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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8월 재보선에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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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8월 재보선에 나오나

공천 빌미 이회창-YS 야합, 비난 높아

참으로 괴이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오는 8월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한다는 설이 자욱하다. 그것도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부산경남의 한 선거구에서 나온다는 해괴한 소문이 그것이다.

설과 소문만이 아니다. YS 측근들은 현철씨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데 기를 쓰는 인상이고 한나라당에서도 전적으로 부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소산(小山)이라 불리며 문민정부에서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대선잔금을 돈세탁한 장본인으로 지목받아 감방까지 갔다 온 그가 과연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 것인가. 김대중 정권이 그를 사면복권하는데 국민적 반발을 샀던 그가 금배지를 갖게 되는 것인가. 한나라당은 정말 그에게 공천을 줄 작정인가.

***현철씨, 출마 결심 굳힌 듯**

현철씨가 ‘가까운 장래’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는 정황은 많다.
신년인사를 내세운 YS의 경남 거제 방문에 현철씨가 처음 동행한 것은 지역주민들을 향한 일종의 시위로 해석된다. 그가 최근에는 경제인과의 접촉을 시도했다는 설도 들린다.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각종 게이트 비리 의혹으로 고통을 받자 한 월간지와의 공개인터뷰를 통해 위로한 것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급기야 22일 직접 기자들을 만나 출마의사를 밝혔다. "17대 총선 출마가 목표지만 그 이전이라도 출마 예상지역에 변화가 생긴다면 고려할 수 있다"면서 8월 재보선 출마설을 확인시켰다.

물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그를 공천할지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한 사실은 없다. 현철씨 또한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희망사항인지 모르겠다"며 많은 여지를 남긴 부인이었다.

그러나 신년 초 이 총재가 YS를 상도동으로 방문해 조찬을 함께하고 대문간에서 귓속말을 나눈 뒤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개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과 동시에 현철씨의 공천설이 나돈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이 아예 공천 가능성을 적극 홍보하고 나선 것도 상도동 회동 이후다.

동시에 한나라당에서도 손태인 의원 사망으로 결원이 생긴 부산 해운대.기장갑이나, 김호일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가 예상되는 마산합포에 출마할 가능성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당초 2004년 17대 총선출마를 예상해 온 분석이 아예 자취를 감춘 것은 당연하다.

***이회창 총재, 대선전략 차원 공천 여부 고민중**

소산의 출마는 이회창 총재의 대선전략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YS가 이 총재에 대해 “인간이 먼저 되라”거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극언을 퍼붓는 배경에는 자기 말을 잘 듣지 않는 이 총재를 길들이기라는 측면도 있지만 현철씨 구제에도 목적이 담겨 있다.

때문에 이 총재가 YS와 관계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소산의 입당이나 공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YS가 부산경남에서 조차 냉대를 받긴 하지만 일단 작심하고 훼방 놓는 것만이라도 막으려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총재 주변에서는 아직도 현철씨 공천을 극력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국정농단의 상징이자 대선잔여금을 챙긴 부도덕한 인물을 대선전략 때문에 원칙 없이 받아들인다면, YS는 만족하겠지만 다른 지역 유권자들이 뭐라 하겠냐는 반론이다.

감방에서 풀려나 사면복권 된지 몇 년 되지도 않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한마디로 부산경남 유권자들을 경멸하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이 지역 출신의 한 대학교수가 “부산경남이 YS 부자의 정치적 조차지냐”고 비난한 것은 일반여론을 대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회창 총재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YS를 달래는데 현철씨 공천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수도권과 여타 지역 유권자들의 냉엄한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총재가 ‘법과 원칙’을 강조해 온 입장에서 그의 공천은 변칙에 해당될 수도 있다. 현철씨는 국정농단의 비난 말고도 안기부 비밀계좌를 이용해 부친의 대선잔금 50억원을 불법 실명 전환한 혐의도 받아 왔다. 안기부에는 당시 현철씨와 가까운 김기섭 기조실장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출마하려면 서울에서 무소속으로 심판받아야**

YS의 ‘김현철 국회의원 만들기’가 얼마나 집요한지는 정가에 이미 잘 알려져 왔다. 현철씨의 정치집착과 국회의원욕이 뒤에서 작용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1995년 초 당시 신한국당 의원이던 김봉조 의원이 YS 호출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김 의원은 YS의 먼 친척으로 항렬이 YS의 부친 홍조옹과 같다.

YS는 김 의원에게 경남도지사선거 출마를 권유했다. 지역구가 거제인 김 의원이 사퇴하면 현철씨에게 공천을 줘 자신의 임기 중 금배지를 달아주겠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단호히 거절했다. 결국 김 의원은 15대 총선 거제지역 공천에서 탈락했다.

김 의원 대신 공천 받아 당선된 사람은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다. 왜 하필 김 전 장관을 공천했느냐를 놓고도 말이 많았다. 김 전 장관이 당선돼 안기부장에 기용되면 다시 현철씨를 고향에 출마시킬 요량이 아니었느냐는 분석이었다.

현철씨의 경우 사면복권으로 공민권을 회복해 출마의 자격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무엇이 되고자할 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부터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이 YS 부자를 정치권력의 화신으로 바라볼지, 참을 수 없는 국민에 대한 봉사의지로 해석할지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만약 그래도 현철씨가 이번 재보선 출마를 원한다면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부산경남이 아닌 서울과 같은 객관적인 지역에서, 그것도 야당의 울타리 보다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당하게 심판을 받는 게 떳떳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행여나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공천권을 마구 행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은 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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