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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일방적 전원 해고"에 항의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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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일방적 전원 해고"에 항의 연주회

"단원 물갈이한다고 임기내 세계적 교향악단 되나"

봄기운이 완연한 31일 오후 서울 한복판, 애잔한 선율의 베토벤 교향곡 3번 2악장이 울려퍼졌다. 서울시는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씨를 영입해 교향악단을 세계적인 악단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정작 악장과 수석단원부터 일반 단원까지 악기를 들고 길거리에 나서 시민들에게 "집단해고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향 "단원 모두 바꾼다고 서울시장 임기내 세계적 교향악단 되나?"**

서울시 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단원 및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 조합원 7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진실하게 말하기'라는 제목의 항의 연주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독단적인 법인 전환 계획과 집단 정리해고와 다름 없는 전원 오디션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명박 서울시장은 중앙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대해 지방정부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하면서 서울시향의 발전 방향을 단원들에게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했다"며 "60년 전통의 서울시향의 진정한 발전을 원한다면 단원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정명훈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정씨를 영입한 목적대로 서울시향이 진정 세계적 교향악단이 되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며 "시장님 임기 끝난 뒤에도 가능하다"고 의견수렴을 통한 장기적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정명훈 영입 기대감이 한순간 '백수전락' 위기감으로**

사실 서울시향은 정명훈씨가 새 지휘자로 영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었다. 세계적 수준의 정씨의 지휘를 받게 된다는 설레임과, 전용 콘서트홀 건립 등 그동안 서울시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홀대 받던 서울시향에 제대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기대감은 잠시뿐. 연이어 서울시향의 독립법인화 계획과 악장.수석급의 단원부터 일반 단원까지 전원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다시 선발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미 몇몇 수석단원을 포함해 몇몇 단원은 '새로운 지휘자'를 위해 서울시향을 자진해서 떠날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그 방법이 '시향 해체 뒤 재설립, 전원 오디션'임이 드러나자 '집단해고'라는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향 수석단원 한 명은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악단으로 키우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존중하지만, 이런식으로 단원들을 모두 내쫓고 새로 구성한다고 해서 그것이 하루아침에 되겠느냐"며 "이미 수석단원 등 40여명이 명예퇴직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서울시향의 전통성을 존중하고 20~30년간 서울시향에서 몸담아온 우리의 실력을 정당하게 평가해달라는 것"이라며 "집단 해고 뒤 공개 오디션이 아니라, 최소한 새 지휘자와 1년은 호흡을 맞춰본 뒤 실력이 안되는 단원들은 나가게 하면서 내실을 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단기간의 평가로 새 단원을 뽑아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거듭날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전원 공개오디션 방침 변함 없다"**

하지만 서울시향의 이러한 반발에도 서울시측은 "전원 공개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새로 구성한다는 방침은 변함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서울시 문화과 관계자는 "정명훈씨도 전원 공개오디션에 동의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해, '전원 오디션 방침'이 정명훈씨와의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22일부터 공개오디션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서울시향 파문에 대해 한 공연계 인사는 "공개오디션 결정은 정명훈이라는 세계적 지휘자와 함께 연주를 하고 싶은 실력자들이 많이 몰릴 것이 예상돼 유명한 연주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러한 폭력적 방식이 문화예술계에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상당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시향은 한 때 '파업'도 논의 됐으나, 일단 예정된 공연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지속적으로 서울시에 항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향은 새달 1일 충무아트홀 개관기념 연주회, 새달 7∼10일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등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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