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8일 "독일과 일본은 똑같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이었지만 독일은 철저한 반성과 배상이 있어 주변국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며 "반면 일본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 철저하지 못했고 교육도 안시켰고 배상도 충분하지 않아 주변국으로부터 신의와 신뢰를 못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일본에 사죄약속 이행 요구해야"**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일본의 장년 세대는 일본이 패망하기 이전에 한 일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조용하지만 패망 이전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유엔에 두번째로 기여한 나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전병헌 대변인이 전했다.
김 전대통령은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이 과거사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커다란 문제"라며 "과거사에 대한 교육과 반성 없이 자라온 전후세대가 국민들을 급격하게 우경화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김 전대통령은 "지금 일본은 다시 한 번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잘못에 대해 후손을 교육시키고 주변국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주변국으로부터 공격당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일본의 커다란 불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대통령은 "일본은 신속하게 제자리를 잡아 주변국과 협력관계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하루 속히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지난 98년 10월 한일정상회담에서 발표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항에서 일본은 금세기의 한일관계 돌이켜보고 식민지 지배로 인해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통렬한 사죄를 했다'는 부분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 조항을 보더라도 일본이 최근 역사왜곡 등의 문제에 대해 현재와 같이 나오는 것은 잘못됐다. 우리 정부가 일본에 약속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또 독도 문제에 대해선 "일본이 자극하고 있지만 영유권과 관련해 지나치게 분쟁화를 유도하면 일본의 전략에 말릴 수 있다"고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선 "역사 왜곡은 세계인들의 보편적 관심을 끌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세계인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충분히 외교적으로 승리할 수 있고 나름대로 입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이 만나 논의하면 북핵해결에 도움될 것"**
김 전대통령은 이어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은 6자회담에 나와서 체제의 안전보장이나 핵포기시 보상 문제 등을 솔직히 얘기하고 미국으로부터 협상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도 북한이 핵개발하는 이유가 체제 보장과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전략적 고려를 통해 6자회담을 신속하게 진행해야한다"고 평소의 지론을 되풀이했다.
김 전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상당한 부담을 가지면서도 도와주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서 남북정상이 만나 논의한다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런데 북한이 국제 감각이 부족한 것인지 판단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지만 한반도 평화 문제의 타결이 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북한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전향적 접근을 촉구했다.
김 전대통령은 '대북특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의 질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바람직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4대 강국속에 작게 끼어있는 나라로, 기본적으로 우리 외교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한미일 공조를 유지하고 4대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틀속에서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최근 정부여당의 '동북아 균형론자 역할론'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한편 김 전대통령은 우리당 새지도부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한다. 대의원들이 현명하게 투표한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는 등 1시간여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예방에는 문희상 의장을 비롯, 염동연 장영달 유시민 한명숙 김혁규 상임중앙위원과 전병헌 대변인, 박영선 당의장 비서실장 등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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