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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의 '불법 감청'도 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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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의 '불법 감청'도 수사한다"

불법도청 내용에 대해선 '수사 불가론' 제기돼

국가정보원이 "2002년 3월까지 휴대폰에 대한 도감청을 실시했다"고 스스로 고백함에 따라 그 동안 옛 안기부 시절의 불법도청 문제를 수사해 온 검찰은 수사를 국정원의 불법감청에까지 확대키로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5일 "국정원이 (불법 감청에 대해) 발표했기 때문에 국정원의 불법 감청 전반에 대해 본격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빈 검찰총장도 "이제 동굴의 입구에서 동굴 안이 들여다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해 국정원 불법 감청 문제에 대한 본격 수사를 시사했다.

이 수사 개시와 관련해서는, 이미 국정원의 고위 관계자가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불법 감청이 있었다"고 시인했고 그 감청이 2002년 3월까지 실시됐다고 밝혔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상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 법률적인 걸림돌은 없는 상태다.

***김승규 국정원장 "검찰 압수수색도 받겠다"…검찰 "대강 알고 있었다"**

이번 국정원의 '고백'은 자연스럽게 불법 도청 자체에 대한 수사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 불법 감청 지시자와 보고 책임자를 가려내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이번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해 불법 도청 테이프의 유출.공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우선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불법 도청 자체와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이 일단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국정원 불법 감청의 지시 책임자와 최종 보고 라인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불법 감청 중단 지시에도 국정원 지휘부가 손쉽게 고급 정보를 얻고자 하는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말해 불법 감청의 배경에 '지휘부'가 있음을 시사했다.

국정원 시절 국정원장은 초대 이종찬 전 원장이 99년 5월까지 재임했고, 그 뒤 천용택(1998.3~99.5), 임동원(1999.12~2001.3) 전 원장이 국정원을 이끌었다. 이어 2001년 3월 취임한 신건 원장의 '의지'에 의해 감청 장비가 모두 폐기된 것으로 전해져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이 4명의 국정원장이 우선 조사 대상이 되고 실무 책임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4일 밤 천용택 전 원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 이는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사전에 알고 실시한 국정원 불법 감청 수사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천 전 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알 수 있듯이 검찰과 국정원의 공조 관계도 상당 부분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승규 국정원장 "검찰 조사에 협조하는 것은 물론 압수수색을 받을 용의도 있다"고 말했고, 검찰 관계자도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미리 대강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국정원 "감청·장비 남아 있지 않아"…검찰, '내용 없는 수사'로 흐를 가능성 커**

하지만 국정원의 불법 감청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데는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 있다.

국정원은 5일 발표에서 "95년 9월 이후에는 감청자료를 PC에 파일 형태로 자동 저장했는데, 저장된 내용은 출력이 불가능한 PC에서만 볼 수 있고 1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시스템화 돼 있어 불법감청 내용은 모두 삭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게다가 "감청 장비도 2002년 3월 모두 폐기처분했다"고 밝히고 있어,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증거 자료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안기부 X파일'에 대한 수사와 마찬가지로 불법 감청 '내용'에 대한 수사보다 불법 감청 사실에 대한 수사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 관계자는 "불법 감청이 정치인 및 기자들을 상대로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확인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또한 '보고 라인'에 대한 국정원의 '무거운 입'도 수사의 걸림돌이다.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도 모르게 실시한 감청이라면 불법 감청을 통해 얻은 정보가 어느 선까지 어떠한 목적으로 보고됐는지 밝혀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정원은 이원종-김현철로 이어지는 '안기부 시절' 불법 감청 내용의 보고 라인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고, 임동원 전 원장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장 시절 불법감청에 대해서는 전혀 보고받은 바 없다. 국민의 정부에서 불법감청이 있었다는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실무 책임자 몇 명 선에서 처벌이 이뤄진 채 '알맹이 없는 수사'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학수 삼성 부회장 9일 소환…검찰, '불법 대선자금' 내용 수사 착수 고심**

한편 '불법 대선자금 제공 논의' 등 도청 테이프 '내용'에 관한 수사가 진척될지 여부도 국정원 불법 감청 수사와 함께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은 오는 9일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을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키로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 우선적으로 확인할 것은 박인회 씨 등이 도청 테이프를 바탕으로 협박을 했느냐의 여부이지만, 삼성의 불법대선 자금 제공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불법 도청 자료에 의한 수사가 불가능하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검찰이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도청 내용에 대한 '수사 불가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경-언 전반의 검은 유착관계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을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사 착수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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