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7일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사업 의혹을 '오일게이트'로 명명하고 ▲철도공사의 유전개발사업 추진과정 ▲우리은행의 대출과정의 외부개입 여부 ▲러시아 알파에코사와의 계약 및 계약 파기과정 등을 3대 의혹으로 제기하며 감사원 조사결과 발표 뒤 특검 추진 방침을 밝혔다.
'연루의혹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감사원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자,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이날 관련자들과의 통화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하며 "철도청에 유전사업에 참여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권유한 적도 없다"며 자신의 무고함을 거듭 주장했다.
***"철도청이 한달만에 유전을 팔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철도청이 니미르페트로사를 인수 후에 한달 남짓한 기간에 공ㆍ유전을 팔려고 했다는 사실을 철도청의 내부문서를 통해 확인했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 실태조사단' 단장인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조사단 활동사항 보고를 통해 "철도청이 니미르페트로사를 인수한 후 사할린 6광구에 대해 개발권 매각계획을 세운 것이 9월30일 내부문건에 드러나 있다"며 "개발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계약을 했을 텐데 이렇게 빨리 팔려고 했던 것이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철도청이 한국쿠르드오일(KCO)를 설립한 일자는 지난 해 8월17일. KCO는 불과 17일 뒤인 9월3일 러시아 석유회사인 알파에코사의 자회사 니미르페트로사와 6천20만달러 규모의 사할린 유전인수계획을 맺었고, 계약금 6백20만달러(당시 한화 70억원)를 지급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개발이익을 노린 철도청이 계약을 맺은지 한달이 채 안된 시점에 공유전을 팔려고 나선 대목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우리은행의 대출 과정과 외부 개입 가능성도 제기했다.
권 의원은 "왜 하필 우리은행인가"라며 "대출에 외압은 없었는지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다른 은행은 민영화가 돼 있지만,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어 대출과정에 고위층의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러시아 '알파에코'사와의 계약 및 계약 파기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계약변경과정에서 최초 계약금의 규모는 2천4백만불이었는데 6백20만불로 줄었고, 계약금의 지급 일시도 지난 해 9월15일에서 10월4일로 변경됐다"며 "계약파기선언(11월15일)이전인 11월4일 우리은행이 잔금대출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의 연관성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밝힌다는 방침이다. 권 의원은 "이번 사건은 모든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진행됐다"며 "여권실세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오일 게이트(Oil Gate), 국조 회피하면 특검"**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오일 게이트(Oil Gate)'로 명명하며 4월국회에서 관련 상임위 등을 통해 철저히 추궁하고, 감사원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특검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오일 게이트에 대해 감사원이 진상을 밝히기 위해 감사를 하는 것보다 덮어두려고 하는 것 같다"며 "여권 실세의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책망해서 돌려 보냈다'고 밝히는 등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강 대표는 "국정조사를 해야 하고, 여권이 국정조사를 피한다면 특검을 임명해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표도 "국민들은 큰 의혹을 갖고 있다"며 "국민을 대신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니, 철저히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하나라도 철저히 매듭짓는 것이 좋다"며 "그것이 야당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권영세 의원을 단장으로 하고 법사위와 산자위 위원들로 구성된 한나라당 실태조사단은 8일 철도공사과 철도진흥재단, KCO와 석유공사, 우리은행 등을 방문해 현지조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광재, "상투적인 사기사건 피해자 될 것 같아 녹취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의원들에게 배포한 서면자료를 통해 전대월, 허문석씨 등과의 대화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철도청 유전사업에 관여한 적 없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 의원은 "이런 사기사건의 속성 상 결국 '책임떠넘기기'가 상투적인 수법이고 그들의 변명에 의해 내가 피해자가 될 것 같아 의원실에서 당사자들과 통화하여 녹취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공개한 허문석, 전대월씨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철도공사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에게 책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철도공사 신광순 사장도 녹취록에서 "왕본부장이 열성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가세하고 있다. 실제로 왕 본부장은 감사원 조사에서도 왕 본부장은 유전사업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인물로 꼽히는 인물이다.
우선 허문석씨와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허씨는 전대월씨와 철도공사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 사이의 다리를 놓았고 자신도 현장실사자료를 보고 탐이 나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허씨는 "왕 국장이 개인적으로 욕심을 부린 것 같다"며 "나는 서류상으로는 유전이 경제성이 있지만 현장을 한번 보자고 했음에도 나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두번씩 자기들만 현지를 다녀오고, 갔다온 보고서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씨는 "9월 중순경 왕영용이 본인에게 대표이사를 하라고 해놓고도 이튿날 서류를 보니 나의 주식 5%를 0.1%로 줄여놓고 철도청이 99.9%가 됐다"고 주장했다. 허씨는 또 "나는 왜 이 계약을 파기하였는지 모른다"며 "대표이사를 내게 하라 했으면 의논도 하고 해지를 해도 내 이름으로 해야 함에도 철도청에서 자기들끼리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대월씨의 녹취록에 따르면 전씨는 "어느날 갑자기 허박사님이 왕영용 본부장을 데리고 와서 소개를 해서 사업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나도 사실 철도청이 들어온 게 의아했으나 이후 계약을 하고 (러시아에서) 와보니 그 사이 회사가 부도가 나서 우리은행에서 모든 권한을 전대월이 들어오지 말고 철도재단이 100%를 했을 경우에 돈을 주겠다고 해서 빠졌으며, 9월15일 주식을 1백20억원에 넘기고 공증을 받아 12월 16일에 돈을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의 녹취록에 따르면 신 사장은 "정책심의회를 두어번 했으나 유전분야를 안해보고 리스크가 있을 것같아 결정을 못내렸으나 주관인 왕본부장이 열성적으로 확실한 사업계획을 가지고 와서 얘기를 하니 '한번 해보자' 해서 계약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신 사장은 또 지난해 11월 이 의원 사무실을 방문한 것과 관련, "우리가 잔금을 치러야 할 날짜가 됐는데, 저쪽에서는 중앙정부 승인도 못받고 그래서 이 의원이 석유에 관심이 많아 한번 도움을 청해볼까 해서 들렀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그러나 "도움을 받을 게 없나 해서 왔지만 이 의원이 '유전사업도 철도청에서 합니까'하기에 말씀드리기가 그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서는 감사원 조사에서 확인된 "허씨와 왕본부장이 지난해 10월20일 이 의원을 찾아가 석유개발기금을 융자받는 데 도움을 청탁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유전사업과 무관"**
이 의원은 녹취록 분석 결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나를 사칭하거나 이익 추구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고, 추진과정에 서로 이권이 충돌되어 서로 네탓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내가 전대월을 믿고 도와주려고 생각했다면 소속한 산자위 산하기관인 석유공사에 연락했을 것이다. 내가 철도공사에 압력이나 부탁을 했다면 철도공사는 나에게 와서 진행경과를 설명하거나 여러 부탁을 했을 텐데 일체 그런 과정이 없었다. 요즘 공직사회가 누가 부탁을 한다고 해서 자기가 다칠 일을 하는 풍토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내가 관여해서 당사자들이 다치거나 손해를 보게 됐다면 나를 협박하던지 러시아로부터 계약금을 돌려박에 해달라는 각종 부탁이 있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나는 철도청이 유전사업에 참여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권유한 적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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