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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내각제 개헌으로 퇴임 후 영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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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내각제 개헌으로 퇴임 후 영향 행사"?

한나라 의혹 제기…靑 "대통령 진정성 폄훼말라"

"나도 재선이다. 세 번만 (국회의원) 더 하면 5선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7일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던진 농담 한 마디가 정가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연정(연립정부)을 제안한 배경에 퇴임 후 거취에 대한 계산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한나라당에서 제기하고 나섰다. 권력구조 개편의 문제인 연정은 개헌론을 촉발시켰고, 현행 대통령제와 달리 내각제 개헌이 이뤄 경우 전직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할 여지가 훨씬 커진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여당과 청와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노대통령 "나도 나중에 국회의장에 도전해 봐야겠다"**

노 대통령은 17일 제헌절을 맞아 김원기 의장이 의장 공관으로 5부요인을 초청해 가진 만찬에 참석해 "의장 공관이 청와대에 있는 관저보다 큰 것 같다. 나도 나중에 (국회의장에) 도전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장이 "노 대통령은 선수(選數)가 모자라지 않느냐"고 응수하자, 노 대통령은 "나도 재선이다. 세 번만 더 하면 5선이 된다"고 답했던 것.

평소 같으면 김 의장에 대한 농담 겸 덕담으로 여겨졌을 이 발언에 한나라당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얼결에 노 대통령의 속마음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각제 개헌하면 전직 대통령 영향력 행사 가능"**

이런 우려는 18일 한나라당 대전시당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대전.충남연합회의에서 정형근 의원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정 의원은 "노 대통령은 젊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퇴임 후에도 정치를 하려는 의욕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며 "최근 여권으로부터 나오는 정치적 발언들의 궁극적 목적은 내각제 추진이며, 권력구조가 내각제로 바뀌면 대통령 퇴임 후에도 정치활동의 여력이 넓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의원도 "노 대통령이 퇴임하면 62세"라며 "대통령제 하에선 퇴임 대통령이 정치활동을 하기 어렵지만 내각제에선 얼마든지 전직 대통령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각제가 되면 전직 대통령도 현역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 가능하며, 일본의 전직 총리들처럼 막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열린우리당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12일 금강산 당직자 수련대회에서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과 관련, "젊은 대통령이 때로는 만용을 부릴 수도 있지만 젊기 때문에 자신의 이후를 생각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도 많은 활동을 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대통령의 진정성을 폄훼하지 말라"**

야당의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청와대는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은 19일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이 수차례 왜 연정 제안을 했는지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처럼 폄훼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최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제안은) 노 대통령이 이전부터 밝혀 온 정치철학과 소신에 기반한 것"이라며 "또 대통령이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한 얘기들이 있는데 이처럼 진의를 왜곡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최 부대변인은 "일부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더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냐"며 야당의 주장이 상식에서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 중심 정치' 재개의 징표**

물론 한나라당이 제기한 의혹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까지 전직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큰 반감을 표출했다.

또 노무현 정부의 임기 안에 개헌 작업이 마무리되더라도 내각제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17일 보도된 <한겨레>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일반 국민 대다수가 개헌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제를 선호했다. 의원 중 9.9%, 일반 국민 중 10.0%만이 의원내각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내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은 최근 정국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다시 여야간 정쟁의 핵심에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했다. 노 대통령이 연정론 이후 정국 흐름을 주도하면서 야당의 공세의 초점이 다시 노 대통령으로 집중된 것이다.

이런 논란은 또 다시 나타난 '정치 과잉 증후'로 분석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이 정국의 흐름을 틀어쥐고 때이른 연정, 선거구제 개편 등의 과제를 제기하면서 다른 이슈들은 여기 묻혀버리고 말았다. "나도 국회의장 한번 해봐야겠다"며 대통령이 덕담 수준에서 던진 말 한마디에 한 편의 '시나리오'가 생산되는 이런 상황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한국 정치의 비정상성'을 보여준다는 것. 그러나 정치 이슈에 관심이 집중되고 이와 관련해 각종 설이 난무하는 최근의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모든 논란의 키워드 '연정론'을 제기한 대통령이 져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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