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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신드롬'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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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신드롬'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학자 분석, "한국 사회상의 복합 산물"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바람'이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갑작스레 발전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조차 놀랄 정도다. 지난 13일 SBS-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1% 오차범위 내에서 이회창 총재를 앞선 결과가 나온 이후 불과 일주일 뒤인 21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21.4%라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가히 '노무현 신드롬'이라 할만하다.
프레시안은 갑작스런 노무현 후보의 약진에 어떤 구조적 배경이 있는지 사회학자의 분석을 의뢰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의 분석을 게재한다. 편집자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면서 가장 크게 부각된 정치인은 단연 노무현이다. 울산과 광주 지역 선거인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노무현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은 남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를 강타하고 있는 회오리바람이 되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신드롬'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은 일단 2002년 들어서 나타난 새로운 정치적 이변임에 틀림없다.

노무현 신드롬은 어떻게 생겨났나? 왜 갑자기 노무현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대통령 후보로 부상했는가? 이것은 정치적 현상이기 때문에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노무현 자신은 과거나 현재나 큰 변화가 없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일부 언론들이 그를 의도적으로 무시하였기 때문에, 노무현은 인지도가 낮은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이라는 획기적인 대통령 후보 선출 방식을 도입하면서, 노무현 후보는 이제는 매스컴이 회피할 수 없는 인물로 떠올랐다. 더구나 울산과 광주에서 1위를 하면서 그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언론들조차도 보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소외계층, 서민계층의 폭넓은 지지**

노무현 신드롬은 단순히 경선이라는 새로운 정치제도의 산물만은 아니다. 그것은 노무현 후보가 대변하고 있는 사회집단 혹은 이념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이회창 총재나 이인제 후보와의 관계 속에서 볼 때, 노무현 후보는 여러 가지 경제적 이해, 정치적 기대, 사회적인 열망을 대변하고 있다.

먼저, 이회창 총재가 엘리트, 기득권 집단을 대표한다면, 노무현 후보는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3채의 고급빌라 사건, 아들 병역면제 사건, 손녀딸 해외 출산과 같은 이회창 총재에 관한 뉴스 보도들은 보통 사람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에 반해 노무현 후보는 상고출신으로서 보통 사람들에게서도 기대하기 힘든,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서나 기대할 수 있는 길을 걸었다. 노무현 후보는 소외계층 혹은 서민 계층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무현 후보의 지지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이인제 후보와 비교해서도 노무현 후보가 유권자들로부터 좋게 평가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이인제 후보가 여당의 조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지지는 당 조직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보다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무현 후보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기존의 정당이 모두 유권자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기존 정당의 권력 세력에 의해서 지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일반 대중에게는 거부감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탈 지역주의, 탈 노인정치의 열망 대변**

둘째, 노무현 후보가 지역주의 타파라는 일관된 정치 신념을 유지하여 많은 유권자들의 탈지역주의 열망을 독점하고 있다. 그가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패배를 무릅쓰고 지역구를 종로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등 현대 한국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지역감정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영남출신인 노무현 후보가 광주지역 경선에서 1위를 한 것은 현대 한국사회 지역주의의 희생자들이라고 볼 수 있는 전남 유권자들이 보여준 탈지역주의 열망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노무현 후보는 노인정치 청산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을 점차 대변하고 있다. 3김 정치의 청산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3김씨가 독점하는 정치의 청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든 세대가 정치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끝나기를 원하고 있다.

40대 총리나 대통령이 움직이는 서구에 비해서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는 70대에 의해서 움직여졌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노인 정치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만과 혐오는 극에 달한 수준이다.

노인들이 보여주는 독선과 아집으로 인한 여러 폐해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많은 유권자들이 젊은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노인정치의 종언'을 바라는 대중에 의한 정치개혁 바람이 노무현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상의 복합적 산물, 일시적 현상 아니다**

이렇게 노무현 후보는 사회적으로 젊은 정치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열망을 대변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경제위기 이후 서민들뿐만 아니라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대다수 유권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는 지역주의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탈지역주의 열망을 대변하고 있다.

물론 노무현 후보가 이미 이러한 점들을 내세우고 있었지만, 주요 언론들이 그의 존재를 무시하면서 그의 인지도는 경선 전까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하지 못했던 경선제도가 실시되면서, 그의 정치철학과 정책이 언론 매체를 통해서 널리 알려질 수 있게 되었다.

노무현 신드롬은 IMF 경제위기로 인한 불안정 계층의 확대, 기존 정치 구조에서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대중적 기대, 김대중 대통령의 실정의 결과로 도입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제도 등 복합적인 변화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드롬은 향후 이회창 총재나 이인제 후보와의 차별성 부각을 통해서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다. 한마디로 노무현 신드롬은 2002년 한국경제, 한국정치와 한국사회의 복합적 산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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