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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좀더 개혁적 후보 내자는 공감대 크다"

<현장보고>'DJ 실망감'이 '노무현 바람' 만들어

제주, 울산에 이어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지역 경선도 섣부른 예측을 깼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을 지켜 본 기자 역시 예상 밖의 결과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선 시작 2시간 전인 12시경부터 경선장인 광주 염주종합체육관 주차장은 관광버스들로 북적댔다. 버스가 한대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 내렸다. 후보 측 동원 인지, 지구당별 동원 버스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승합차도 분주히 오갔다.

경선장 내부 풍경도 개개인이 흩어져 있는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선거인단이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제주-울산 경선이 조직과 지역배경에 크게 좌우됐다는 분석 때문에 광주 역시 조직세 대결이 될 것이란 선입관이 강했던 탓일까. 한마디로 '조직 동원'의 느낌이 강했다.

또한 경선 현장의 분위기 역시 국민경선제 도입 이전 대의원들만 모여 투표를 하던 과거 전당대회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지후보별로 모여 앉아 그 후보의 연설 때 특히 한쪽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오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개표결과 발표 직전까지 기자는 "한화갑이냐 이인제냐" 점치고 있었다.

***"예전과 달라졌다. 지역보다는 인물이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이었다. 대다수의 예측이 또 빗나갔다. 조직의 힘을 '바람'이 깬 것이다.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흰색 '노사모' 단체티를 맞춰 입은 노무현 후보 측 운동원들은 방청석에서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며 "노무현"을 연호했다. 희비가 교차된 이인제, 한화갑 진영의 운동원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씁쓸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광주 경선을 위해 목포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한 노 고문 진영 운동원은 기대 이상의 결과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광주지역 선거인단이 가장 훌륭한 선택을 했다. 내일(17일) 대전 경선까지 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또 "(노 고문이) 영남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광주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은 애초부터 타당하지 않았다"며 "호남 사람들에게 지역 감정이니 하는 것은 모두 옛날 일이다. 오늘 결과가 그것을 증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의원 자격으로 투표에 참가한 김영준씨는 "생각했던 것 보다 노 고문의 표가 많이 나왔다"며 "한 고문의 표가 모두 노 고문에게 많이 몰린 결과"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광주 사람들도 이제 지역을 떠나 인물을 보고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달라진 광주의 민심은 경선장 밖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라디오를 통해 경선 결과를 들었다는 개인택시 기사 윤영보씨는 "예전 같으면 이인제씨나 한화갑씨 득표가 많았을텐데 (경선 결과를 지켜보니) 예전과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DJ 개혁 실패, 더 개혁적 인물 후보 돼야"**

이렇게 광주 지역민들조차 스스로의 선택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제주-울산 경선결과 1위로 나선 '노무현 바람', 이인제 후보 진영 김운환 의원의 구속, 이 후보가 '금품살포' 문제로 경고조치를 받은 점, 호남 후보는 본선에서 약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대한 공감대 등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선현장에서 발견한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DJ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광주지역 경선이 열린 염주종합체육관을 찾은 선거인단 및 방청객들은 저마다 지지후보는 달랐지만 현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에서는 이구동성이었다.

12분이 주어진 연설을 통해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민주당의 정통성이 있고 김 대통령의 개혁작업을 이어받을 수 있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광주지역 민심은 그러나 김 대통령의 '개혁작업'에 낮은 점수를 줬다.

국민선거인단으로 참석한 박천식씨는 "(김 대통령에게) 집권 초에 걸었던 기대가 많이 무너지고 있다"며 "친인척이나 대통령 측근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김 대통령에게 실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국민선거인단에 응모했으나 당첨되지 않았다고 밝힌 김영필씨는 "김 대통령의 개혁작업은 개혁작업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호남지역은 호남지역대로 '푸대접 받고 있다'는 느낌이 많다"며 "좀더 개혁적인 인물이 민주당 후보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노 고문이나 정 고문을 지지한다고 밝힌 그는 김근태 고문의 사퇴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정 고문과도 합치게 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대의원 자격으로 투표에 참가한 K씨도 "노 고문을 찍지는 않았지만 투표 결과에는 대체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각 후보 진영으로부터 3~4통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자기들 입장에서 여러 가지 입 발린 소리들을 하는데 그걸 실제로 믿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냥 호남 사람이니까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후보에 대해서는 무슨 대세론이니 하는 것에 따라다니지는 않는다 "고 밝혔다.

'DJ 대통령'을 만들어낸 장본인 광주지역민들이 각종 게이트로 병들어 간 현 정부와 DJ에게 실망감을 갖게 됐고, 이 실망감이 DJ와 가까운 한화갑 후보, 동교동계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인제 후보에게 타격을 주었다는 해석을 내려 볼 수 있었다.

대신 개혁적 이미지가 강하고, DJ나 동교동계와 거리가 있는 노무현 후보를 대안으로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본선경쟁력 있다"**

노 고문에 대한 기대심리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이제 노무현 대안론이 아니라 대세론이 퍼지고 있다"고 경선 결과에 고무된 노 고문 진영의 한 운동원은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광주시민들도 노 고문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본선 경쟁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투표권자는 아니라고 밝힌 김기문씨는 "이 고문이나 노 고문 정도가 (이회창 총재와의 대권 경쟁에서) 해볼만 하다"고 밝히고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면서 주변에서 노무현씨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 고문은 (이 총재와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 젊은 층에서 지지도가 높고 영남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진 후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호남에서도 신뢰도가 꽤 높다"고 주장했다.

***본선경쟁력 위주의 선택, 노무현**

결국 정치의식이 높기로 유명한 광주 지역민들은 대선국면 전체를 조망하면서 노무현 고문에게 1등을 안겨준 것이었다.

"DJ와 동교동계의 각종 비리문제가 대선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고, 이 경우 이들과 가까운 후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신 지역이나 연령, 성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이회창 총재에 맞서볼만한 노무현을 밀자."

이것이 광주의 이변, '노무현 바람'을 몰고 온 원동력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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