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은 시원시원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이다. 회담 분위기는 매우 진지하고 솔직했으며, 김정일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안부 인사 전달해줄 것을 거듭 거듭 요청했으며,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7일 전격 회동을 가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날 회동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날 정 장관을 통해 남한과 미국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유효성, 6자회담 복귀 가능성 등 '우호적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미국의 입장이 아직 확고하지 못한 거 같아 미국과 좀더 협의해 보겠다"며 '공'을 미국 측으로 넘겼다.
***김정일 "부시 대통령 각하 나쁘게 생각할 근거 없다"**
정 장관은 "6월 1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에게 미스터 호칭을 해서 분위기 좋아졌다'고 했고 또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경칭을 사용해 역시 최고 지도자간 상호 인정 과 존경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말하며 부시 대통령에 대한 평가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김 위원장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 각하라고 할까요" 반문하면서 "부시 대통령 각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 근거가 없다. 전에 푸틴 대통령 만났을 때 '부시 대통령은 대화하기 좋은 남자다. 대화하면 흥미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같은 취지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과거 클린턴 정부 때부터 미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고 우호적으로 대하려 했다. 협상 상대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내가 이런 생각 공개적으로 밝혀도 좋다"고 말했다고 정 장관이 전했다.
***김정일 "참여정부 화해 의지 잘 알아. DJ, 좋은 계절에 초청하겠다"**
김 위원장은 남한 정부에 대해서도 '화해 메시지'를 던졌다. 그간 북한은 조문 문제, 탈북자 대량 입북 문제 등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근 남북 차관급 회담이 재개하기 전까지 남북대화를 거부해왔던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남북 화해.협력 의지를 갖고 있는 것 잘 안다"고 현 정부에 대해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부정적 사안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었으며, 다만 "대외 정세가 나빴다"고 말해, 미국의 부시 행정부 때문에 남북관계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날 정 장관에게 각별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부를 묻는 등 6.15 정상회담 '파트너'였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호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김 전대통령을 좋은 계절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노대통령 "일관성 없는 태도나 말실수 조심해야"**
한편 정 장관은 이날 귀경 직후인 오후 9시께 청와대를 방문 노 대통령에게 회동 결과를 보고했다. 약 30분 가량 노 대통령 집무실에서 있었던 보고에는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배석했다.
보고를 듣고 노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긴 시간 성의있게 대화한 것은 의미가 크고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많은 성과 거뒀다"고 치하했다고 정 장관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염두에 두고 "모두 호의 가지고 노력하면서 잘 풀려 하는데 이 계기 잘 살려 성과 이끌어내야겠다"며 "일관성 없는 태도나 말실수를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후속조치를 빈틈없이 취해 좋은 결실을 기대한다"며 "격의 없는 대화로 상호 신뢰를 확인한 게 매우 좋은 성과"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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