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조기숙 "'여소야대' 해소 없이 선진경제 없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조기숙 "'여소야대' 해소 없이 선진경제 없어"

청와대, 계속되는 '연정 불씨 살리기'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과 '여소야대' 상황에 대해 다시 문제제기하고 나섰다.조 수석은 17일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에 "정치불안정 놔두고 선진국 못가"라는 글을 기고했다.

노 대통령이 연정과 관련해 국민과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4차례나 편지를 보냈듯이 조 수석도 지난달 14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당이 선거에서 잘했다는 의사표시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나라에서 대통령에게 정치력을 발휘하라는 주문은 코미디와 같다"고 연정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두번째로 '연정 불씨 살리기'에 나선 것.

조 수석은 "일전에 연정과 관련된 논란 세 가지를 차후에 토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밝혀 앞으로도 또 한 차례 <청와대브리핑>에 연정 관련 글을 기고할 전망이다.

***조기숙 "정치혁신 없이는 선진경제, 선진 한국도 없어"**

조 수석은 이날 일부 언론이 덴마크나 미국을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는 사례로 제시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있었던 특별한 역사적 경험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 수석은 그러면서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뭐든지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중도적인 대통령에게 보수적인 유권자는 좌파라고 비난하고, 진보적인 유권자는 기득권과 타협했다고 비난하는 상황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또 "연정을 이야기하면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연정이냐고 말하지만 정치혁신 없이는 선진경제도, 선진한국도 없다"며 "정치가 더 이상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여소야대가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정쟁,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속한다면 모든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과제는 실종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기숙 수석의 글 전문이다.

***정치불안정 놔두고 선진국 못가**

일전에 연정과 관련된 논란 세 가지 중, 우선 대통령의 정치력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만 논의를 했다. 차후에 토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오늘은 여소야대에 관한 논란을 다뤄보고자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을 제의한 이유가 일시적으로 당장 현재의 여소야대를 탈피하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여소야대는 민주화 이후 반복되는 우리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다. 여소야대가 발생할 때마다 의원 빼오기, 3당 합당, 의원 꿔주기 등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을 동원했을 뿐 누구도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적은 없다.

노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여소야대의 구조로 국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없다"며 여소야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연정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7월 29일자 한겨레신문은 '국민 뜻 거스른 권력이양은 위헌소지'라는 기사에서 '의원내각제라고 해서 모두 연정을 하는 것은 아니고, 소수 정부도 얼마든지 있다'고 반박했다. 일례로 1945년부터 1987년까지 덴마크 정부의 88%가 소수정부였다며 '소수정부가 곧 정치적 불안정으로 연결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반론을 펼쳤다.

몇몇 교수들은 7월 6일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여소야대를 통상적으로 받아들인다"거나 "국민 입장에서는 국회와 정부가 서로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여소야대가 더 좋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 주장은 모두 사실과 거리가 있다.

***'덴마크 사례', 반대론의 근거로 적절치 않아**

덴마크의 경우 1945년 이후 27개 정부 중 3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수 연립정부가 집권을 했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덴마크에서는 내각에 참여하지는 않으나 연정을 지지하는 정당의 지원으로 내각이 안정된 정부 수립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여왕이 조각을 승인한다. 따라서 내각 참여 정당과 연정지원 정당을 합쳐서 '여당연합'으로 간주하며, '여당연합'의 의석수는 야당들의 의석수보다 항상 많게 된다. 결과적으로 덴마크를 여소야대의 예로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입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많은 이들이 미국정치를 우리 정치의 이상으로 여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정치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민주정치 역사는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고 정치문화 또한 미국과는 매우 다르다. 미국과 같이 대통령제와 안정된 양당제를 지니고 있는 나라는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지구상에 미국 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지금과 같은 양당제가 정착된 것은 1950년대 이후의 일이다.

미국에서는 여소야대가 일상적이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정확하지는 않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공동의 정치적 이념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서로 이념이 다른 집단이 오순도순 타협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미국에서는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분점정부(여소야대는 부정확한 표현)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일상화된 것은 2차대전 이후의 일이다. 주로 공화당 대통령과 민주당 우위 의회의 형태로 권력이 분점되었다.

공화당 대통령(아이젠하워, 닉슨, 포드, 레이건 대통령 등)이 우리식으로 말하면 여소야대의 의회에서 큰 어려움 없이 국정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보수적인 남부 민주당의원이 공화당의원과 보수연합을 통해 공화당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해주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남부는 공화당 조직이 없을 정도로 민주당에 의해 석권되었다. 남북전쟁으로 초래된 지역주의의 여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정당이 이념적으로 배열된 이념정당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의미 있는 분점정부를 맞았던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전형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원도 아니고 남부 출신이었으며 레이건 대통령과 차이가 없다고 할 정도로 공화당의 아젠다를 추진했기에 그나마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끊임없는 정치공세로 임기 내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았고, 의회와의 충돌로 연방정부를 폐쇄하는 극한 대결에 이르기도 했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정당은 중간선거에 반드시 패배한다는 속설을 깨고 정당 간의 극한 대결을 경험한 유권자들이 중간선거 때 대통령에게 의석을 늘려주는 일도 있었다. 따라서 여소야대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은 미국에서도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있었던 특별한 역사적 경험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치혁신 없이는 선진경제도 없다**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뭐든지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중도적인 대통령에게 보수적인 유권자는 좌파라고 비난하고, 진보적인 유권자는 기득권과 타협했다고 비난하는 상황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

1980년대 IMF 관리체제에 놓였던 아일랜드는 0.4%의 성장률, 16.8%의 실업률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1987년 야당과 노사단체의 적극적 협조를 토대로 '국가재건프로그램' 협약을 도출하여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그 결과 1980년 초 1만 달러였던 아일랜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년대에 들어 3만3000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제적 기적은 소연정과 사회적 대타협으로 이룰 수 있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대연정을 통해 마찬가지로 전후 경제복구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연정을 이야기하면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연정이냐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이제 선진경제로 발돋움하는 문턱에 서 있고, 요소투입형 경제에서 혁신주도형 경제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치혁신 없이는 선진경제도, 선진한국도 없다. 정치가 더 이상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여소야대가 올바른 정책적 대안을 선택하기 위한 생산적인 정쟁을 초래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정쟁,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속한다면 모든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과제는 실종되고 만다. 이제라도 분열의 역사를 종식하고 내부의 역량을 결집해 선진한국으로의 도약을 한 단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