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는 22일 오후 설명회를 열어 "부일장학회 및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한국문화방송과 경향신문이 과거 중앙정보부의 강압에 의해 헌납 또는 매각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실위는 특히 "김지태는 당시 부일장학회를 설립해 재산의 사회환원 의지를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며 "정수장학회(부일장학회의 후신)를 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김지태의 유지를 되살릴 수 있도록 쇄신해야 하고, 이를 위해 사회적 공론화의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정원 진실위, 부일장학회-경향신문 강제 헌납·매각 결론**
진실위에 따르면 2선 국회의원이자 부산 지역 기업가였던 김지태는 부일장학회,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삼화고무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1962년 4월 국내재산도피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돼 수사를 받자 '석방을 조건으로 소유재산을 공익 목적에 사용하도록 헌납하는 대신 처벌을 면하도록 하라'는 제의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김지태가 소유하고 있던 재산 가운데 부일장학회,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한국문화방송이 국가에 강제 헌납됐고, 이들은 공익 성격의 재산임에도 5.16장학회를 거쳐 정수장학회로 이어져 왔으며 사유재산처럼 관리돼 왔다는 것이다.
특히 진실위는 "장학회 이름에도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을 내세웠으며, 그 동안 이사진도 대체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선임됐고, 박 전 대통령 사후에도 유족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므로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일장학회는 62년 강제 헌납된 뒤 5.16장학회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 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따서 '정수장학회'가 됐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가 지난 2월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정원 진실위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공론화 해야"**
진실위는 '경향신문 강제 매각'에 대해서도 "당시 군사정권을 비판하다 강제 매각당한 경향신문의 언론활동을 재평가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언론이들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명예를 회복토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진실위는 또한 "경향신문은 당시 신문사 건물과 부지를 보유해 경영상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신문사 강제 매각과 통폐합 과정에서 심각한 적자에 이르러 매달 사옥의 토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등 큰 손실을 입어 왔다"며 "이러한 손실을 보전할 방안을 강구할 사회적 공론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언론장악을 기도하던 박정희 정권은 65~66년 중앙정보부를 내세워 경향신문 이준구 사장을 간첩사건 연루 혐의로 구속한 상태에서 은행대출금 회수 압력을 행사해 강제로 공매 처분이 이뤄지게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진실위의 '사회환원' 공론화 의견에 따라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진실위 민간측 간사인 오충일 목사는 "진실위는 사법적 판단 기구가 아니라, 과거사 청산 기구이므로 의견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헌납 과정의 강제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합리적인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회환원 공론화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나라 "박근혜 흠집내기용 조사" **
이에 한나라당은 "공신력이 없는 조사"라며 짐짓 무시하면서도, 박근혜 대표와 직결돼 있는 사안이라 그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견을 전제로 "중정은 그 당시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던 기관으로 모든 일에 관여했으니 정수장학회 일에도 관여했지 않았겠느냐"며 "상식적인 일로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해 진실위 발표의 의미를 축소했다.
맹 위의장은 "진실위가 과거를 들추는 데에는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대표를 흠집 내려는 의도도 있지 않겠냐"며 "민생이 어려운데 정권이 모든 문제를 정략적으로만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계했다.
이정현 부대변인도 "국정원 진실위는 활동에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며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기관의 발표에 대해 한나라당이 공식적인 논평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박 대표의 공식 사과와 사회환원에 대한 분명한 약속을 요구하며 공세를 취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표는 정수장학회의 실질적인 운영과 관리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과거 강탈행위에 대해 고 김지태 사장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보다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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