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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게이트'가 향후 정국 가른다

설 민심 '심리적 봉기'ㆍㆍㆍ민주 경선 뒷전으로

설이 다가왔지만 서민들의 마음은 우울하기만 하다. 경기가 살아난다지만 강남 부자동네 사람들의 얘기고, 주택 가격은 날로 뛰는가 하면 전세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 시름겹기만 하다.

사는 것도 고달픈데 웬 '게이트'는 그리 많이 터지는가. 국정원 등 그 많은 국가기관이 대통령 인척 한 사람에게 놀아난데 분통 터지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특별검사가 비리규명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몸통'의 언저리를 맴도는 듯한 태도에 부아가 치민다.

'이형택 씨 비자금 계좌를 알다 말았다'는 보도는 또 뭔가. 청와대 안방이건 건넌방이건 의혹의 핵심을 왜 밝히지 못하나.

당연히 올 설 연휴 젯상머리 화제는 게이트에서 시작해 게이트로 끝날 것 같다. '설 민심'의 향배는 6월 지방선거, 8월 국회의원 재보선과 12월 대통령 선거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젯상머리 첫 화두, DJ 친인척 게이트 추문**

지역적으로 차이야 있겠지만 국민들은 각종 게이트로 '심리적 봉기' 상태다.

정현준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이형택 해저 보물 게이트에 이르면서 김대중 대통령 주변 내로라하는 실세들 가운데 성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신광옥 민정, 이기호 경제, 박준영 공보수석이 게이트에 직간접으로 개입해 낙마했고, 신승남 검찰총장, 안정남 국세청장, 김은성 국정원 차장 등 권력의 중추가 모두 무너졌다. '할복자살하겠다'던 신광옥씨의 수갑 찬 모습은 바로 비리에 갇힌 현 정권 권력 실세들의 진면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그렇다 치자. 이형택은 뭔가. 그는 이희호 여사 오빠의 아들로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친척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DJ 비자금 총책'으로 지목돼 야당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가 많은 돈을 보관해 온 것은 사실이 아닌가.

이번 설연휴 민심이 심리적 봉기의 수준에까지 이를지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거칠 것 없었던 행태를 보면 마치 부통령이나 다름없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움직여 국정원 차장에게 연락하고, 국정원 차장은 목포지부에, 해군에, 해경에 해저보물 탐사를 지휘하고, 검찰총장과 어울려 골프를 치면서 이용호 구명운동을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김 대통령 차남 홍업씨에게도 선을 대려고 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설상을 앞에 두고 앉아 이 정도의 대화로 만족할까. 절대 아니다.

이형택이 20조원에 달하는 해저보물을 어디에 쓰려고 했는지, 그가 차지하기로 한 이익금 3조원으로 뭘 하려고 했는지, 국정원이 보물의 존재 가능성을 보고한 문건이 이기호 수석에게만 전달됐는지, 이 수석이 국정원 보고 내용을 거짓으로 말한 이유가 '윗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가능한 온갖 추측과 분석을 할 것이다.

아울러 이씨의 비자금 계좌에 있었다는 뭉칫돈과 DJ 비자금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상상하는 것도 말리기 힘들다.

***뒷전으로 밀려난 민주당 경선**

민심의 결론은 자명하다. 분노한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가 분노하는 고향 민심을 곱씹으며 서울로 돌아올 것이다.

이용호씨가 해저 보물을 증시에 띄워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을 착복했고, 여기에 이형택씨가 가세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주식투자자가 어디 있을 것이며,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예금보험공사 전무인 이형택씨의 국정 농간에 분개하지 않을 구조조정 금융인들이 어디 있겠는가. 간첩 잡으라는 국정원이 바다 속 보물에 관심을 가졌다면 '잘했다'고 칭찬할 수 있겠는가.

이형택 게이트는 청와대가 특검의 사정권 언저리에 들어와 있음을 말해준다. 이기호 수석 윗선의 개입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건 청와대만이 아니라 여권 전체, 특히 여당인 민주당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했다지만 뿌리는 김 대통령이다. 이형택 게이트 수사를 예단할 수 없지만 여러 '핵심' 중 민주당 인사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뒷전에 밀리게 된다. 국민참여 경선제로 모처럼 분위기를 잡았는데 또다시 게이트가 터지고 실세의 연루 사실이 드러난다면 후보들은 경선에 앞서 여권과의 차별화에 나서야 할지 모른다.

최근 터진 위성방송기 생산업체인 '한별 텔레컴'의 주가조작 사건이 상징적인 예다. 이 사건에는 이미 청와대와 민주당 실세 및 금감원 간부들의 연루 의혹이 짙다. H씨, K씨 등 게이트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 또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만약 이중 한 사람이라도 한별 게이트에 연루됐다면 민주당은 경선에 앞서 소용돌이 속에 빠질 것이다. 일사분란하게 팀웤을 갖춰 야당후보와 경쟁해도 부족할 마당에 내부 진용의 붕괴가 얼마나 치명적일지 설명이 필요 없다.

***추가로 터질 게이트 폭로와 억제가 향후 정국 관건**

이미 야당은 이용호 게이트와 유사한 벤처비리 서너개가 올 여름에 터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 중 일부는 증시에서도 구체적으로 그 이름이 거명되고 있을 정도다. 또 야당은 여권 실세들의 개입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야당이 6월 지방선거, 8월 국회의원 재보선, 12월 대선이라는 정치일정 사이에 교묘하게 게이트를 폭로하고 여권이 이를 해명하고 수습하는 데 몰두한다면 선거양상은 어떻게 전개될지 쉽게 예상된다.

특히 야당은 민주당내 최대 계파인 동교동계를 겨냥해 게이트 폭로를 집중할 것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동교동계 주류가 이인제 고문을 지원하고 있다는 상황과 관련 있다. 동교동계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효과와 함께 이들의 지원을 받는 이 고문의 도덕성 실추를 함께 노린 전략이다.

아울러 야당은 집권세력이 벤처를 부양하면서 각종 선거자금을 여기서 조달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게이트 폭로는 이미 확보한 벤처 뭉칫돈을 선거에 동원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더 이상 조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도 겨냥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 설 연휴는 민심도 민심이지만 향후 정국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심이 악화되면 이를 진정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6월부터 숨가쁘게 닥쳐오는 정치일정에다 야당이 벼르는 추가 게이트 비리는 악화된 민심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향후 정국의 관건은 게이트를 누가 열심히 폭로하고 억제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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