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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비서실장'으로 청와대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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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비서실장'으로 청와대 변할까?

'판단력과 분석력이 탁월한' 노대통령 의중은 잘 읽겠지만…

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51)이 청와대를 떠난 지 7개월만에 돌아올 예정이다. 김우식 비서실장 후임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운 이 전 수석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전직 홍보수석을 비서실장으로 승진 기용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식 인사다.

서울경제신문 기자, 한국일보 경제부장 등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인 이 전 수석은 2002년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서 기획조정비서관, 정무기획비서관, 홍보수석, 홍보문화특보 등을 맡아 왔다. 이번에 비서실장에 임명되면 사상 최초로 한 정권 기간 중에 비서관에서 출발해 비서실장까지 입신하는 진기록도 세우게 된다.

***이병완, 현 정부 들어 5번째 보직 '청와대 비서실장'**

이 전 수석은 노 대통령 임기의 반환점을 넘기는 26일께부터 또는 다소 일정을 앞당겨 비서실장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는 임기 하반기를 맞는 노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단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정국구상은 현재로선 그다지 새로운 게 없어 보인다. 지난 6월말에 시작한 '연정 드라이브'를 노 대통령은 연말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18일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경제, 외교 등의 현안은 "큰 문제가 아니고 곧 해소될 문제"라는 견해를 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연정, 과거사 청산 등 자신이 생각하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계속 불을 지피겠다"며 지속적으로 쟁점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이병완 전 수석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쪽으로 거의 마음을 굳힌 것이다. 그의 기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는 어떤 기능을 적극적으로 하게 될까.

***청와대 "비서실장-수석 책임 분담, 대여관계 등 정무기능 강화"**

이 전 수석의 기용이 갖는 의미에 대해 청와대 인사수석실 관계자는 20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비서실장과 수석.보좌진들 사이의 관계를 협력적 상하 관계로 변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 비서실장은 거의 총괄적인 역할을 해 왔는데 이렇게는 안 된다고 대통령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서실장 한 사람에게 맡겨 놓으니까 거기서 구멍이 나면 감당이 안 되므로 공동으로 책임을 맡겨 놓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편으로 비서실장의 행동 반경은 오히려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김 실장이 거의 담보하지 못했던 여야 정치권과의 책임있는 대화 창구 역할이 이 전 수석에게 기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수석은 2004년 2월 유인태 전 정무수석이 총선 출마를 계기로 물러난 뒤 정무수석 역할도 함께 수행했던 경험이 있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 전 수석의 기용에 대해 "정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김우식 실장이 감당하지 못했던 정무적 역할이 이 전 수석에게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측근 전진 배치. 대립적 대야관계 해소엔 한계 있어**

이 전 수석의 기용은 지난 12일 단행된 청와대 비서실 인사에서 이호철 비서관이 새 국정상황실장에 임명된 것과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최측근들의 전진 배치'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강화된다는 얘기다. 과거 정부에서도 되풀이 됐던 임기말 청와대 인사의 전형적인 형태다.

이 전 수석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결과적으론 위헌소송으로 좌초됐지만 대통령 당선에 지대한 공헌을 한 '행정수도 이전' 공약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지난 2003년 8월 이해성 홍보수석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뒤 그 자리에 발탁된 뒤 2005년 1월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기까지 한나라당 및 보수언론들과의 '전투'에서 이 전 수석은 대통령의 의중을 담은 '직격탄'을 날리는 역할을 해 왔다. 그는 2003년 12월 이기명씨 등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은 말조심, 언론은 글조심하라"고 경고하기도 했고, 2005년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인사파동 때도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유용 등 도덕적 하자 부분에 대해 "서울대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이미 댓가를 치른 게 아니냐"고 옹호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패 역할을 했다.

이런 전력 때문에 이 전 수석은 지난 2004년 7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한 성적 묘사를 담은 패러디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린 '박근혜 패러디 사건'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 전 수석은 박 대표에게 공식 사과했지만 노 대통령은 이 전 수석에 대한 문책 요구를 받아들이진 않았다. 이런 전력들 때문에 한나라당 등 야당과의 대립적 관계를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인물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수석은 또 홍보수석일 때 지금의 당.정.청 수뇌부 '12인 회의'의 전신인 '8인 회의'의 멤버이기도 했다. 현재의 조기숙 홍보수석은 '12인 회의' 상시 멤버가 아니다.

청와대는 새 비서실장 기용이 '비서실장-수석 공동책임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밝혔지만 청와대의 모습이 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상 '코드 맞추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김우식 실장과 달리 이 전 수석은 오랫동안 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와 대통령의 의중에 밝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연정, 과거사 청산 등 자신이 생각하는 핵심화두를 직접 제시하고 그 전파 역할까지 본인이 떠맡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비서실이 사전 검증 등의 기능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정치적인 면에선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판단력과 분석력이 탁월하다"는 김우식 비서실장의 19일 언급은 현 청와대 비서실의 상황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독주'와 이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미숙한 청와대 비서실의 모습이 '이병완 실장' 체제에서 과연 얼마나 변모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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