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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은 이인제 '왕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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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계개편은 이인제 '왕따'용?

지방선거 패배하면 이인제 빼고 모두 신당으로

민주당 권노갑씨 캠프가 이상하다.

이인제 고문을 대선후보로 밀어온 동교동계가 은근히 이 고문으로부터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이 고문은 권씨의 핵심측근 이모 의원을 선거사무장으로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그의 완강한 고사로 물거품이 돼버렸다.

급기야 권노갑씨는 31일 “후보경선에서 특정후보를 내놓고 지지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뱉었다. 그간 ‘국민지지가 높은 후보를 밀겠다’며 사실상 이인제 고문 지지를 선언해 온 그로서는 뜻밖의 말이 아닐 수 없다. “권노갑씨가 이인제로부터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즉각 나온 것은 당연하다.

이어 권씨는 곧 하와이로 출국할 계획이다. 민주당 경선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피해 나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그의 측근 몇몇이 외국에서 귀국하지 않는 것과 맞물려 이런 추측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권노갑의 방향 선회와 정계개편 추진**

권씨의 최근 행보는 정치권에서 정계개편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내각제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민주당내 김 대통령 직계부대인 정치개혁포럼 역시 민주-자민련-민국 3당 합당과 내각제를 표방하고 나선 것과 권노갑씨의 최근 움직임이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양측의 공통점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앞서 2월, 늦어도 3월까지는 내각제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JP 쪽은 신당을, 정치개혁포럼은 3당 합당을 말하는 정도다.

정당형태가 무엇이건 양측의 입장을 관통하는 중대한 기류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되기 앞서 판을 다시 짜자는 것이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인제가 후보가 되기 전에 판을 흔들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고문이 후보가 되면 자기 중심의 개편을 요구할 것이 뻔하고 그렇게 되면 정계개편은 불가능하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이 고문 측 입장에서 JP가 합당에 응해 자신을 지지해주는 것까지는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각제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대선에서 타격을 입기 때문에 권력구조라는 본질문제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계개편은 이인제 ‘왕따’용?**

그렇다면 왜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전 정계개편이 추진되는가.

한마디로 ‘이인제 왕따’ 작전이나 다름없다. 이 작전은 ‘이인제로는 대선 필패(必敗)’라는 패배주의에서 출발한다. 이런 인식은 YS와 JP 진영에서부터 이 고문을 지지해온 권노갑씨 주변에서도 읽힌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영남의 지지가 필수적이지만 이 고문의 영남 득표력은 극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인제 때문에 김대중이 대통령이 됐고, 김대중 때문에 영남이 망했다. 결국 이인제를 찍는 바람에 망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선거에서 이기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 고문이 후보가 되기 전에 정치판을 개편해 원천적으로 후보문제를 재검토해 봐야 하지 않느냐는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일단 이 고문이 후보가 되고나면 그를 다시 끌어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진다는 것은 이 고문의 성격상 정확한 분석이다. 민주당내에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 이 고문이 후보라 해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가 순순히 물러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거사를 한다면 이 고문이 후보가 되기 전이라는 입장이다. 이 고문이 3당 합당과 내각제에 호의적 또는 유보적 태도를 보여 오다 갑자기 ‘불가’를 주장한 것도 이런 노림수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인제만 남겨 놓고 신당으로 간다?**

자민련의 정계개편 창구인 조부영 부총재가 31일 “(신당에) 민주당 대선주자들을 다 안고 갈 생각이 없다”고 한 말에서 “여차하면 이인제도 버리고 간다”는 신당 추진세력들의 ‘속내’가 읽혀진다.

신당세력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는 또 “일부 대선주자들이 빠져도 내각제에 찬성해 신당에 참여할 의원은 많다”고도 했다. 이인제 고문이 반대하면 그를 민주당에 ‘남겨 놓고’ 소속 의원들을 이탈시켜 고립시키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인제 ‘왕따’ 움직임과 권노갑씨 등 동교동계의 이상기류가 연계되어 있는가.

권씨는 일단 ‘경선 전 합당은 어렵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정계개편이 불가능함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인제 고문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 고문에 대해 명시적 지지를 말한 적이 없다”고 ‘중립’을 강조했다. 따라서 시간상 정계개편은 무리지만 민주당 경선을 지켜본 뒤 다시 정계개편이든 뭐든 생각해 보겠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말하자면 이인제 고문이 후보가 되겠지만, 그 후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다른 선택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에는 패배가 확실한 후보를 내세워 자해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고 보인다.

***6월 지방선거 결과가 이 고문 운명 갈라**

결국 이인제 고문의 운명과 정계개편은 6월 지방선거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이 고문을 앞장세운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책임론’과 함께 ‘이인제 필패론’ 때문에 후보교체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고, 이런 움직임은 정계개편 추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고문이 신한국당 경선불복의 사유로 주장해 온 ‘사정 변경’이 부메랑으로 그에게 정확하게 돌아가는 격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인제 고문이 후보사퇴를 거부할 경우 (그럴 가능성이 100%지만) 사태는 복잡해질 것이다. 필패가 뻔한 후보를 내세우지 않으려면 이 고문을 반대하는 세력이 그로부터 떠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추진돼 온 신당일 것이다.

권노갑-한화갑씨의 동교동계는 물론 반(反)이인제 세력 등 민주당 주류세력이 대거 이탈해 이 고문을 군소정당 후보로 전락시키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앉아서 당하느니 이쑤시개로 찔러라도 봐야...”**

그러면 내각제 신당파들은 뾰족한 후보가 있다는 것인가. 검토중인 인물은 이수성 전 총리, 김혁규 경남지사,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등이다. 파괴력에서 이 고문을 능가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김종필 총재 역시 한자리 지지도로는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

그래서 나오는 애기가 3김 공동후보다. 후보는 미약해도 DJ-YS-JP가 똘똘 뭉쳐 반(反)이회창 전선을 구축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DJ의 책사 박지원씨가 정책특보로 청와대에 재입성한 것도 이런 기류와 선이 닿아 있다는 관측이 많다. 박 특보와 김윤환 민국당 대표는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사무실을 내고 자주 만나온 사이다. 정계개편에 관해 수없이 많은 토론과 논의, 나아가 도상연습을 하지 않았나하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도상연습이 많았다 해도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YS의 내각제 반대 소신 때문에 여의치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울러 DJP가 내각제 대국민 약속을 깔아뭉갠 처지에 이를 다시 들고 나온다면 국민들로부터 조롱당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론을 미리 낸다면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를 제외한 정치권 이런 저런 세력과 인물들이 추진하는 정치판 흔들기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정계개편 핵심인사에게 물어봤다. “실현 가능성도 없는 신당은 왜 꺼낸 것입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만 있으면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이 될 텐데 앉아서 고스라니 당하느니 이쑤시개로 찔러라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느니 독이라도 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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