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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선주자들 구름 위에 사나

긴급 국정현안ㆍ민생쟁점에 꿀먹은 벙어리

대선주자들은 구름 위에 사는가.
정치현안과 민생쟁점들이 뒤엉켜 세밑 정국이 어지러운데도 소위 대선주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지극히 원론적인 언급 뿐, 사태해결방안이나 쟁점에 대한 뚜렷한 자기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

특히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경우 국정 최대위기라고 할만한 비리게이트 연발사태에 대해 누구도 나서서 적극적인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국면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새 리더십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일주일은 각종 게이트 의혹이 국정 최대 쟁점이었다. 3대 게이트 관련 의혹이 대통령의 두 아들에게로 확대되고, 신광옥 전 청와대민정수석이 구속되었으며, 새롭게 윤태식 게이트까지 추가돼 비리의혹이 최고조에 달했다.

검찰과 국정원이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사정권력의 난맥상이 연출되었으며, 청와대와 한나라당 총재실 사이에 “가족문제는 더 이상 거론치 말자”는 전화를 누가 먼저 했는지 공방이 벌어졌다.

반면 예산심의는 계속 늦어졌고, 법인세는 2% 인하로 야당이 상임위에서 일방 통과시켰다가, 여야가 다시 1% 인하로 합의했지만 처리하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주5일근무제를 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 노사 양측 모두 결의대회 등을 통해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안이 산적하고, 이를 지켜보는 민심이 극도로 황폐해져 가고 있는데도 대선주자들은 유유자적이다. 고의적으로 현안에서는 한 발 빼고 정면으로 맞대응하지 않는다.

***현안에 대해서는 지극히 원론적 입장표명뿐**

“대통령은 정권의 존명을 위해서라도 철저히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18일 한 말이다.

“국가기강 확립 차원에서 과감하고 신속하게 검찰이 여론의 흐름보다 앞서 가면서 근원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인제 민주당 상임고문의 17일 발언.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실규명 외에 달리 해법이 없다.” 18일 한화갑 상임고문 발언.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 국민의혹을 말끔히 씻어야 한다.” 같은 날 김중권 상임고문의 발언이다.

누가 해도 똑같은 지극히 원칙적 발언이다. 국민들은 검찰 자체를 불신하고, ‘음해설’이 난무하는 국정권, 검찰, 청와대 등 사정권력의 난맥상을 개탄한다. 대통령 친인척 연루 의혹이 확대되는데 경악하면서,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이에 “가족문제는 거론치 말자”는 전화가 오고갔다는 설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야당의 경우는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검찰총장 사퇴 주장을 했으니, 그것이 이회창 총재의 입장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권내 대선주자들은 사정권력의 난맥상, 청와대와 이회창 총재 사이의 가족문제 담합의혹 등에 대해 언급 조차 하지 않았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사는 저만치 사태의 핵심에 가 있는데, 이들은 그 핵심은 비켜가며 “수사 잘해서 의혹 풀자”는 공염불만 되뇌고 있는 셈이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18일 “최근 당의 단호한 대처가 적절하다. 앞으로도 명백하고 단호한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정한 수사 촉구’가 단호한 대처라는 것인지, ‘이회창 총재 가족문제 거론으로 맞불작전을 펼 수도 있다’는 엄포가 단호한 대처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노무현 상임고문은 18일 “집권후 권력기관에 대한 구조적 쇄신을 소홀히 한 측면 때문에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이 현 사태와 관련 있다”며 “다음 정권에서 특검제를 상설화할 것”을 제안했다. ‘특검제 상설화’라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그건 다음 정권 일이고, 현재 상태에서는 비리의혹을 해결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전제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마저 있다.

***정책쟁점에 대한 구체적 소신 피력 없어**

작금의 비리게이트 사태에 대해 국민여론은 ‘한보사태-김현철씨 구속’으로 이어진 YS정권 당시와 비교하며 정권의 존망이 달린 차원으로 해석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차기 주자를 자임하려면 뭔가 적극적인 상황타개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현안의 핵심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새 리더십의 중심을 만들어 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당 대선주자들 가운데 누구도 그렇게 ‘치고 나오는’ 사람이 없다.

예산안 처리, 법인세 논란, 주5일근무제 등의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대선주자들 모두 아예 언급 조차 하지 않았다.

노무현 상임고문만이 20일 “법인세율 인하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에 돌아가는 반면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그만큼 세 부담 증가를 초래한다”며 “한나라당은 소수 특권층을 의식한 정치를 그만두라”고 정책 논평을 냈을 뿐이다.

물론 이들 정책쟁점에 대해서는 당론이 있고, 여야간의 협상이 벌어진다. 때문에 각 주자들도 그 당론에 따르고 여야 협상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선주자라면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 대다수가 첨예한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라면 자신은 어떤 입장인지, 당론을 만드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대선주자로서의 올바른 자세라는 지적이다.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각종 현안에 대한 분명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그러한 소신 경쟁을 보면서 선택을 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정치풍토다.

그러나 우리의 대선주자들은 미묘한 사안일수록, 찬반양론이 뚜렷한 쟁점일수록, 애매한 자세로 모든 지지표를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인지 두리뭉실 넘어가기 일쑤다.

“정책대결이 아닌 지역 대결, 계파간 세 대결, 자금력 대결로 점철되어 온 경선풍토, 선거풍토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진단이다.

그러나 지금 여야 모두 예비경선제 등 당내 경선과정부터 국민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또 여야 대선주자 모두 ‘21세기형 새로운 리더십’, ‘정책대결의 새정치풍토’를 만들겠다고 자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스스로의 이념과 정책, 정치적 판단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만 참여하는 국민이 판단할 수 있고, 정치풍토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이다.

***구태의연한 정치권내 세 규합에만 매몰**

오히려 대선주자들은 다른 일로 몹시 바쁘다.

이회창 총재는 지난주 한나라당내 재선의원, 3선 이상 의원과 간담회를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당내 경선시기, 경선방법, 지도체제 개편방안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모두들 당내 권력투쟁, 세력규합에 바쁜 것이다.

신문방송 등 언론인터뷰, 기자간담회, 토론회 및 강연회로 다들 일정이 빽빽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도 현재의 핵심쟁점에 대한 언급은 한두마디 뿐이다.

또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회동 등 여야를 넘나드는 별도이 판짜기도 부산하다. 4년중임제 개헌론, 김종필 총재의 내각제 정계개편 주장 등도 꾸준히 이어진다.

결국 여야 대선주자 모두 국정과 민생 관련 핵심쟁점과는 무관한 정치권만의 세력판도 변화, 세 규합에만 매몰되어 있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내년 대선도 그 이후의 정치도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대두된다.

“변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달라진 모습을 보여라.” 이것이 대선주자들에 대한 국민의 바람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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