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으로 손꼽히는 민병두 의원이 개헌논의의 조기착수를 주장하며 4년 중임제를 전제로 미국식 상원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강조해 향후 논의과정이 주목된다.
***"미국식 상원제 도입하면 4년중임제 부작용 해소"**
지난해 4.15 총선에선 총선기획단장으로, 그 후 당 기획위원장으로서 열린우리당 1기체제의 숨은 주역인 민병두 의원은 8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과반의석 안정적 유지 ▲지방선거 승리 ▲개헌논의의 성공적 마무리 ▲대선승리의 기반마련 등 2기 지도부의 4대 과제를 제기했다.
특히 개헌논의와 관련, 그는 4년 중임제를 전제로한 상원제 도입 방안을 제기해 관심을 끌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각 지방이 균등한 숫자로 선출하는 상원을 만들어 지방과 다양성, 국토와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며 상원제 도입에 대한 지론을 강조한 바 있고, 민 의원이 평소 개헌문제에 전략적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민 의원은 우선 "4년 중임제를 할 경우 매 4년마다 12월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고 다음해 4월에는 총선이 있게 된다. 대선에서 진쪽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대통령에게 밀월기간을 허락할 수 없고, 이긴쪽은 대통령 지지율에 힘입어 총선까지 압승을 거둬 모든 권력을 다 쥐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상원제를 도입해 이같은 부작용을 없애자는 주장을 비중있게 제기했다.
그는 "2월과 5월에 각각 끝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2월로 맞추고, 12월에 대선-총선 동시선거를 치르는 방편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에는 중간평가가 없어진다는 문제가 있어 2년마다 상원과 주지사 일부를 교체하는 미국식 상원제를 도입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2007년도에 국회의원 하원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2009년에는 지자체와 상원선거를 치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논리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지방선거 후 본격착수'라는 여야 정치권의 공감대와는 달리 개헌논의의 조속한 착수를 주장하기도 했다.
민 의원은 "1단계 선거구제 개편, 2단계 개헌 식으로 논의를 나누는 구도는 동력을 얻는데 한계가 있다"며 "상반기에는 정치인들과 권력기관, 시민단체, 학계 등 함께 논의를 준비하고 하반기에 협상 국면으로 가는 것 어떻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가 개헌논의에 적당하다는 것은 조기 과열을 막자는 의도가 가장 크지만 21세기 체제를 만드는 헌법 개정에 다뤄야할 주제가 얼마나 포괄적인가에 대해 고민을 안 해봐서 그런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중부권신당, 개별 통합될 것"**
민 의원은 재집권 기반마련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와 관련, "통합을 한다면 내년 지방선거 전에 가능하면 일찍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탄핵세력이었다는 우려가 있지만 통합에 다수가 동의하고 실제로 추진된다면 민주당 내 탄핵 확신 세력은 동참하지 않고 이탈할 것이다. 탄핵을 후회하는 회개 세력만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별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또 심대평 충남지사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중부권 신당 움직임에 대해서도 "행정중심도시에 대해 의견을 같이하는 세력이라는 원칙 아래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부권 신당이 세력으로서 가시화될 가능성을 낮게 보며 "이 시대의 가장 커다란 목표인 분권과 국토 균형 발전에 찬성한 세력이라면 정치 지향점이 같다고 보고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개별흡수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민 의원은 우리당의 과반의석 탈환의 여부가 달린 4.30 재보선과 관련,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 희망을 가져본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3석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이고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한나라당이 아무리 내홍을 겪고 있어도 27~29%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박근혜 대표가 그 버팀목이다. 하기에 선거 자체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 지방선거 전망에 대해서도 "나는 서너달 전에 노 대통령 지지율이 V자를 그릴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때까지 50~60% 정도만 돼도 굉장히 의미있을 것"이라며 "광역 단체장만 두고 본다면 전지역에서 다 해볼만 하다고 본다"고 낙관했다.
***"유럽식 기간당원제 한계 노출"**
민 의원은 한편 "이번 전당대회는 정치노선투쟁은 없고 조직노선투쟁만 있었던 선거"라고 총평했다.
그는 "한편에서 개혁을 얘기하고 다른 한편에서 실용을 얘기해 표면적으로는 정치노선투쟁이 있었던 것 같지만, 개혁을 얘기하는 사람은 실용파를 비개혁이라고 몰아붙이는 근거가 없었고, 실용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개혁을 주창했던 지난 2년에 대한 평가나 향후 실용을 추진해 나갈 구체적인 방법론을 분명하게 밝히지 못해 정치노선투쟁이 실종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 의원은 또 "조직노선투쟁도 의제설정이 잘못된 채 흘러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우리당은 유럽식 모델을 도입하고 있지만 유럽식과 이를 받아들인 한국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유럽식은 넓고 자발적인 반면 한국식은 특정인을 매개고리로 들어오는 기간당원이 많다"면서 "그래서 조직간의 충돌, 갈등, 대립 등 후유증이 생긴다.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한국 사회에서 뿌리내리게 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한 쪽에서는 해답을 줘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다른 모델까지 넓게 고민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유시민 의원이 주도적으로 도입해 논란이 분분했던 '유럽식 기간당원제'에 비판적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민 의원은 특히 "현재 우리가 도입한 시스템은 후보 개인의 사조직을 공조직화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매개고리가 특정인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특정인을 매개로한 열정을 공적자원으로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이 따라가지 않는 한 이탈과 갈등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요컨대 소위 '노빠', '유빠'로 대표되는 열성당원들은 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입당한 경우가 많아 노선과 지향이 다른 세력과 필연적인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이 경선과정에서 제기한 '반(反)정동영-친(親)김근태' 발언과 관련, "유 의원의 주장은 노선투쟁을 극단적으로 비약시켜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를 얘기함으로써 오히려 전당대회의 의미를 변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우리당 개혁주의자들은 설득과 동의를 통해 개혁세력을 최대화하기 보다는 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기회주의 혹은 적으로 돌려버리는 행태를 보여 분열주의라는 지적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병두 의원 인터뷰 전문.
***"전당대회, 노선투쟁이 실종된 선거였다"**
프레시안: 전당대회의 주안점을 어디에 두고 봤나.
민병두: 어느 블로그에 정치노선투쟁은 없고 조직노선투쟁만 있었던 선거라는 평가가 있더라. 적당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한편에서 개혁을 얘기하고 다른 한편에서 실용을 얘기해 표면적으로는 정치노선투쟁이 있었던 것 같지만, 개혁을 얘기하는 사람은 실용파를 비개혁이라고 몰아붙이는 근거가 없었고, 실용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개혁을 주창했던 지난 2년에 대한 평가나 향후 실용을 추진해 나갈 구체적인 방법론을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정치노선투쟁이 실종됐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노선투쟁도 의제설정이 잘못된 채 흘러갔다. 기간당원제를 하느냐 안하느냐의 논쟁은 잘못된 편가르기였다. 조직노선투쟁이 제대로 되려면 개방형 경선제도와 자발적 지원자, 핵심 후원자를 기본으로 하는 느슨한 조직 중심의 미국식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유럽식 기간당원제를 그대로 차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전제됐어야 한다. 지금 우리당은 유럽식 모델을 도입하고 있지만 유럽식과 이를 받아들인 한국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유럽식은 넓고 자발적인 반면 한국식은 특정인을 매개고리로 들어오는 기간당원이 많다. 그래서 조직간의 충돌, 갈등, 대립 등 후유증이 생긴다.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한국 사회에서 뿌리내리게 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한 쪽에서는 해답을 줘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다른 모델까지 넓게 고민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재보궐 선거에서 성남중원이나 공주 연기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 쪽 기간당원들을 어떻게 협력의 장으로 끌어 낼 수 있느냐에 대한 실사를 해볼만 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현재로서는 유럽식 기간당원제 모델이 정착돼가고 있다.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인가.
민병두: 유럽식은 사람이 아니라 당을 보고 들어오는 제도다.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이 후보를 발탁하기도 하고 후보를 양성하기도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도입한 시스템은 후보 개인의 사조직을 공조직화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기간당원을 갖게되고, 공조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민감한 얘기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기간당원이 되려고 온 사람들이 사조직이 되려고 들어왔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그들은 정당에 대한 애착을 갖고 열린우리당의 기반이 되기 위한 사고는 갖고 있다. 다만 매개 고리 자체가 특정인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성격의 기간당원들을 어떻게 공조직화 하는가에 달려 있다. 누구를 통해 영입했는가에 상관없이 당의 공적자원으로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제도화하느냐, 혹은 어떻게 의식교육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사람들이 갖고 있던 특정인을 매개로한 열정을 공적자원으로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이 따라가지 않는 한 이탈과 갈등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경선이 말미에 대권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된 것도 정치-조직노선 투쟁이 실종된 원인인 듯 싶다.
민병두: 나는 발단이 된 유 의원의 인터뷰를 읽어 보진 못했다. 그저 들은 얘기로는 조직노선투쟁을 갖고 한 얘기 같던데, 조직노선투쟁을 극단적으로 비약시킨 것 같다. 정치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이 사고하고 호흡하는 바를 읽고 거기에 맞춰서 방향을 설정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 의원의 주장은 노선투쟁을 극단적으로 비약시켜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를 얘기함으로써 오히려 전당대회의 의미를 변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프레시안: 이번 전당대회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났던 게 현역의원 중심의 상층부와 기간당원들 간의 온도차였다. 늘상 있어왔던 문제이지만, 각각 미국식 원내정당모델과 유럽식 하부구조가 불안정하게 결합한 현상일수도 있을 듯하다.
민병두: 상하층간 갈등 기류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는 다른 얘기일 수는 있으나, 갈등 기류가 형성됐다는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당원 중심 정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호응을 받은게 사실이다. 당원 중심 정당 건설에 애정을 갖고 있는 당원들은 쉽게 당을 이탈하지 않을 수 있고, 건강성이 담보된 사람들이라고 본다면 이들을 공적자원화 할 수 있다는데 희망을 갖게 된다.
당원들이 의원들에게서 괴리를 느끼는 현상은 당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 의원들에게 느끼게 되는 실망감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박창달 체포동의안 부결 사건이 대표적이다. 의원들이 당원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일정정도의 불신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도하게 의원들을 '비당원적인 사람들'로 규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당에 대한 지지율은 결국 대통령, 당 지도부, 의원 개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의원들을 자산화해야지 과도하게 비개혁적인 집단으로 매도해서 당원들과 분열된다면 결국 당에 손해가 될 뿐이다. 당원들과 의원들 간의 의식적 괴리는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의원들을 실제 이상으로 폄하하는 것은 마이너스라는 말이다.
***"개혁파, 분열주의라는 지적 자초"**
프레시안: 전대의 결과를 따져보자. 실용중도노선의 승리로 평가하는게 대체적인데, 동의한다면 원동력이 어디 있었다고 보나.
민병두: 누구의 승리도 아니라고 본다. 개혁파는 실용파가 적이 아니다. 국민들은 실용파가 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개혁파가 이를 악이라고 몰아붙였으니 대의원들에게 정서상 동의를 받지 못했고 실용파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다. 역으로 실용파도 대의원들이 잘 알지 못하는 개혁파를 분열주의로 공격해 개혁파 내의 좌파 그룹이 지도부에 진출하는 것을 저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프레시안: 개혁파가 실제로 분열주의적이라고 생각하나.
민병두: 정치공학의 핵심은 아(我)를 최대화하고 상대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통일전선전략 식으로 하자면 적군을 최소화하고 아를 최대화 하자는 얘기다. 노선 투쟁을 해서 상대를 내쳐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이것이 정치공학 상의 철칙이다. 우리당 개혁주의자들은 설득과 동의를 통해 개혁세력을 최대화하기 보다는 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기회주의 혹은 적으로 돌려버리는 행태를 보여 분열주의라는 지적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
프레시안: 누가 원인제공을 했느냐는 무의미하다. 그렇더라도 실용파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공세도 도를 넘어선 측면이 있어 보인다.
민병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두고 얘기하면 한이 없다. 내가 여기서 유시민이 어떻고 송영길이 어떻고 하는 것은 유치하지 않나.
프레시안: 유시민 의원은 오늘 전당대회 소회를 밝히면서 조직선거 풍토가 맹위를 떨쳤다고 했다.
민병두: 모든 선거는 조직선거고, 조직선거 했다는 것 자체를 악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됐다. 조직선거는 누구나 다 했고 유 위원도 안했다고 한다면 정확치 않은 얘기가 된다. 조직선거가 악이라고 규정하면 돈선거를 하자는 얘기냐. 조직이라는 것은 결사체로 그 유형에는 참정연이나 국참연 같은 강한 결사체도 있고 연청 같은 느슨한 결사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조직의 한 유형일 뿐이다. 그런 결사체를 통한 선거가 '오더'에 의해서 표가 바뀌었다고 하는 것은 직선 대의원에 대해 모독이다. 어떤 사람만 직선이고 어떤 사람은 직선이 아닌 상황이 아니라 대의원 1만 3천명이 모두 직선인데 누구는 오더에 의해, 누구는 자발적이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프레시안: 말이 나왔으니 당의 외곽조직 혹은 기간 조직이라는 세력들이 노선분화한 것도 특이한 현상인 것 같다.
민병두: 사실 노사모, 참정연, 국참연 같은 조직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 어느 조직 회원도 아니다. 그러나 각각은 굉장한 동력을 갖고 있는 조직이라고 본다. 직선 대의원 이상으로 높은 정치적 의식 수준과 자발성을 갖고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조직들이 대권 후보에 의해 약간씩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대권 후보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대로 움직일 정도로 건강성이 없는 조직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런 식의 분류는 내 조직은 건강하고 다른 조직은 건강치 못하다는 이기적인 사고다. 각각 높은 정치적 의식 수준으로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지도부 면면이나 외곽조직의 분화 등을 종합하면 결과적으로 세력질서가 1기와 다르게 재편된 것 아닌가.
민병두: 세력질서가 조금은 재편됐다는 느낌은 든다. 총선 끝나고 한 1년 동안은 아주 느슨한 의원의 연합체였는데 지난 연말 국보법 폐지 투쟁과 올 초의 경제안정과 통합 등을 내세우면서 의원들이 정치 훈련을 했고 그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또 이 시대 철학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굳혀가는 것으로 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세력을 재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정치노선과 조직노선 투쟁은 그 실체가 빈약했지만 이미지로서의 정치노선투쟁과 조직노선 투쟁은 있었고, 그 와중에서 의원 개개인들이 자기가 결합될 수 있는 이미지와 자기가 생각하는 국민 정서에 대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대게 그것이 드러난 만큼 세력 재편의 발판은 만들어 진 것으로 판단된다. 계보가 아니라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조직노선 투쟁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게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이같은 변화가 당내 대권경쟁의 역학관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민병두: 앞으로 논의될 헌법 개정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러닝메이트제가 가능하다면 결합이 가능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각각 경쟁하는 구도가 될 수 있다. 또 대통령 후보 경선이 예선과 본선으로 나뉘어져 제휴의 구도가 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 이미 개혁이라는 이미지와 실용이라는 이미지로 나뉘어져 있기는 하지만 내용을 갖고 싸웠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합집산이 얼마든지 가능한 불안정한 구도라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개혁과 실용이 계파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데 향후 대권 경쟁도 이런 구도로 갈 것으로 보나.
민병두: 개혁파든 실용파든 무슨 개혁이고 무슨 실용인지를 한 단계 더 높은 고차원의 정치 철학으로 재규정, 재포장하지 않고는 국민지지를 받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파 입장에서 보자면 개혁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이지만 87년 선거 이후 20년이 지난 2007년 대선까지도 '개혁과 반 개혁'이라는 고전적 구조를 이어갈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큰 줄기의 개혁이나 독재 청산은 상당한 정도 진전됐다. 그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단순 명쾌하게 '개혁대 반개혁'으로 나눌 때 2002년 대선만큼 선명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서는 국민 다수를 포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역으로 실용이라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상당한 국민이 여전히 개혁을 지지하고 있고 보수가 아닌 세력들이 나눠져 있는 상황을 고민해야 한다. 개혁이라는 배후가 무너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실용이라는 말만 갖고 중간층을 대거 포괄할 수 있느냐, 실용이라는 말만 가지고 중원을 차지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데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중부권신당, 우리당에 개별 흡수될 것"**
프레시안: 1기 지도부를 명료하게 정리한 것을 흥미롭게 봤다. 2기 지도부에 맡겨진 역할과 과제를 제시하자면.
민병두: 1기를 평가할 때 정동영 전의장은 선거혁명, 신기남 전의장은 의제설정, 이부영 전의장은 입법투쟁, 임채정 전의장은 안정통합의 소임을 맡았다고 평가했다. 2기 지도부의 임무는 네 가지로 본다. 당장 4.30 재보궐 선거에 최선을 다해 의회 과반의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첫째 임무고, 두 번째는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해 개혁세력이 지방권력까지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87년에 만들어진 현재 체제가 21세기를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지자체 선거 전후에 있을 개헌 논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경쟁력 있는 체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시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기로 국정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하나씩 풀어가보자. 과반의석 탈환의 관건은 당장 4.30 재보선이다. 판세를 어떻게 예상하나.
민병두: 이번 4월 30일에는 6개 지역의 국회의원 선거, 7개 지역의 기초단체장 선거가 있다. 성남 중원 지역의 선거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향후 방향 설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공주 연기와 아산 선거는 행정중심도시 건설에 대한 충청권 민심을 알아볼 수 있다. 경북영천 선거는 우리가 총선에서 목표했던 전국정당화의 발판 만드느냐 여부를 가를 수 있어 중요하고, 경남 김해는 대통령 출생지에서의 선거라 의미가 있다. 포천 연천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에서의 민심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하나같이 의미가 있다.
전체적으로는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 희망을 가져본다. 하지만 놓지지 말아야 할 것은 한나라당 지지율도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내홍을 겪어도 27~29% 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연구과제다. 박근혜 대표가 그 버팀목이 아닌가 싶다. 하기에 선거 자체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3석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이고 또 가능하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는 목포 시장 선거가 중요하다.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인데 여기서 민주당이 패할 경우 통합론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본다. 또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과 자민련까지 해서 보수 연합을 하자는데 대한 반성의 지점이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제휴대상이 되는 것은 반성할 대목이다.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있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전략공천한 후보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민병두: 사실 재보선은 전략 공천이 기본이다. 우리나라는 보수 세력이 조직이 강하고 민주 세력 조직이 느슨하다. 보수 세력이 기초단체장을 갖고 있고 몇십년을 이어온 조직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여론 조사에서 10~15% 이상 앞서나가지 않고는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고 그래서 전략공천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전략공천 자체가 아니라 누구를 전략공천 했느냐는 게 문제인 듯 싶다.
민병두: 문제가 된 아산 같은 지역은 충청지역 당원협의회장단 중 한 명 제외하고는 모두가 한 사람의 손을 들어준 것이 중요한 변수였다고 본다. 의원들이 이명수 후보와의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의해 공천을 했다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이번에 언론의 지적도 심하지 않았던 것은 지역 당원협의회장이 모두 지지를 표했기 때문 아니겠나.
프레시안: 충청권 공천 결과에는 중부권 신당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민병두: 당원 협의회장들이 그런 판단하게 된 데에는 중부권 신당에 대한 판단이 작용했다고 본다. 다시 중부권에서 자민련 같은 지역 정당이 발붙이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지 않겠나. 앞으로도 행정중심 도시 건설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정치적 목표가 같은 것으로 보고 같이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물론 그 사람들에게 그 대가로 무언가를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가장 커다란 목표인 분권과 국토 균형 발전에 찬성한 세력이라면 정치 지향점이 같다고 보고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결국은 중부권 신당이 흡수될 것이라는 말인가.
민병두: 지금은 그들이 세력화 돼 있는 것이 아니다. 심대평 도지사 한 명의 개별적인 얘기다. 개별적인 흡수는 가능하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프레시안: 중부권 신당이 현실적인 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얼마나 보나.
민병두: 세력화되기엔 힘들 것 같다. 개별적으로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찬반에 따라 다를 것이다. 충청도에서 열린우리당으로 활동해야 국토균형발전이란 개인 목표와 참여정부의 거대한 의제 설정이 결합해 상승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열린우리당으로 들어올 것으로 본다.
***"4년중임제 전제로 하면 상원제 도입이 이상적"**
프레시안: 내년 지자체 승리도 2기 지도부의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유시민 위원은 그때까지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70%에 육박하고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어 지자체 압승을 예상한다고 하더라.
민병두: 내가 서너달 전에 노 대통령 지지율이 V자를 그릴 것이라고 했을 때 비웃음을 샀고 아무도 믿지 않더라. 미국의 클린턴 전대통령이 신경제로 호황을 누리다 퇴임할 때 지지율이 70% 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 위원은 희망을 얘기하는 게 아닌가 싶고, 실제로 그 정도 되면 좋겠지만 50~60% 정도만 되도 굉장히 의미 있는 것으로 본다. 지지율도 심리니 유 위원이 그 심리를 자극하는 것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지방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인 성격을 띤다. 승리 전략은 어떻게 짜야한다고 보나.
민병두: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가 되선 안 된다. 그러면 선거 자체가 정치적 선거로 변질되고 만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언론은 중간 평가라는 의미를 붙일 것이다. 4.30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 광역단체장 후보군을 키우는 시기될 것으로 본다. 언론을 통해 애드벌룬도 띄우고 테스트도 해 보고 해서 후보군의 경쟁력을 키우고 개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시기될 것이다. 그러면서 후보가 압축되고 경선 구도로 넘어가게 된다. 지금 단계에서는 그런 후보군을 얼마나 잘 키우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 공천을 할 것인지 말것인지 등 제도의 변화에도 달려 있다. 광역 단체장만 두고 본다면 서울 인천 경기 대전 충남 강원 광주 전남 제주 등에서 다 해 볼만 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세 번째 과제가 개헌 논의를 잘 마무리하는 것인데, 최근 노 대통령과 문 의장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민병두: 그분들은 일찌감치 관심을 가지 것 같다. 선거가 임박하면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선거구제 개편할 수가 없으니 초반에 논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의의 극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의지나 의도의 순수성과는 무관하게 1단계 선거구제 개편, 2단계 개헌 식으로 논의를 나누는 구도는 동력을 얻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선거구제 개편은 필연적으로 개헌문제로 접어들게된다. 선거구제 개편은 개헌 방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4년 중임제 러닝메이트제로 갈 경우 지역 구도는 상당히 극복될 수 있다. 그러면 선거구제는 소선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식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4년 중임제를 하되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갈 경우에는 지역구도 개편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거구제는 중대선거구제가 여론의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식으로 국민들이 논쟁을 지켜보면서 바람직한 조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근거가 주어져야 한다.
또한 당장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 공천이 배제된다면 개헌과 같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4년 중임제를 실시하면 매 2년차 마다 지방선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지방선거가 과도하게 정치적 선거가 된다. 그렇다면 정당 공천을 배제하자는 얘기가 될 수도 있고 상원제 도입 논의도 가능하다.
여기서 놓치고 있는 대목은 4년 중임제를 할 경우 매 4년마다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다음 4월마다는 총선이 있게 된다는 점이다. 통상 대통령 취임 직후인 2월에는 지지율이 70~80%대가 되기 때문에 대선에서 진 쪽에서는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대통령에게 밀월기간(Honey Moon Period)을 허락할 수가 없다. 야당은 취임 초기부터 의도적으로 대통령을 과잉 공격하고 국정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여권은 대통령 지지율에 힘입어 총선까지 압승을 거둬 모든 권력을 다 쥐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2월 25일과 5월31일 끝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2월에 맞추고 12월 달에 동시 선거를 치르는 방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중간평가가 없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 경우 미국은 2년마다 상원, 주지사 일부를 교체하는데 우리도 상원제를 도입해 매 2년마다 해 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2007년도에 국회의원 하원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2009년 지자체와 상원 선거를 치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논리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
프레시안: 단기간에 논의를 끝내기엔 상당히 복잡한 문제들로 보인다. 말했다시피 선거구제 개편을 얘기하면서 개헌논의를 내년으로 미루자는게 상당한 모순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오는 것같다.
민병두: 지자체 선거 끝나고 5, 6개월 동안 끝내기에는 논의할 것이 너무 많다. 개헌을 하게 되면 이 밖에도 영토조항, 기본권에 관한 조항 수정, 감사원 등 권력기관 문제 등 여러 가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하기에 상반기에는 준비하는 기간을 갖자는 생각이다. 이때 정치인들은 권력기관, 시민단체, 학계 등 함께 파견돼 논의를 준비하고 하반기에 협상 국면으로 가는 것 어떻겠나 싶다.
프레시안: 여야 공히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다루자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쉽지 않을 것같다.
민병두: 지자체 선거 끝나자마자 다루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지방선거 끝나면 하한정국이고 9월 달에나 국회를 열어 헌법 개정 특위를 구성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5,6개월 만에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 3월에 국민투표하고 4,5월에 각 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할 수 있다. 내년 하반기가 적당하다는 것은 조기 과열을 막자는 의도가 가장 크다. 하지만 21세기 체제를 만드는 헌법 개정에 다뤄야할 주제가 얼마나 포괄적인가에 대해 고민을 안 해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프레시안: 어떤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선후를 가리는 것도 쉽지 않다.
민병두: 그래서 상반기에는 모든 이슈를 걸러보자는 거다. 여러 곳의 대표들이 올 테니 각계의 쟁점 이슈에 대해 조사도 해 보고 외국 사례도 보고 해서 장단점이 도출되면 하반기에는 특위 분과별로 소위에서 협상해 나가면 된다. 이런 준비 없이 내년 9월에 안도 없이 각 당이 만나서 '2개월 후에 안 만들어서 다시 만나자'하고 헤어지면, 6개월 안에 협상을 끝내기가 힘들다.
***"민주당과 통합, 하려면 일찍해야"**
프레시안: 마지막 과제가 대선승리다.
민병두: 대선승리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2기 지도부의 마지막 과제다. 우선은 후보군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주는 상처보다 내부에서 주는 상처가 큰 법이다. 앞서 말한 기간당원제의 단점을 잘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우리가 전자정당을 지향한다지만 이제는 인터넷의 영역이 넓어지고 보수층도 인터넷 활동을 활발히 해서 2002년 대선 때와 같은 압도적인 우세를 점할 수가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세계에 대한 전략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기 위해 전자정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대외 협력 시스템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청와대에 시민사회 수석이 생기면서 당 보다 그 쪽에 얘기하는 게 빠르니까 그 쪽에 구심력이 생겼다. 당의 입장에서는 시민사회단체, 직능 단체와의 관계를 원내정당화하면서 잘라 버렸는데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는 고민해 봐야 한다.
프레시안: 각종 선거, 특히 대선을 내다보면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가 큰 고비로 꼽힌다.
민병두: 일단 민주당이 지금 상황에 처한 것은 민주당이 스스로 반성할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통합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적당한 계기와 명분이 있어야 하고 투명하게 돼야한다. 기간당원 투표나 전당대회 대의원들의 투표같은 절차가 필요하다. 옛날처럼 몇 명이 합의해서 당명 바꾸고 이런 식으로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당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탄핵세력이었다는 우려도 있지만 통합에 다수가 동의하고 실제로 추진된다면 민주당 내 탄핵 확신 세력은 동참하지 않고 이탈할 것이다. 탄핵을 후회하는 회개 세력만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별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프레시안: 대선 전략과 관련해 외연 확장과 지지층 공공화라는 두 마리 토끼 중, 2기 지도부의 성향은 일단은 외연 확장에 치중할 듯하다. 민주당과의 통합론은 그런 맥락인듯한데.
민병두: 임혁백 교수가 워크샵에 와서 정책 경쟁기와 정권 경쟁기는 구분돼야 한다고 하더라. 정권을 경쟁하는 시기에는 물론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내부를 공고히 하지 않고 외연만 확대하면 핵심 지지세력들의 열의가 없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정책 경쟁기는 핵심 지지세력들이 '홍위병'이 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시기가 아니다. 조용한 다수의 지지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정권 경쟁기가 되면 '홍위병'도 활동해야 하고 외연도 확장돼야 한다. 지금 역할을 얘기하자면 원칙이 있게 외연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중부권 신당 세력과 연대도 거기서도 행정중심도시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하는 세력이라는 원칙 아래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단순하게 말하자면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세력을 끌어안지 않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인가.
민병두: 판단하기 힘들다. 그 와중에 한나라당이 분당할 수도 있고 민주노동당에도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통합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지난 지방선거 재보선에서 철원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안나와서 이겼다는 주장은 고전적 분석론 중의 하나로 일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정서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 국민들이 소수당에 대해 계속적인 미련을 가질 것인가에는 회의적이다. 통합을 하면 통합대로 의미가 있고 안한다면 그대로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하게 된다면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할 수 있을까.
민병두: 지방선거 전에 하고 가능하면 일찍 해야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어떤 방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당 내에선 투명한 절차를 중요하지만, 당과 당이 합치는 것인 만큼 대강의 협상이 끝나야 대의원 의견도 물어보는 것 아닌가.
민병두: 민주당내 뿌리를 같이하는 세력 중에 국가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냐에 달린 것으로 본다.
***"박근혜 '의제장악력' 한계, 이명박 '군사파쇼 이미지'"**
프레시안: 향후 대선 구도는 어떤식으로 갈 것으로 보나. 앞서 민주대 반민주, 개혁대 반개혁 구도는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했는데.
민병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얼마전 미국에 가서 전략적 상호주의를 천명했다. 이회창 노선보다 한발 왼쪽으로 가는 발언이다. 홍준표 의원은 아예 상호주의로 가자는 말도 했다. 물론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차이가 크다. 그러나 그것을 선거에서 핵심적인 쟁점으로 몰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 그쪽이 우리를 반미라고 몰고 갈 수 없고 우리도 자주독립이다는 식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그런 부분에 대한 시각을 상당 부분 수정하고 있고, 정치 개혁에 대한 태도도 의식이나 문화는 여전히 권위적이지만 수정에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4년 총선처럼 '차떼기대 반차떼기', '탄핵대 반탄핵', 혹은 2002년 대선처럼 '통일대 반통일' 등의 선명한 구도 형성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구도, 다가올 시기의 국민적 관심을 고민하고 어떻게 전선을 형성해야 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 고민의 수준은 안일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여야에서 거론되는 대권주자 들을 평가해 줄 수 있겠나.
민병두: 우리당 후보군에 대한 평가는 미루겠다.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대표는 올드 패션과 뉴 패션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조신하고 정갈하고 고전적인 육영수 향수가 결합돼 있으면서도 포토제닉하다. 낡아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10대 20대 층의 지지가 있다. 이미지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굉장한 장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실체에 있어서는 충돌이 많다. 북을 이해하는 쪽으로 갔다가 북에 선을 긋기도 하고 과거사 극복하려다가 못하기도 한다. 의제를 소화하고 장악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구조적으로 항상 흔들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 아닌가 싶다. 박사모라는 매니아 그룹 갖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큰 장점이지만, 후원금 내역을 보면 36명의 무명의 고액 후원자 밖에 없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개미군단이 '노사모'만큼 강한 정치 결사체 수준은 못된다는 것이 한계다. 연예인 스타를 좋아하듯이 그저 심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이지 돈까지 내 가면서 후원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명박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CEO식의 추진력, 성공신화에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인간적 매력(Humanity)가 결여돼 있다. 노무현이나 DJ 코드와 비교해 볼때, 우리 국민들은 그런 사람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또 이 시장이 친 재벌에 군사독재주의의 전형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향후 다르게 형성될 수도 있는 대선 전선을 옛날 전선으로 회귀시키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회창 전총재가 여러 가지 장점에도 비대중적이었던 것처럼 이 시장의 군사 파쇼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도 반감이 강할 것으로 본다.
손학규 지사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이다. 마지널맨(Marginal Man)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후보들은 경계선 안에 있는데 자기는 중간지대에 포진해 있는 것이다. 중간지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간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해야 하고 그 만큼의 사회적 의식의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아직은 한계를 갖고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총선기획단장부터 기획위원장까지 1기 당 진로의 중심에 있었다. 감회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민병두: 정치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게 많이 다른 것 같다. 언론인 출신이라 대중 감각을 갖고 있어 그나마 어려운 시기에 일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정동영 전의장이 나에게 그런 일을 맡긴 것도 상식과 대중 감각으로 문제를 풀어달라는 당부를 했다. 정치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상식과 대중적 감각을 갖추다 보면 가능한 것 같다. 총선 때는 남들이 환상에 젖어 있을 때 여론조사가 주는 착시 효과를 미리 지적하고 범개혁세력의 대동단결, 위기론, 투표 참여론 등을 통해 일정한 기여했다고 자평한다. 의제설정이나 국정목표 설정에 있어서도 나름대로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과 없이 큰 욕 안 먹고 물러나서 좋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함이고 겸손이고 배우겠다는 자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살면서 내 주변에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 많았는데 지나고 나니 나도 그 사람만큼 유명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더라. 독선을 부리지 않고 남의 장점을 끊임없이 내 것으로 만들려는 자세에 있었다는 게 자평이다.
올해 들어와 한류 문제의 허점을 최초로 지적했고, 앞으로도 상상력과 창의력, 문화적 경쟁력이 강한 나라 만드는데 애쓸 작정이다. 장기기증 운동에 앞장선 이유도 기본적으로 정치는 투쟁과 갈등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국가 자원화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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