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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반쪽짜리' 특검 하자는 것이냐"

'불법도청'만 특검대상? 노회찬 "그런 특검은 절대 안 받아"

한나라당이 '반쪽짜리' 특검법을 발의할 태세다. 3일 윤곽을 드러낸 한나라당 특검법은 'X-파일' 사태의 핵심인 권력유착 문제를 비껴가자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 전.현 정권의 불법 도청만을 수사 대상으로 삼자는 것이다.

***한나라 "X파일 내용은 빼고, 도청만 특검하자"?**

임태희 원내부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에 있어 어떤 경우든지 불법 도감청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잠정적으로 채택한 특검의 수사대상은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불법 도감청 실태 △그 뒤 도감청 자료의 인수 조치 △불법도감청 자료의 유출, 유통 경위 △현 정권에서의 도감청 여부와 실태 등이다.

그러나 삼성의 불법정치자금 제공과 연결돼 97년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실정법 위반 사건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두고는 내부 의견 조율을 마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X-파일을 통해 공개된 만큼 (불법 정치자금 문제도) 수사대상에 포함이 될 수 있으나 당내 이견이 있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X-파일' 내용에 대한 수사는 당연히 이회창 전 총재에게로 불똥이 튈 수밖에 없어 이와 관련해 당내 일각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 부대표는 이어 "실정법 위반 사건을 포함한다면 삼성 X-파일에 공개된 정도에 국한해서만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이나 이럴 경우 법안의 자구를 어떻게 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또한 불가피하게 X-파일 내용을 포함시키더라도 삼성-중앙일보-이회창 전총재 간에 이뤄진 97년 불법대선자금 의혹의 뇌관을 피해가기 위한 '묘안'을 찾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임 부대표는 'X-파일' 외 추가로 발견된 274개 도청 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관련해서도 "테이프 자체가 전면 공개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테이프는 불법으로 수집된 정보인 만큼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면 즉각 폐기조치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YS계-昌계 반발기류 뚜렷**

한나라당이 이런 '반쪽짜리' 특검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일차적으로 강재섭(93년 총재비서실장, 월계수회 회장) 정형근(94년 안기부 기획판단국장, 1차장), 김무성(김영삼 정부시절 민정비서관 사정비서관) 등 YS 정부 시절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들의 '미온적 태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 대표는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민노당 천영세 의원단대표와의 회담을 취소했다. 한나라당은 "강 대표 개인 일정상의 이유"라고 밝혔으나 당내 반발기류를 의식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노당이 전날부터 각당 지도부를 두루 만나 자당의 특검법안과 국정조사 수용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대표간 회담이 득될 게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김무성 사무총장이 전날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불법도청 테이프에는) 열린우리당의 모태인 국민의 정부 시절 있었던, 전 국민이 경악할 엄청난 사건이 담겨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다"고 말한 대목도 YS 정부 시절에 자행된 불법도청 행위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정략적 의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당내 이회창계의 반발은 표면적으로나마 "테이프의 모든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제동을 거는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검 수사대상에 삼성 X-파일에서 드러난 이회창 전총재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이들의 반발 강도는 생각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 포함하자는 것은 특검 가치 훼손"**

당연히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과의 특검 공조에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임 부대표는 "실무적으로 조율해 보고 어느 정도 단일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으면 내일 오전 중에 제출하겠지만 협의가 잘 안 되더라도 우리는 (독자적으로) 금요일까지 특검법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발의하더라도 추후 통합심의 과정에서 조율될 수도 있다"고 해명했으나 민노당 등 다른 야당과의 공조에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임 부대표는 또 "민노당에서 준비 중인 특검법을 미리 입수해서 내용을 보니 70%가 테이프의 내용에 대한 수사에 중점을 두는 듯하다"며 "내용 공개는 불법 도청을 문제 삼는 특검의 기본가치를 훼손하고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온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그는 "도청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면 그것은 민노당이 정략적 접근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 부대표는 또 민노당이 특검과 함께 추진중인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불법정치자금의 당사자들이 하는 국조는 정략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노 "불법정치자금 빠진 특검은 하나마나"**

이에 따라 야4당의 특검 공동발의 계획이 한나라당의 태도로 인해 파기 수순으로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노당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한나라당의 그런 태도는) 예측하고 있었다"며 "특검을 하지 않는다면 모르되 일단 하기로 한 상태에서 그 정도 내용이라면 '반쪽짜리 특검'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 대표는 공조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내일 수석부대표회담이 예정돼 있어 일단 논의를 거쳐보자"고 했지만 "(한나라당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부정적 뉘앙스에 무게를 뒀다.

노회찬 의원은 보다 강경했다. 노 의원은 "불법 도청 문제를 수사하자고 특검을 하느냐"고 되물으며 "그런 제안이라면 민노당은 100% 받을 수 없다"고 잘랐다. 그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내부반발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극심한 내분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승하 대변인도 "불법 도청 부분을 우리가 도외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특검 대상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동발의가 되기 어렵다"며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 관련 부분이 빠지면 특검은 하나마나하다. 민노당으로선 그에 대해선 동의해 줄 수 없는 내용이다"고 분명히 했다.

민노당은 다만 특검에 앞서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임시국회 소집이 시급하다고 보고, 임시국회 소집을 종용하면서 특검에 대해선 추후 한나라당의 내부 조율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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