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0일(한국 시간 11일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무기 보유 불용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에 대해 합의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현재 굳건한 상태에 있으며 많은 현안을 호혜적으로 해결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취할 강경대응 및 일본의 유엔 안보리 가입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부시 "북한이 미국 위협받는다 생각하는 것 이해할 수 없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이 최근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보내온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조속한 복귀할 것을 기대했다"고 회담이 끝난 뒤 반기문 장관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양국 정상은 또 "북한이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조치를 하지 말고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면 한미 양측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실질적 지원 방안은 지난 3차 6자회담 때 미국이 제시한 방안으로 "북한에 대한 다자안전보장과 에너지를 포함한 실질적 지원이 가능함은 물론, 궁극적으로 미국과 보다 정상적 관계(more normal relations)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반 장관이 전했다.
'보다 정상적 관계'의 의미에 대해 반 장관은 "북한과 미국도 핵문제가 해결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을 지킬 때 수교 문제를 얘기할 수 있다"며 "미-북 간에 수교문제는 이를 협의할 단계가 아니므로 국가 간에 있을 수 있는 정상적인 관계를 협의해 나갈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하지 않을 것임을 수차 재확인했음에도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위협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북한측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반 장관은 전했다.
***부시 "북핵, 한국과 미국이 한 목소리"**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후 노 대통령과 함께 짧게 가진 언론과의 회동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오늘 회담에선 이 중요한 이슈에 있어 한국과 미국이 한 목소리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며, 한.미간 북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나는 6자회담이 필수적(essential)이라는 점에 대해 동의했다"며 북한에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우리는 '미스터 김정일(Mr.kim Jong-il)'이 그의 무기를 포기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양국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6자회담에 참가하는 나라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한 목소리로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향후 방향에 대해 지난해 6월에 제안했다"며 "그것도 합리적인 제안이며 우리는 아직도 그 제안에 대한 북한측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6자회담에 북한이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盧 "한미동맹, 한두가지 작은 문제 있지만 돈독해"**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번에 부시 대통령을 네 번째 만나는데 우리가 만날 때마다 항상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혹시 무슨 이견이 있는지 걱정들을 많이 했는데,만날 때마다 항상 확인하는 것은 '우리 사이에는 이견이 없다', '기본 원칙에 있어 완벽하게 합의하고 있고 또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상호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관련, "한미간에 중대한 불협화음이 있지 않나 걱정하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실제로 대통령 각하를 만나서 대화한 결과는 중요한 문제는 다 이미 해결됐고, 그리고 한미동맹은 돈독하고 또 앞으로도 돈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두 가지 작은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이런 문제들은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런 소견을 얻었다"고 말한 뒤, 부시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이 잘 돼 가고 있다고 해도 괜찮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동맹이 매우 강하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솔직한 평가를 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과정에 전날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있었던 미군 차량 사고를 언급하며 "오늘 미군의 차에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한국 여성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기에 깊은 유감과 조의를 표하며 그 가정에게도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리고 대통령 각하께서 이렇게 슬픈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가지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서 감사하다"며, 특히 전날 발생한 미군 차량에 의한 사망 사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조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관련한 불행한 사태에 대해 조의를 표해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한국 정부가 세계에서 3번째 규모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한 것에 대해 거듭 사의 표명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 과정에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사용한 "좋은 자문" "솔직한 평가"란 표현은 일반적으로 이견이 있을 때 쓰는 외교적 수사여서, 양국간 견해 차가 완벽하게 좁혀지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장관은 "일반적인 의미의 발언"이라며 이견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해선 이날 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으며,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동맹관계 유지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얘기가 나왔지만 양 정상간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장관, 외교국방장관간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제의했고 부시 대통령도 거기에 대해 동의했다"고 반 장관이 전했다.
***부시, 한일 관계에도 관심 표명**
이어 업무오찬회동에서는 양국 정상은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남북관계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남북간 화해와 협력, 남북대화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며 북핵문제를 촉구하는 유용한 통로인 남북 장관급회담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으며, 노 대통령은 최근 남북관계의 진정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조화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고 반 장관이 밝혔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선 "노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우리 관심을 설명했고, '북한 인권문제에 실질적으로 개선이 될수 있는 방향으로 도움을 주고있다. 인도적 지원과 남북교류를 통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반 장관이 전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방안 등에 대해선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고 반 장관이 밝혔다.
또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과의 최근 관계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고,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대일 정책과 동북아 정세의 핵심 사안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라이스 국무장관과 회동에서 이날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 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반 장관이 밝혀, 일본의 안보리 가입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한국의 반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반기문 "부시-노대통령 생각 다르지만 이견 없이 발표한 게 중요"**
그러나 이같이 외형적으로 큰 이견없이 회담이 끝난 뒤 비치나, 내부적으론 상당한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징후도 발견되고 있다.
반 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제재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냐"는 질문에 "구체적 방안을 협의하진 않았다"고 부인햇다.그는 "우선 양 정상간에 뉴욕 채널에서 북한이 긍정적 시그널을 보낸 것도 있으니까 북한을 조속히 6자회담 테이블에 오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었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기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집요하게 따져 묻자 "지금 현재 이 단계에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전제로 토의하고 이런 내용이 알려질 경우 6자회담 재개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으로 여기서 협의 내용을 다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평소에 생각하는 게 꼭 그렇게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내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바깥으로 발표될 때는 아무런 이견없이 발표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교적인 관례는 정상회담이라든지 중요한 회담의 경우 자세한 부분은 전부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이 외교적 노력이 소진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준하는(up to the point of a military response) 것도 지지할 것"이란 알려지면서 최대 관심을 모았던 북한에 대한 압박.대응책을 논의했냐는 부분에 대해 반기문 장관은 "구체적으로 여기서 협의 내용을 다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사실상 논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또 "내주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서울에 오기로 돼 있으니까 그 기회에 수석 대표간 협의도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에는 한국측에서 반기문 외교장관, 홍석현 주미대사,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이상희 합참의장, 조기숙 홍보수석, 윤병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장,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이 참석했다.
미국측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콧 매클렐렌 백악관 대변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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