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청와대 비서실, 집권 2주년 '자화자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청와대 비서실, 집권 2주년 '자화자찬'

김병준 "지역구도 타파 빼곤 경제등 2년간 한 게 많아"

"그간 참여정부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 좌파정부, 포퓰리즘, 나토(No Action Talk Only)정부, 이념만 과잉이고 정책은 없다, 개혁 조급증이라는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여전히 오해가 남아있다. 인식 구조가 다르고 아젠다가 달라 참여정부가 하는 일이 안 보여서 그랬던 거 아닌가 싶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17일 참여정부 집권 2주년을 평가하면서 한 말이다.

김 실장은 지난 2년동안 가장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영남 지역에서 기대한 만큼 의석을 얻지 못한 것 등 지역 구도 완화를 타파하지 못했다"는 점을 가장 '뼈 아픈' 과오로 지적하면서, "경제 등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2년 동안 해온 게 많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이 '오해'였으며, 지난 2년 동안의 경제 불황, 정치 사회적 갈등 등 많은 문제가 참여정부 출범 이전부터 존재하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김 실장의 주장이 얼마나 많은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스템 문제 있는 공장 인수한 셈"**

"참여정부 출발 시점으로 돌아가 말씀드리면 전체적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공장으로 치면 한편으로 공장을 인수해 시스템 고쳐야할 것도 많고 시장 상황도 별로 좋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다. 공장 시스템은 시스템대로 고치면서 종업원 월급도 줘야 하니까 생산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참여정부 출범 당시 문제에 대해 △경제 △정치사회적 갈등 △정부운영 세 가지 측면에서 지적했다.

우선 경제문제에 대해 김 실장은 순환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순환기적인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선 출범 당시에 보면 경제에 관한 의제가 설정부터 잘못돼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 아젠다 설정부터 잘못돼 있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원인이 뭐냐,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냐는 아젠다 설정에 있어 일부 국민이나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대기업 중심의 문제가 경제 문제라고 보았다. 그래서 경제 처방도 '왜 대통령이 재벌총수를 만나 투자를 독려하지 않냐'는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대기업 중심의 사고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는 대기업이 아무리 잘해도 그 효과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런 양극화나 산업인력 공급 문제, 보수적 금융관행 등이 오히려 핵심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비 위축을 얘기하는데 돈을 버는 사람이 돈을 쓸 수 있는 의료산업, 관광.레저산업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는 문제나 고질적인 정경유착, 부패 문제가 본질적인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끝까지 싸우면 보상받는다는 잘못된 보상체계 자리잡고 있어"**

김 실장은 지난 2년간 정치.사회적 갈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역 갈등 등 정치사회적으로도 갈등이 유발될 만한 구도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보면 끝까지 싸우면 가장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잘못된 보상과 징벌 체계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어 여러가지 갈등과 불합리한 싸움을 부추겨왔다"며 "교육에 있어서도 공교육이 추구해야할 가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정부 운영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김 실장은 "참여 정부가 출범할 때 많은 문제가 있었다"며 "지식정보사회로 갈수록 정부의 의사 결정이 시의적절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정부 전체 구도가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조직 내의 정보 흐름이 원만해야 되고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수직적 권위주의 체제가 자리잡고 있으니까 대통령 앞에서 장관이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장관 앞에서 국.과장이 말 못하고, 그 사이에서 잘못된 정보가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이 영남 쪽에서 의석 못 얻어, 지역구도 타파엔 실패"**

그는 이처럼 과거 정부에서부터 누적돼 온 문제들에 대해 지적한 뒤 "지난 2년을 자평하면 이런 상황에서 정부 노력이 잘못되거나 미진한 부분도 많았다"며 "지역구도의 완화 내지는 타파, 이런 부분은 정말 뼈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곳곳에서 지역주의와 이에 근거한 불합리한 관행과 도덕적 해이를 발견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은 정부가 나름대로 넘어서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다. 지난번 총선 때도 결국 못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열린우리당이 결과적으로 (지난 총선에서) 영남 쪽에서 의석을 기대한 만큼 얻지 못했다"며 "그나마 대구.경북 지역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건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답했다.

***"참여정부에서 양극화 논의 새로 내놓아"**

그는 그러나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2년 동안 해온 게 많다"며 "경제도 상당히 정부가 노력한 결과가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경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는 기미가 보인다"며 "참여정부에서 양극화 논의를 새로 내놓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최근 김진표 교육부총리 임명에 대해서도 "경제부총리가 교육부총리로 자리 잡은 것도 처음엔 '어' 했다가 설명하면 설명이 된다. 교육정책이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치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도 김 실장은 "참여정부가 원칙을 가지고 국정에 운영해 잘못된 보상과 징벌 체제를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쟁의로 잃어버린 손실일수가 작년엔 8% 줄었고, 올해는 10%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또 정부 혁신과 관련, "대통령이 스스로 가진 권한을 국민에게 내놓으면서 합리적 의사결정 틀이 갖춰졌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정부는 앞으로 더욱 발전에 관한 비전을 강하게 내놓고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시했던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라는 세 가지 국정 목표를 향해 한발 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2년째 '아전인수'식 평가**

그러나 김 실장의 이같은 평가는 대부분의 문제를 과거 정부의 탓으로 돌리면서 '지역구도 타파' 이외의 문제에 대해선 "성과가 크다"고 주장하는 것이여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참여정부 들어 경제 양극화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게 된 것은 양극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지 정부의 아젠더 설정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건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 93%가 빈부 격차가 심각하다, 저소득층의 61.8%가 생활수준이 더욱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란 주제의 정책 토론회에서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양극화 해소 정책은 과거 발표가 됐던 것들을 모아서 짜깁기한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필수적인 내용들이 거의 빠져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국민들이 경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동의하기 힘들다. 대다수 국민들이 해소하고 있는 먹고사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 인식'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거의 유일하게 미진한 부분으로 지적한 지역구도 완화의 문제도 실상 그 책임을 유권자들에게 돌리는 발언이다.

앞서 지난해 참여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청와대 비서실은 이병완 홍보수석이 주도해 '대한민국은 뚜벅뚜벅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는 제목의 평가 자료를 내, "국정의 두 축인 정책결정 과정과 인사시스템의 변화는 과거에 비춰보면 천지개벽의 변화"라고 주장했었다. 당시에도 "지나친 자회자찬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청와대는 올해에는 취임 2주년을 맞아 별도의 평가 자료를 내지 않고 김 실장의 이날 기자 간담회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