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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의원, '죽은 법'과의 11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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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의원, '죽은 법'과의 11년 전쟁

94년 기관사 파업 '3자개입' 혐의. 남재희씨 "3자개입 아니다"

'복수노조 금지', '3자 개입 금지'. 모두 군사독재정권이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산 노동악법들이다. 이 악법은 민주화와 함께 지난 97년 사라졌지만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10년이 넘게 아직까지 법정에 서서 죽은 법들과 싸우고 있다.

***권영길 의원, 사라진 악법에 의해 아직도 재판중**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주경진 재판장)의 심리로 14일 권영길 의원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 권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는 '제3자개입금지위반', '일반교통방해', '건조물 침입', '기부금품모집위반' 등이다. 94년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의해 합법적 노조가 아니었던 전국기관사협의회(전기협) 파업 사건 당시 권 의원은 전기협의 상급노조인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의 위원장이었고, 지난 2001년 1심에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권 의원은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당시 사건은 정부 당국의 책임있는 사람들도 '정치적 사건'이라 얘기하고 있다"며 "민주노총건설 등의 노동운동은 단순히 노조건설 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이었고, 오늘날 이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이 법정에 서고 있는 것은 과거의 과오가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권 의원은 이어 "개혁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지나간 날들에는 잘못된 일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검찰과 사법부 등도 이러한 과거 청산을 통해 밝고 희망찬 사회를 건설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독재정권 노동운동 탄압위해 만든 법 이제는 사라져. 면소판결해야"**

권 의원의 변호인도 최후변론을 통해 "5.16 군사쿠데타에 의한 군사독재정권이 노동운동을 짓밟기 위해 당시 국가재건최고위원회에서 복수노조를 금지 시켰고,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12.12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3자개입 금지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는 이미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악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처벌조항이 사라진 법률 조항"이라며 "검찰이 1심에서 공소를 취소했어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아 오늘 이 법정에까지 오게 된 것으로 당연히 면소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한 "건조물 침입 혐의는 당시 대학에서 노조 집회를 연 것으로 공안당국에 의해 학교측에서 고소했으나 고소를 취하했고, 일반교통방해는 공소내용도 구체화 돼 있지 않는 등 공소기각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고, '기부금품모집 금지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1심에서 공소취소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남재희 당시 노동장관 "당시 '3자 개입'이라고 생각 안해"**

한편 이날 마지막 심리에는 권 의원의 서울신문 선배이자 94년 사건 당시 노동부 장관이었던 남재희 전 장관이 출석해 증언을 했다.

남 전 장관은 "94년 기관사 파업 당시 권 의원이 전노대 대표로 장관인 나를 여러차례 찾아와 정부와 노조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를 했었다"며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기관사의 열악한 처우를 보고하고 예산을 투입해 처우개선 지시를 받았었으나 경찰이 투입되고 말았다"고 회고했다.

남 전 장관은 특히 '제3자 개입' 여부에 대해 "당시 전노대나 전기협은 복수노조 금지 조항에 의해 합법적 노조가 아닌 '법외 노조'였지만, 하급노조인 전기협의 파업에 상급노조인 전노대가 협상에 개입하는 것은 '지도'하는 것이지 3자 개입이라고 보지 않았고, 노동부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그런걸 '3자 개입'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남재희 "전노대는 '법외노조'였지만 실체를 갖춘 대화의 상대였다"**

남 전 장관은 또한 '법외노조'였던 전노대 등과 대화한 것에 대해 "아프리카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고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 만큼, 당시 대기업 노조 대부분이 가입해 있던 전노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실체를 두고서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며 "당시는 ILO 등에서 복수노조, 3자개입 금지 등을 폐지할 것을 계속 권고해 법안을 개정하는 준비를 하고 있었고, 노동행정에서 전노대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 전 장관은 이어 "권 의원과 당시 '법외노조'인 전기협이 협상을 위해 합법노조인 철도노조의 지부 형식으로 협상에 참여하기로 합의를 했었는데, 전기협이 참여를 하지 않고 다음날 참여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었다"며 "그러나 다음날 바로 경찰 공권력이 투입돼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영길 "공안당국은 노조는 맹목적 파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 안가린다 생각" 호통**

이에 검찰측은 "전기협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합법노조였던 철도노조를 부정하고 별도의 노조를 만든 전기협이 철도노조 지부 형식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내부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질문했고, 권 의원은 "당시 전기협 지도부에게 사전구속영장이 내려져 신분보장의 이유로 협상 참석을 미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현재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을 볼 때 협상의 대표성을 매우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데 당시에 전기협이 철도노조의 산하로 협상에 참석하는 것에 내부 반발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재차 반박했고, 권 의원은 검찰의 '전공노' 언급에 흥분한 듯 "노조는 맹목적으로 모든 수단을 강구해 파업을 강구한다는 관점 자체가 문제다. 그 당시에는 명분 다 버리고 협상한다는 방침이었는데 경찰을 투입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공안당국의 노동문제 인식에 대한 불만감을 표시하며 호통을 치듯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원심 구형량이 얼마죠?" "찾아봐야겠네요" 징역 3년 구형**

이어 결심에서 재판부는 검찰에 구형량을 물었고, 검사는 "원심대로 구형합니다"라고 짧막하게 말했다. 이에 재판부가 "원심 구형량이 얼마죠?"라고 물었으나 검사는 서류를 들추며 "찾아봐야겠다"고 대답했다. 이미 기소된지 11년이 지났고, 1심도 지난 2001년 선고되는 등 그동안 재판부와 담당 검사가 수차례 바뀌었기 때문. 원심 구형량은 징역 3년이었다.

이날 공판에는 천영세, 심상정,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해 많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권 의원의 재판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권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16일 열린다. 만약 항소심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지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권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케 돼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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