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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기존 인식으로 미래 문제 부닥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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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기존 인식으로 미래 문제 부닥칠 수 없어"

"언론에 대한 불안감 많이 줄었다"

'대연정' 제안과 관련해 '2선 후퇴' '임기 단축' 구상까지 내놓은 노무현 대통령이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지난 1995년 저서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새물결. 2000)다.

노 대통령은 이날 중앙 언론사 논설.해설위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어려워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에 애써서 읽은 편이 '성찰적 근대화'라는 장의 '비인지 현상'이라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기존 질서에 끊임없이 의문 제기하고 검증하는 시기"**

노 대통령은 울리히 벡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자신의 문제 의식을 정당화했다.

'적이 사라진' 한국 사회에서 성숙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선 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민심이 반드시 옳은 게 아니다"며 민의와 다르게 '연정 드라이브'를 계속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 인지 현상'이라는 개념을 들어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비인지 현상'에 대해 "정보가 많이 넘치지만 여러 가지 오류가 있는 정보가 검증되지 않고 그대로 하나의 정설처럼 관철돼 나가는 현상,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근대의 사고구조나 논리구조를 파괴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기존의 우리의 합리주의 사고의 틀로써 다 해석할 수 없는 변화가 지금 이미 진행됐고,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정권, 언론에 대한 인식 등 우리 사회의 지배구조에 대한 기존 인식으로 오늘의 문제 또는 미래의 문제에 부닥쳐 나가는 게 굉장히 어렵겠다는 점에서 시사를 주는 불안감이 있다"고 나름의 이해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런 불안감이 사실에 가깝다고 확인해주는 그런 내용이었다"면서 "어렵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제가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공감이 가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를 인용한 이유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금 우리 한국사회가 매우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는 사회이며 우리가 그 변화에 적절하고 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며 "따라서 끊임없이 우리는 새로운 질서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질서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해가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처럼 여러 가지 변화가 있는 사회, 또 복잡한 사회일수록 정보와 의견들을 전달하고 그것을 수렴해 가는 사회 지도층의 네트워크가 형성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문제의식 가운데 요 근래의 제 행동과 문제제기들이 다 연결돼 있다"고 최근 '대연정'과 관련된 자신의 행보에 대해 설명했다.

***"언론과 전반적으로 대화가 좀 부족하다"**

한편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노 대통령은 "솔직히 말씀드려 그동안 여러 가지 선입견이나 불편한 심기로 만나서 터놓고 말하기가 좀 불안했다. 만나서 말 잘못하면 손해만 가는데 만나서 할 얘기 뭐 있냐, 이렇게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요 근래 와서는 제 스스로의 선입견이나 불안감이 좀 많이 줄어들었다"며 "그전처럼 언론에 대해서 그렇게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이제 못 만나서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오해가 생기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어떤 마찰이나 갈등 같은 것이 오히려 좀 걱정된다"고 인식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을 2년 반 동안 하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대화를 많이 하는 사회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전반적으로 대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특히 저와 언론 사이는 좀 더 그렇다"고 말해 언론과 접촉 기회를 늘려갈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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