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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盧, 4.30 참패 이후 여소야대 국면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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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盧, 4.30 참패 이후 여소야대 국면 고심"

"갈등 조정,합의도출 과제에 무력감 호소"

4.30 재보선 참패,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에 대한 의혹, 북핵 갈등 고조에 따른 북.미 관계 및 한.미 관계 악화,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검찰개혁방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 2008년도 대학입시안을 반대하는 고교생 시위 등 국내외 난제가 산적해 있던 5월초 노무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며칠동안 청와대 내부 보고서를 처리하지 않았었다고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5일 밝혔다.

***노대통령 "그냥 피곤하고 바빠서..."**

"요즘 보고서를 왜 안보고 계시냐"는 부속실의 질문에 노 대통령은 "그냥 피곤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5월8일 우즈베키스탄.러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꺼번에 미뤄뒀던 보고서를 처리하면서 몇몇 보고서엔 짧게 "바빠서"라는 코멘트만 적어 내려보냈다고 한다. 평소 보고서 하나하나에 꼼꼼한 코멘트를 적어 내려보내던 노 대통령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고, 당시 노 대통령의 '심기'가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어려움이 그다지 해소되지 않고 최근 행담도 개발 사업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까지 알려져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조차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당정분리 정책과 청와대 인적 쇄신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하고 나서자 윤태영 비서실장은 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국정일기'를 통해 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했다.

***노대통령 "국민이 준 '여소야대' 어떻게 이해할지 고민"**

노 대통령은 "88년 이래 우리 국민은 대통령에게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주지 않았다. 여당은 정계개편이나 의원 빼오기, 지역연합으로 이를 극복했지만 결국 다음 총선에서는 다시 여소야대가 됐다"며 "이런 구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고 윤태영 실장이 전했다. 지난 4.30 재보선으로 '여대야소'에서 다시 '여소야대' 국면으로 넘어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연정을 이야기하면 모든 국민이 '야합'이라며 기분 나빠 하고, 우리와 같은 당론투표 구조 하에서는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정책 설명을 하기도 어렵다"며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제는 어려움이 있지만 각기 책임을 분담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나가야 한다"며 당정 분리 원칙을 고수할 것을 거듭 밝힌 뒤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유리한 일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내일과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자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는 물과 같다. 일직선으로 가는 강을 아직 못 보았다. 갈지자로 바다를 향해 간다. 정치는 강의 흐름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최근의 어려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다분히 어려움의 원인을 청와대에서 찾고 있는 여당 의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당정 분리 원칙과 관련 윤 실장은 "대통령은 당도 지배하지 않는다. 당직임명권도 공천권도 없다. 계보를 꾸릴만한 돈도 없지만, 계보로 불릴 만한 의원들의 집합도 없다"면서 "이렇듯 대통령은 권력 유지에 사용되던 권력, 그러나 변화된 대통령직에서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권력들을 모두 손에서 놓았다. 어쩌면 공직 인사권만이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권한일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도덕성만이 대통령 권력의 기반이 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것은 어떤 힘으로도 되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며 변함없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노대통령 "내게 주어진 과제, 증오와 분노 해소하는 것"**

노 대통령은 또 "청문회 스타가 되었을 때 정치를 왜 시작했냐는 물음에 '분노 때문에 시작했고 지금도 식지 않아서 한다'고 대답했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는 한국사회에 있는 '증오와 분노'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 실장이 밝혔다.

이같은 발언의 배경에 대해 윤 실장은 "5월 초의 어느 날, 대통령은 언론보도를 보면서 한숨을 지었다. 사개추위, 검경수사권, 교원평가제, 대입제도와 고1의 시위 등등. 갈등과 관련된 보도를 접하면서 대통령은 무척 난감해하며 힘겨움을 토로했다"며 "대통령은 요즘 부쩍 '통합의 위기'를 말한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금 우리 사회의 과제는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것이라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노대통령, 월요일 총리, 화요일 책임장관과 오찬"**

윤 실장은 또 이날 노 대통령의 일상을 소소히 공개했다.

노 대통령은 기상(오전5시) 이후 직접 개발한 스트레칭 요가를 40-50분간 매일 꾸준히 하고, 조찬 전까지 연설문 등 급한 보고서를 읽는다고 한다. 5월 들어서는 외부손님과 함께 조찬을 하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장관이나 수석 급 인선이 있을 때에는 주로 조찬을 활용해 후보자에 대한 일종의 면접을 한다.

노 대통령은 조찬 후 수행비서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관저에서 본관에 도착하면 일정이 본격화되고, 2층 집무실에 도착하는 와중에도 사실상의 보고 또는 지시가 시작된다고 윤 실장이 전했다.

오전 첫 행사 시작에 앞서 노 대통령은 권찬호 의전비서관으로부터 일정 가운데 핵심 포인트를 전달받고, 윤태영 부속실장으로부터 비서실의 상황이나 대응이 필요한 언론보도 내용을 보고받는다. 또 김우식 비서실장이 5-10분 동안 보고를 하고 주요 정책이 결정되는 회의나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수석·보좌관이 사전보고를 한다.

노 대통령이 오전 회의에서 30-40분가량 지시 또는 언급을 하며, 보통 오전 회의가 끝나는 11시30분 이후 오찬 전까지는 국내언론보도 분석을 읽는다. 국내언론비서관실의 보도분석은 노 대통령이 거의 유일하게 오프라인 형식으로도 처리하는 보고서이며, 외국 순방 중에도 빼놓지 않고 필독한다.

행사성이 아닌 오찬은 대부분 본관 집무실 근처에서 이루어지며 월요일은 국무총리, 화요일은 분야별 팀장 장관 오찬으로 고정돼 있고, 월요일 오찬에서 주요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다면, 화요일은 정보공유의 성격이 짙다고 윤 실장이 전했다.

오찬이 끝나고 휴식시간 이후에 오후 행사가 시작된다. 중간중간 노 대통령은 필요한 보고를 듣고 온라인 보고서를 듣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외부 손님과의 만찬은 두 시간 이상 걸리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9시 뉴스를 챙기기 위해 9시를 넘기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취침시간은 밤 12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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