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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김정일 독재자이나 이치에 맞는 말은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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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김정일 독재자이나 이치에 맞는 말은 수용"

"6.15, 출발 불안했으나 큰 기쁨 얻은 여행"

"6.15 남북정상회담은 한마디로 말해 매우 불안한 출발로 시작해 큰 기쁨의 성과를 얻어 돌아온 여행이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12일 저녁 6.15 남북정상회담 5주년 국제학술회의 기념 환영 만찬사에서 당시를 회고했다. 이날 독일 정부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독일 일등 대십자 공로훈장을 수여받은 김 전대통령은 더욱 감회가 새로운 듯 했다.

***"김정일 위원장 공항 마중 나오는지도 알지 못해"**

"5년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정상급회담의 국제적 관례에 따라 사전 협의를 위해 특사를 보냈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우리가 제시한 양국 정상 공동합의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김 대통령이 평양에 오면 모든 것이 잘된다. 그때 같이 협의해서 발표하자'라고 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김 전대통령은 당시 '불안한 출발'에 대해 밝혔다.

그는 "북측은 북한에 오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에 참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측에서 그것은 국민 감정상 어렵다고 대답하자 그러면 김 대통령이 평양에 올 필요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또 나는 김정일 위원장이 공항에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전대통령으 또 "북측은 자신들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고 생각하는 모 신문과 방송은 올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일부 기자를 제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단호히 거절하고 무조건 비행기에 동승시켰고 북한을 설득해서 묵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에 대해서도 김 전대통령은 "우리는 북측에 '당신들이 국민적 성역으로 생각하는 금수산 궁전에 참배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남한의 국민감정으로 봐서 대통령이 참배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합의를 해도 국민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참배 문제 하나 때문에 반세기만에 열린 민족의 대사를 망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재고해 달라고 설득했다"며 "이것도 결국 우리가 주장한 대로 됐다"고 밝혔다.

***"김정일, 독재자이지만 이치에 맞는 말하면 수용하는 사람"**

특히 이날 연설에서 눈길을 끈 것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평가였다.

김 전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같이 지낸 시간은 회담과 식사 등 포함해서 10시간은 될 것"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은 굉장히 다변의 사람이었다"고 김 위원장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말이 왔다 갔다 하면서도 자기가 할 말은 다하고 챙길 것은 다 챙겼다. 우리는 통일방안, 교류협력, 이산가족상봉,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 공동선언에 두 사람이 직접 서명하는 문제 등을 두고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양측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김 전대통령은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독재자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러나 이쪽에서 하는 말이 이치에 맞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수용하는 유연성도 보였다"면서 "국내외의 정세, 남한사회의 문제점 등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게 북한 측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김 전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내 인상은 그 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페르손 스웨덴 수상, 고이즈미 일본수상 등도 거의 비슷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 서울 답방 약속 지켜야"**

김 전대통령은 "나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문제를 설득하기 위해 한 시간 이상을 이야기하면서 '당신은 세상이 다 아는 효자고 동방예의지국의 도덕을 존중하는 사람인데, 당신보다 20년이나 위인 내가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당신이 나를 답방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떻게 동양도덕에 맞는 일인가'라고 말했더니 그때 비로소 자기 고집을 굽히고 서울 답방에 동의했다"며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약속하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은 전라도 사람이어서 그렇게 고집이 셉니까?'라고 저에게 말해서 내가 '왜 나만 전라도 사람이냐? 김정일 위원장도 내가 알기로는 전주가 본이라고 들었는데 그러면 전라도 사람이 아니냐'고 말해 우리 모두 크게 웃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6.15 공동선언은 대체로 양측이 모두 윈-윈의 합의를 이룩해낸 성공적인 회담이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라면서 "이것은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김 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 첸지첸 중국 전 부총리, 도널드 그렉 전 주한미대사,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교수,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교수,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 해외 인사를 비롯해, 이해찬 국무총리,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등 현 정부 인사, 임동원 전 국정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조순용 전 정무수석 등 국민의 정부 인사들도 참석했다. 또 열린우리당 김명자 배기선 의원, 민주당 김종인 김효석 의원 등 정치인, 박권상 전 KBS 사장,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고문, 정창영 연세대 총장, 고은 시인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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