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위의 대부업법 개정안은 고금리 사채의 피해에 노출된 서민들이 여전히 연 66%의 폭리 부담을 안게 됐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개인간 사채의 고금리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 ▲대부업체가 대출 과정에서 각종 부대비용을 이자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연 66% 이상의 이자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 ▲중소기업에 대출 시 무제한의 이자율이 허용된다는 점 등 사실상 폭리 구조를 합법화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4월28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논평)
민주노동당 중앙당이 당의 정체성을 걸고 강도높게 비판해온 '대부업법 개정안'에 당 소속 의원들이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전원 '찬성' 표를 던지면서 민노당이 '정체성 논란'에 휘말려들고 있다. 의원단은 "일단 찬성해주고 추후 개정해나가면 된다"는 입장이나, 중앙당은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를 의원단이 안일하게 바라봤다"고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의원단, "약간이라도 개선된 부분이 있어 찬성"**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오는 2008년말까지 대부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대부금에 대한 이자율을 연 66%로 제한하고 이른바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물깡'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채무자의 소재파악이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족, 직장동료 등 관계인에 대한 연락을 금지토록 해 불법채권추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회사가 회계부정 신고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 종전의 법에 대해 일정 부분 개선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그동안 재경위 공청회 등에서 "고금리 사채 양성화를 위해 지난 2002년부터 대부업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연 66%에 달하는 고금리를 허용함으로써 서민금융이용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은 전혀 충족되고 있지 않다"며 "최고이자율을 40%대로 인하해야 한다"고 개정안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면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당연한 '반대', 혹은 '기권'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결과는 재석의원 2백34명 만장일치의 전원 찬성.
심상정 의원측은 법안 통과 직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부족함이 많은 개정안이긴 하지만 대부업을 개선하는데 악화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약간이라도 개선된 부분이 있는 만큼 반대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찬성표를 던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자율 제한 등 우리가 낸 법안의 핵심 사안이 누락되긴 했지만, 심의과정에서 다른당과 차이가 많아 6월 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 했고, 재경위원장으로부터도 이에 대한 확답을 받았다"고 '추후 재논의'를 강조했다.
김성희 부대변인도 "부족함이 많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심 의원이 개정안 마련 과정에 일정한 개입을 해서 진전시켰는데, 그런 법안에 선을 긋고 비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오전 의원단 회의에서 찬성입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당, "의원단 문제의식이 결여"**
그러나 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뒤통수 맞았다'는 반응 속에 "어떤 식으로건 반드시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반발했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본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이 과거에 비해 개선된 내용을 부분적으로 담고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법안에 찬성하는 것은 '대부업법의 육성'이라는 목적을 인정하는 것으로, 진보정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태경 정책실장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의원단의 문제의식이 결여돼 있다"며 "민생을 그토록 강조하고 있음에도 3백만명 이상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중요한 민생 사안에 대해 의원단이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금리와 관련된 부분이 누락됐고, 제도개선이 미비한 부분이 있어서 최소한 표결시 기권 또는 반대해달라는 의견을 의원단에 전달했는데 소통이 안된 것 같다"고 난감해했다.
송 실장은 "의원단은 '6월에 금리제한이 된다'는 전제하에 일단 찬성해주자는 것이지만 현재로선 이것이 현실화되기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4월에 개정안에 찬성해 놓고 6월에 다시 개정안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역시 법안이 표결처리 된 후에도 "법사위에 계류중인 줄 알았다", "다음주에 조정회의를 하기로 했었다"고 말하는 등 본회의에 상정된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어 민주노동당의 정책조율 시스템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11일 주대환 정책위의장, 심상정 의원,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이 참여한 가운데 조정회의를 거치기로 해 이에 대한 중앙당과 의원단의 '시각차'가 좁혀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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