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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변협', 정부와의 전면대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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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수 변협', 정부와의 전면대치 선언

천기흥 새 변협회장 "변호사 생존권 무엇보다 중요", "로스쿨 반대"

새로 대한변협 회장에 선출된 보수적 성향의 천기흥(62. 사시8회) 회장이 '변호사의 생존권'을 명분으로 로스쿨 도입 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앞으로 정부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천기흥 변협회장, "변호사 생존권 위협하는 로스쿨 도입 반대"**

천 회장은 21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대의원 1백3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변호사협회 정기총회에서 박수로써 제4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천 회장은 1973년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 사법연수원 교수, 법무부 섭외법무심의관, 서울지검 형사부장과 총무부장을 지낸 뒤 1991년 변호사로 개업했고 2003년부터 서울변회 회장을 맡아온 보수적 성향의 법조인이다.

<사진1> 천기흥 회장(오른쪽)

당선후 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변호사를 포함한 우리 법조사회 전체는 요사이 사법개혁이라는 회오리 속에 갖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국민의 이름을 빌려 특정집단의 이익을 취하거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왜곡된 개혁은 개혁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 회장은 특히 "우리의 당면과제인 로스쿨 문제만 해도 그렇다. 7년제 법과대학을 만들어야 국제 경쟁력이 생기냐. 연간 수천만원이 예상되는 수업료는 누가 보장하냐"며 "변호사 대량 생산 목적을 위해 엉뚱하게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가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개혁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고 로스쿨 도입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법률시장 개방, 국민의 사법참여, 대법원 기능 문제, 법조 일원화 문제 등 다른 사법개혁 주제에 대해서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그것은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며 어느 정파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개악의 결과만 초래하게 될 뿐"이라며 "올바르고 정당하고 합리적인 개혁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하고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 아니라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개혁에 대해서는 단호히 길을 거부하고 우리의 주장을 결코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변호사 대량증원, 높은 세율이 개혁 아니다"**

천 회장은 또한 이날 "사법 개혁에는 변호사의 공익성과 함께 생존권의 중요성도 함께 논의되고 반영돼야 한다"며 '변호사의 생존권'을 특별히 강조했다.

천 회장은 "변호사는 인권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의무로 한 공공성을 띤 법률전문직으로 그 사명과 지위.업무의 공익성을 떠나서는 이미 변호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한다는 것이 변호사법의 정신"이라면서도 "그렇다면 그 대신 국가사회는 변호사들의 공익적인 헌신 만큼 그 지위와 생존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양질의 법률서비스만 요구하며 변호사의 생존권을 무시하면 그 결과는 변호사 직역만 몰락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법률 서비스도 사회정의 실현도 다 함께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모든 지혜와 능력을 동원해 변호사의 생존의 길을 개척하고 이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차 "변호사 생존의 길이야말로 공익성을 높이며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길"이라며 "변호사의 대량 증원, 높은 세율 적용만이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다"라고 재차 그동안 사개위가 추진해온 사법개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익성과 생존이 동시에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하고 여기에 사법개혁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이러한 점을 사법개혁 작업에서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법개혁 과정에 변호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케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 앞으로 적잖은 진통을 예고했다.

<사진2> 정기총회

***탄핵찬성,정수장학회 이사 등 보수색채 뚜렷**

변협은 이날 정기총회를 통해 단독 후보였던 천기흥 변호사를 새 회장으로 선출함과 동시에 부회장 5명, 상임이사 등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했다. 부회장에는 유정주(서울회), 조영진(수원회), 서정석(대구회), 황익(부산회), 이정희(광주회) 변호사 등 5명이 선출됐고, 상임이사로는 오욱환(총무이사), 이욱제(인권이사), 민병식(법제이사), 신현호(교육이사) 등 10명의 변호사가 선출돼 43기 변협 지도부 임무를 맡게 됐다.

새로 선출된 천 회장은 42기 지도부보다 '보수적' 성향이어서 향후 정부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박재승 전임 회장 체제의 변협은 민변 출신의 변호사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대통령 탄핵사태 및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등의 과정에 개혁적 성향을 보여 보수적 변호사들의 반발을 사왔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사실상 대한변협 회장 선거인 서울지방변호사회 정기총회에서 보수적 법조인들이 일치단결해 천기흥 변호사를 선출하면서 판도변화를 예고했다. 1천9백26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이날 정기총회에서 천 변호사는 민변이 민 김성기(64·고시 16회) 변호사를 접전 끝에 64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앞서 25일 창립된 제3의 중도변호사 단체를 표방하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이 천 후보를 적극 지지함으로써 천회장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천 변호사는 이날 투표에 앞선 정견발표에서 “변협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권력이 변협의 눈치를 보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연수원 30기 후반의 젊은 변호사들 중 80%가 억대의 빚을 지고 있다”면서 “변호사 업계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변호사의 전문화와 법무사·세무사 등 유사직역들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총회장에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 민변 출신들이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등 보수성향 변호사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내용의 유인물이 배포되기도 했다.

천 변호사는 지난해 대통령 탄핵사태때 변협의 즉각적인 탄핵반대 성명에 대해“탄핵반대가 전체 변호사들의 의견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며 변협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는 또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대표가 이사장직을 사퇴한 정수장학회의 이사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보수적 색채의 변협 집행부가 출범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변협과 정부 사이에는 적대적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첫번째 대치전선은 참여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사법개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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