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9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국정방향의 일대 전환을 위해 언제든지 대통령과 만나겠다"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다.
***"언제든지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누겠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을 "민생파탄의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2월 국회는 '비상민생국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처럼 쟁점법안으로 싸우기만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올해를 '민생을 살리는 무(無)정쟁의 해'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한해 우리는 탄핵과 수도이전으로 시간을 보냈고 민생과 아무 상관도 없는 법안들을 가지고 여야가 싸워야 했다"면서 "이 엄청난 민생위기에 우리 정치가 이런 일들로 또다시 날을 지새워야 하겠냐.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표는 "국정 방향의 일대 전환과 정쟁없는 정치를 위해, 나는 언제든지 대통령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의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회담을 먼저 제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아마 지금의 기자회견 내용을 들었을 것"이라며 "나의 이러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고 (대통령이) 생각하는 데 따라 결정이 날 것"이라고 인정했다.
***"선진사회협약 제안 기꺼이 수락"**
박 대표는 "지난주 대통령께서 '선진한국, 선진경제'를 강조해 이제부터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겠다고 국민앞에 약속했다"라며 "대통령이 국정의 방향을 새롭게 전환한 것은 잘하신 일이다. 나라를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선진화를 수용한 것도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날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의 '선진사회협약체결' 제안에 대해 "나는 작년 10월 국회대표연설에서 여와 야, 노와 사, 전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대협약'의 체결을 제안한 바 있다"라며 "한나라당은 기꺼이 수락하겠다"라고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박 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국보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서 "그런 법안들로 여야가 싸우는 바람에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정치라는 것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인 만큼 한 방향의 극단으로 나가는 것을 야당이 견제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사명"이라고 견제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제 대통령이 경제의 모든 힘을 싫겠다는 약속을 했고, 실용주의 노선으로 가겠다고 했으니 이번 국회에선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2월국회에서 국보법 등 3대입법의 쟁점화 가능성을 낮게 바라봤다.
***"부자와 기업들의 사회기부행위에 파격적 혜택"**
박 대표는 "민생경제 핵심과제를 찾아내 추진할 것"이라며 "연말에는 그 추진실적을 갖고 국민 여러분의 평가를 받겠다"라고 감세, 규제 완화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을 밝혔다. 더불어 최근 대구 장애아 아사사건과 부실도시락 문제 등과 관련, 사회복지 정책을 밝히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가정용 프로판가스의 특소세 폐지와 소득세의 꾸준한 인하를 주장했고,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부동산 보유세를 올린만큼 양도소득세, 등록세, 취득세를 더 내리겠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공제비율을 현행 1.5%에서 2%로 인상 ▲쌀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구제책으로 '쌀소득보전에 관한 법률' 제정 ▲방카슈랑스 2단계 개방 연기 등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규제완화 정책과 관련, 토지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며 "출자총액제한을 폐지하고, 증권집단소송과 경영권방어제도도 기업의 현실에 맞게 고치겠다"라고 밝혀 증권집단소송제 시행의 일정기간 유예 방침을 밝혔다.
박 대표는 신행정수도 이전의 후속대책으로 "공주ㆍ연기 지역에 여야 합의로 다기능복합도시를 건설하겠다"며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U자형 국토개발 ▲호남고속철도 조기건설 ▲대전-광주-대구를 잇는 3각 테크노 벨트" 등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단전ㆍ단수 가정 등 해체위기에 처한 한계가정에 특단의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국가가 찾아가는 복지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내 '한계가정구호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국민연금법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거덜나는 일이 결코 없도록 정부가 책임지는 국민연금법을 개정하겠다"면서, 더불어 기초연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개인 신용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국민연금을 담보로 저리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반환일시금제도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최저생계비도 안되는 수입으로 고통받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위해 건강보험료 등을 한시적으로 조정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겠다"고 밝히고, 부실도시락 파문과 관련해선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은 예산을 늘리고 감독을 꾸준히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부자와 기업들의 사회기부행위에 대해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장치를 만들어가겠다"고 기부행위 유도 정책도 아울러 제안했다. 이는 재계 요구를 받아들여 현재 5%로 돼 있는 기부금 면세 상한선을 대폭 상향조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돼 귀추가 주목된다.
***"청구권 자금 경제발전에 써 경제가 발전했다"**
기자회견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박 대표는 한일협정 관련문서 공개 파장에 대해 "일제시대 강제 징용으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이 이번 문서공개로 인해 또 한번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까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며 "그 분들의 희생위에 오늘의 발전이 있는 것임을 생각할 때 우리 모두는 그분들에게 빚을 졌다"고 일문일답을 통해 밝혔다.
박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이 분들의 보상 대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부터 여야가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그러나 "당시 협정을 맺을 때, 우리나라는 너무 가난하고 어려워, 그 돈을 경제발전을 위해 썼고, 경제가 발전했다"고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에 반박을 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한일협정 문서공개가 자신에 대한 흠집내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선 "정부-여당에서 하는 일이 그런 식의 의혹을 사게 된다면 정부로선 손해나는 일 아니냐"며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몫이다. 어떤 경우라도 역사에 관한 것을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선 안된다"고 경계심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여권의 과거사 진상 조사 추진에 대해서도 "지난 과거사법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객관적, 중립적, 전문적인 인사들에 의해 과거사 규명이 이뤄져야 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그렇게 진행이 된다면 아무것도 주저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나라를 세웠고, 튼튼한 안보위에 산업화를 했고 민주화를 통해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건설했다"며 "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10년내에 선진한국을 건설하지 못한다면 영영 기회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청산이 아니라 건설을, 분열이 아니라 화합을 위해 전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우경화 주장, 이해하기 어렵다"**
박 대표는 또한 당명개정으로 대표되는 당 선진화 프로젝트에 대해 당내 반대의견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곧 있을 의총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용해 절차나 방법에서의 합의를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당명 개정 얘기는 나온 지 오래됐고, 지난 8월 연찬회에서 다 합의가 됐던 것"이라며 "당의 이름만 전략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당의 노선과 이념적 좌표를 모두 설정해 새로운 노선으로 나간다는 결의하에 당명개정도 같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김덕룡 원내대표 등이 '개혁적 중도보수'를 강조하고 당내 소장파들의 노선투쟁 선언과 관련해 "우리 당은 이미 상당히 중도보수로 왔다"며 "국보법만 해도 상당히 전향적인 안을 냈는데, 당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일부 영남의원들 사이에서 '당의 발전적 해체' 등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우리 당이 확실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한나라당은 그간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다만 당내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이 당의 정체성에 혼란을 준 것이라고 받아들인 것 같다"고 영남 의원들의 주장을 소장파들에 대한 반발로 해석했다.
최근 염창동 당사를 여의도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선 박 대표는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며 "여의도 국회와 당사는 차로 10분 거리밖에 안되지만, 심리적으로 거리를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점들을 다 고려해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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