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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美언론에 가장 치욕적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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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금은 美언론에 가장 치욕적 시기"

[9.11, 이라크전, 미국의 변화] "美에 제3 입장은 없어"

기자는 지난 3월12일부터 3주간 미국 국무부의 'The International Visitor Leadership Program'(IVP)에 참여, 미국을 방문했다.

미 국무부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은 부시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군사전략, 인터넷 저널리즘, 미국 시민사회 등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3주 동안 국무부, 국방부, 태평양 사령부를 포함한 군사시설,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기관, 에코 빌리지 등 시민단체, 콜럼비아 대학 등 연구기관, 재미 한인단체 등을 방문했다.

IVP는 국제교류 증진을 위해 미 국무부가 매년 전세계 1백50여개국 4천4백여명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도 해마다 40-50여명의 언론인, 정치인, 재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해왔다. 국내 인터넷 언론인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며, 시민의 신문 이준희 기자, 통일뉴스 김치관 편집국장이 함께 참여했다.

지난 3주간 방문 중 비보도를 전제로 하지 않았던 일정들을 몇 번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미국에 제3의 입장이란 없다”**

“지금이 미국 언론에겐 치욕적인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9.11 사건 이후 언론인의 애국심은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다.” (다운타운 커뮤니티 텔레비전 센터 존 알퍼트(Jon Alpert), 뉴욕, 3월 21일 인터뷰)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미국 언론의 논조가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언론들은 9.11 테러의 원인을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광신과 야만성에서 찾았고, 미국을 선(善), 테러리스트를 비롯해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악(惡)으로 규정해왔다. 미국 언론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인명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적으로부터 미국과 전세계의 선량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정당한 것’으로 간주해왔다.

이라크전의 명분 중 하나였던 대량살상무기(WMD)를 이라크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밝혀지고 이라크에서 미군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최근 들어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실상 이라크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악의 축(axis of evil)' 중 하나인 북한 등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들과 전쟁을 수행 중이므로 보수화된 미국 언론의 논조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11 테러 이후 미 국민이 자발적으로 포기한 권리가 있다. 미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자유’다. ‘언론의 자유’도 그 중 하나다. 새로운 제도적 규제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선과 악을 나누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 ‘제3의 입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9.11 이후 백악관은 ‘너는 누구 편이냐’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제3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 편이 아니면 테러리스트 편으로 간주된다.

특히 미 군부 내에선 베트남 전 패배의 이유가 언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국민들 사이에 대대적인 반전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점점 군대가 언론을 통제해왔고 이라크전과 관련해선 성공적으로 통제했다.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는 오랫동안 숱한 논란의 주제였고, 확고한 가치를 확보해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금 미국 언론이 어떻게 된 거냐, 무엇을 하고 있냐를 묻는다. 나는 미국 정부보다 언론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언론 스스로가 정말 혼란스러우니까 정부에서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극소수다.” (콜롬비아 대학 언론 대학원, 스피나스 스리니바산(Speenath Sreenivasan) 교수, 뉴욕, 3월 21일 인터뷰)

***"이분법적 구분은 나와 부시 대통령을 동일시하는 것“**

미국 언론의 변화는 미국 국민들의 보수화의 원인이자 결과다.

“국제적 위상과 지위에 걸맞지 않게 미국에선 국제 문제에 대해 거의 교육하지 않는다. 정부와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과 다른 정보나 시각을 접하기 매우 힘들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인식하려면 적어도 대학 교육 이상은 받아야 한다. 9.11 이후 미국인들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제시하는 지배 엘리트 층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됐다.”(에스페란자 센터(Esperanza Center), 글라시엘라 샌체스(Graciela I. Sanchez), 텍사스 샌안토니오, 3월24일 인터뷰)

언론은 이런 ‘국가주의(Nationalism)’를 부추겨왔고, 이런 가운데 베트남전의 상흔이 채 가시기 전에 또 다시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국민적 동의를 얻어 이라크전을 감행할 수 있었다.

“언론은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미국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도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담 후세인을 옹호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난 1992년 후세인을 직접 만났었다. 후세인은 나쁘고 그 아들들은 더 나쁘다. 또 아랍국가에 미국을 위협하는 심각한 적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이슬람 과격 세력들은 맨하탄을 폭파시킬 수 능력이 있다면 그렇게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랍인들을 전부 위험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나를 똑같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쟁을 통해 죽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다.”(다운타운 커뮤니티 텔레비전 센터 존 알퍼트)

이런 생각으로 존 알퍼트씨는 이라크전이 시작된 뒤 4번이나 이라크 현지를 찾았고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현지 소식을 전했다. 그는 “우리의 보도 내용을 미국 정부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라크 현지의 미군들은 좋아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 정부 거짓말 그대로 옮겨 적어”**

9.11 이후 미국 언론이 정부의 결정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온 건 뉴욕타임스가 작년 5월26일 그동안의 이라크 관련 보도에 대해 반성하는 사설을 실었던 일에서도 잘 드러난다. 뉴욕타임스는 수차례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내용의 기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실었다는 점을 ‘뉴욕타임스와 이라크’라는 사설에서 인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시기 작성된 기사들 중에 좀 더 엄격한 검증과정을 거쳐야했음에도 그렇지 못한 기사가 적지 않았다”며 “신뢰성이 없는 이라크인 해외 망명자들이 정보를 제공했고 이것이 다시 부시 행정부 당국자에 의해 사실인양 확인됨으로써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많은 언론사들이 거짓 정보에 놀아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뉴욕타임스가 이례적으로 자사 기사에 대한 비판 사설을 싣게 된 것은 미국 신문 시장에 닥쳐온 전반적인 위기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국에서 기존 신문들이 급격히 신뢰를 잃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가 ‘신문을 절대로 안 믿거나 조금 밖에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론이 고의로 거짓을 꾸며대는 건 아니겠지만 의도적으로 사실을 축소, 은폐하거나 사건의 근원을 밝히는데 실패하고 있다. 정부의 거짓말을 그대로 옮겨 적고 있다고 보고 있다.”(페어 엔 애큐러시 인 리포팅(Fairness and Accuracy in Reporting), 짐 노레커스(Jim naureckas), 뉴욕, 3월 22일 인터뷰)

“무가지(Free Newspaper), 인터넷 미디어 성장 등 미국 언론 시장도 큰 변화를 겪고 있고 워싱턴포스트 등 기존 신문들도 구독자들을 어떻게 계속 유지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워싱턴포스트, 피터 에이스너(Peter Eisner), 워싱턴 D.C, 3월 17일 인터뷰)

기존 언론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문제는 언론 매체의 다변화와 더불어 종이 신문이 직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블로그 급성장, 그러나 기존 매체 영향력 상당기간 계속될 것”**

미국 언론도 인터넷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개인 블로그가 급부상하고 있다.

“1인 미디어라 할 수 있는 블로그가 새로운 매체로 등장해 이것을 언론으로 인정할 것인가가 큰 논란거리 중 하나다.”(콜롬비아대 스피나스 스리니바산 교수)

지난 3월 미국 백악관은 미디어비평 블로그인 피시볼 DC( www.mediabistro.com/fishbowlDC)의 운영자 가렛 그라프(23)에게 하루 두 차례 열리는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는 출입 기자증을 발급해 화제를 모았다. 앞서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은 정치블로거 35명에게 출입증을 발급했었다.

이같은 블로그의 성장은 비록 공화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미국 내 진보, 보수 세력간의 치열한 논쟁이 일었던 2004년 대선이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2002년 대선을 전후로 인터넷 언론이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면서 급성장했던 것과 같다. 인터넷 언론은 인터넷을 통한 민주주의(웨보크라시(Webocracy))를 가능케 했으며, 동시에 웨보크라시가 인터넷 언론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미국에 ‘개인 블로그’가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독립 인터넷 언론이 급부상한 한국과 다르다.

블로그가 1인 미디어로 가장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기술적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과 달리 대안 언론을 표방한 전국지적인 성격의 독립 인터넷 언론이 거의 없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다.

“미국 내 인터넷 언론도 제한이 없어서 몇 개라고 정확히 얘기하기 힘들지만 인터넷만을 기반으로 한 전국지는 슬래이트닷컴(Slate.com), 살롱닷컴(Salon.com) 등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다. 슬래이트닷컴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소유하고 있다가 2주전에 워싱턴포스트에 팔았다. 기존 매체가 가진 영향력이 아직은 워낙 강고해 독립적 인터넷 언론이라고 구분짓기 힘들다.”(콜롬비아대 스피나스 스리니바산 교수)

실제 방문했던 샌안토니오 지역에 기반을 둔 인터넷 신문인 ‘마이샌안토니오닷컴(Mysanantonio.com)’도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Sanantonio express)’라는 신문사와 지역케이블TV가 모회사다. 이 신문이 만들어진 배경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한 뉴스 소비가 증가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신문은 재정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모회사로부터 기사와 동영상을 제공받는다.

또 인터넷 매체의 핵심적인 특징인 쌍방향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미국 인터넷 언론의 한계다. 미국 인터넷 언론의 경우 독자가 직접 기고를 한다거나 기사에 대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지 않았다. 따라서 기존 종이 신문이나 방송이 할 수 없었던 네티즌들 사이의 논쟁을 통한 여론 형성을 주도하지 못했고, 그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의 보수화도 인터넷 언론의 성장을 가로막은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한국은 기존 매체와 다른 정보와 시각을 갈구하는 독자들이 분명 존재했고, 인터넷 언론은 기존 보수언론과 차별적인 진보언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국 언론의 판도는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블로그 등 인터넷 매체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주류 언론이 정보 제공,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게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페어 엔 애큐러시 인 리포팅, 짐 노레커스)

짧은 기간 동안 ‘수박 겉핥기’ 식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많은 한계가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인터넷 언론은 한국이 미국보다 한참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독자들이 직접 참여해 진보매체를 만들어가고 가꿔나가는 한국 사회의 역동적 힘을 미국 사회에서 찾아보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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