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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당얘기 들어라" vs 이해찬 "당내 조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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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희상 "당얘기 들어라" vs 이해찬 "당내 조율부터"

국정 주도권 놓고 치열한 설전, 이해찬 '대통령 자문위' 성토도

"정부는 당의 소리에 귀 좀 기울여라. 그래야 당도 살고, 정부도 산다." (문희상)
"당 지도부가 중심을 좀 잡아라. 의원 스펙트럼이 커 기준잡기 어렵다." (이해찬)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이해찬 국무총리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무주 워크숍에서 지지율 급락의 원인중 하나를 '거수기 역할'에서 찾은 열린우리당은 "당정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결론에 내리고 정부를 몰아쳤고, 이에 대해 정부는 당론도 없이 사분오열된 의견만 전달하는 우리당부터 교통정리를 명백히 하라고 맞받았다.

*** 문희상 "정부 정책결정에 당의 검증 거쳐야"**

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우리당 문희상 당의장은 "당이 정부보다 먼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보다 한발 앞서서 대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 테니 정부도 당에서 하는 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 달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날 모임은 이해찬 총리를 비롯해 정동영 통일부장관, 오영교 행자부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각 부처 장, 차관들이 국회로 총출동한 자리였다.

문 의장은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활발하게 당정협의를 해 오고 있어 현재 당정협의는 양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문제는 내용"이라며 "최근 지역건강보험 국고지원 삭감이라든가, 부동산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문제 그리고 어제 발표된 자영업자 대책, 재래시장 대책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당의 충분한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정부정책의 문제점을 나열했다.

문 의장은 특히 1일 정부가 발표한 영세자영업자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장논리를 적용시켜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경제적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문 의장은 "정부가 재래시장 퇴출이라는 단어가 나오도록 한 것은 재래시장 상인들에게는 아픔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사려 깊게 배려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앞으로 국민 생활에 부담이 되거나 중산층 서민의 삶의 질에 직결되는 정책을 수립할 때는 사전에 당이 검증하는 절차가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쇠락하고 있는 문제 재래시장들을 퇴출시키고 앞으로 제과점 등의 창업을 허가제로 바꿔 영세 서비스업의 난립을 막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영세상인과 빈민들로부터 "정부가 탁상행정으로 가난한 국민들을 죽이려 한다"는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정세균 "당정이 말 다르니 국민 혼란스러운 것" **

정세균 원내대표도 "지난 워크숍을 통해 우리당 의원들은 정책결정을 하기 없어 정부와의 충분한 조율 통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점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범여권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거나 다른 얘기를 해서 국민들이 여권을 믿을 수 없다거나 혼란에 빠진다는 말이 없도록 감안해 달라"며 정부를 다잡았다.

정 대표는 앞서 문 의장의 발언 강도를 의식한 듯 "나까지 세게 말하면 정부가 벌컥 뒤집힐 것 같아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정부가 일단 정책을 발표하면 국민들은 정부여당의 정책으로 생각하고 그 책임을 당에도 물으니 정부가 사전 협의를 잘 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예전에는 당 회의실에서도 당정회의를 많이 했는데..."라며 "지금부터라도 국무위원들을 당으로 모셔 회의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당정협의가 주로 총리공관에서 열려 정책을 총리가 주관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한 반격인 셈이었다.

*** 이해찬 "당 내부 조율 먼저해라"**

우리당 지도부의 질책성 발언에도 시종 여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이 총리는 마이크를 넘겨받자, 특유의 직설법으로 우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총리는 우선 '당정협의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협의의 양으로 치면 예전 정부의 3배 정도가 되고 내용에 있어서도 충실해 처음에는 이견이 있던 일이 점차적으로 거의 일치해 가는 과정을 쭉 거쳐왔다"며 "당정간 논의는 충실하면서도 합의가 잘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협의 장소가 총리 공관에 편중됐다'는 불만에 대해서도 "그간 국회에서도 당정협의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이 총리는 특히 "특정한 사안을 갖고 당정간에 논의를 하다 보면 충분히 합의가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일부 문제점을 시인하면서도, 근원적 책임을 우리당쪽으로 떠넘겼다.

이 총리는 "정부부처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 하면 우리당 의원이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의견이 너무 다양해 협의의 기준 잡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며 "당의 정조위에서 어느 정도 중심을 잡아주고 그때부터 부처와 협의를 하면 협의의 축이 형성될 수 있다"며, 우선 당이 당내 혼선부터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이 총리는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당 의원들이 개성이 강하고 입장차도 커 정부가 우리당과 입장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재차 여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하지만 최근 여론의 거센 비판을 사고 있는 정부의 영세자영업자 대책에 대해선, "자영업의 진입과 진출이 장애를 받을 수 있어 보다 섬세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자영업자 대책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마련하는 안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해찬 "대통령 위원회 관리체계 세워나가겠다"**

한편 전병헌 대변인에 따르면, 이 총리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행담도 사건 관련, 동북아위원회가 양해각서 체결을 한 것은 권한을 오버한 측면이 있다"면서 "대통령 자문위는 자문하고 건의하는 기관이지 집행기관은 아니다. 면밀한 관리체계를 세워나가겠다"고, 앞으로 대통령 자문위의 월권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는 "대통령 자문기구의 역할과 권한,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게 좋겠다"는 정장선 의원의 요구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리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도 "권력 중반기를 넘어가면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건 해야겠다는 세력이 생겨날 수 있다"며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엄정하게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며 민정수석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지고 관리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해, 향후 대통령 자문위의 월권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그는 또 오일게이트, 행담도 의혹과 관련해서도 "내가 판단하기에는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문제는 분수를 안 지키고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난, 합리성이 없는 일을 했다는 점"이라고 대통령 자문위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에 대해 자문위 총괄책임자인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크게 잘못된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기간 당-정-청간 책임공방은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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