 문제가 거론되더라도 '시기상조론'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공산이 높다. 이는 "개헌을 논하는 일 자체가 연정론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당내 다수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대신 "대안 없는 거부"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국회 정개특위 구성 일정에 합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요컨대 정기국회가 끝난 후 정개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으로, 지금 당장 정개특위를 가동시키자는 여권의 주장과 시간차는 있지만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경우 양측의 합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지리라는 전망이다.
이 밖에 박 대표는 불법 도청 특별법과 특검법의 대립이나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등 다른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여권의 강공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의총에서 당내 논의가 마무리 되면 회담 시기를 늦출 이유가 없기 때문에 6일 오찬이 아니라 전격적으로 5일 만찬 회동을 제안할 수도 있다"는 상황판단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관계자는 "박 대표는 오래 전부터 영수회담에 대한 준비를 해 온 만큼 회담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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