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경질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교체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축구전문가들은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중간평가를 통해 이번 기회에 감독 교체문제를 대한축구협회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본프레레 감독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면 지금이 감독 교체의 적기라는 의미다.
이용수 KBS 축구 해설위원은 "밖에서 경기결과만을 놓고 본프레레 감독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축구협회 차원에서는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진지한 평가를 해야 할 시기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한국의 성적을 떠나 대표선수들이 현 감독에게 뭔가 배울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본프레레 감독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이 판단은 오직 축구협회 내부에서 결정할 문제다"라고 언급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의 고집스런 선수기용과 상황 대처능력 부재로 한국 대표팀 부임 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마치 지난 2002년 1월 북중미 골드컵 대회 기간 중에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해 비난을 받았던 히딩크 감독의 위기를 연상시키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시 히딩크 감독은 외부로부터는 맹비난을 받았지만 코칭스태프 등을 비롯한 내부에서는 오히려 인정을 받았고 2002년 월드컵까지 순항할 수 있었다.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내부의 평가가 중요한 까닭이다.
쿠엘류 감독 시절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박성화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쿠엘류 감독은 대표팀과 호흡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 대표팀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어느 정도 팀을 변화시켰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젠 기술위원회나 코칭스태프와 함께 독일 월드컵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다.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대표팀을 끌고 갈지에 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전 감독은 "7일 일본전에서 본프레레 감독은 5명의 미드필드를 포진시켜 빠른 템포의 중원 압박을 보여줬고 일본은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템포의 압박에 대표 선수들은 아직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후반전에 페이스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실제 그러했다"며 본프레레 감독 나름의 축구스타일을 갖기 위해 기초적인 체력과 조직력 훈련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전 감독은 이어 "세계청소년대회에 출전해서도 느낀 점이지만 한국은 2% 부족한 기술을 아직까지는 조직력과 체력으로 메워야 한다. 대표팀의 경우도 이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히딩크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했던 것도 90분 동안 지치지 않고 뛸 수 있게 하기 위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이었음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감독은 "히딩크 감독 성공신화의 바탕에는 강한 체력훈련과 축구협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직전 프랑스 등 세계적 강호와의 친선전을 통해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아직까지도 대표팀 감독교체가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월드컵 6회 연속 본선진출을 이룬 본프레레 감독에게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표팀의 목표점인 독일 월드컵을 고려했을 때 부임 후 아직까지 뚜렷한 자신의 축구색깔을 보여 주지 못한 본프레레 감독에게 한국축구의 방향타를 계속 맡겨야 할지 이제는 심사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감독, 선수, 코치, 기술위원회가 외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과연 상호 신뢰 속에서 독일 월드컵을 향해 같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대표팀 내부에서 이미 신뢰관계가 깨졌지만 대안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독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대표팀은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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