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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주민들, "배상금으로 사격장에 평화공원 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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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주민들, "배상금으로 사격장에 평화공원 짓겠다"

법원, 매향리 사격장 피해 주민에 국가배상 판결

대법원의 매향리 미군 사격장 피해 손해배상 결정에 따라 1천9백여명의 매향리 주민들이 추가로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매향리 주민들이 50여년간 받은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매향리 주민들은 배상액으로 사격장에 생명.평화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법원, 매향리 미군 사격장 피해 잇따라 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강재철 재판장)는 매향리 주민 1천9백여명이 낸 미군 전폭기 사격훈련에 따른 소음 피해 3백8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13일 "이와 유사한 사건의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장 전만규씨 등 14명이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소음 피해를 인정 지역과 거주기간에 따라 9백75만원~1천1백5만원의 배상금을 인정한 바 있다.

이밖에 매향리 주민 4백여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도 현재 1심에 계류중으로 대법원의 판례를 볼 때 배상을 받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사진1> 전만규 위원장

***매향리 주민들 "사격장에 생명.평과 공원 만들어 역사적 교육장 삼겠다"**

한편 전만규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장과 소송을 진행한 이석태 변호사(민변 회장)는 이날 판결 후 기자 간담회를 갖고 "배상금 상당액을 들여 폐쇄된 육상 사격장(54만평 규모)에 생명.평화 공원을 만들어 매향리의 싸움과 현실을 알리고 후대에 역사 교육장으로 활용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법에 대해 무지하던 시골 농민들이 아무런 나라의 도움도 못 받고 주위 분들의 도움을 받아 법에 호소하고 구제 받아야 하는 한심한 현실"이라며 "이제는 육상 사격장이 폐쇄된 만큼 국가에서도 생명.평화공원을 만드는데 최대한 협조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람들 폭탄 맞아 죽어가는데 빨갱이로 몰릴까봐 한 마디도 못 하고 살아"**

전 위원장은 지난 50년의 세월에 대해 "지옥같았다"고 표현했다. 전 위원장은 "8개월된 임산부가 12kg짜리 폭탄에 맞아 즉사하고, 파편에 맞아 불구가된 농민들 뿐 아니라 불발탄에 어린아이들 4명이 즉사하는 등 지난 세월들을 생각하면 소음 피해 뿐만 아니라 언제 폭탄에 맞아 집이 날아가고 죽을 지 모르는 공포 속에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어 "그러나 과거 반공.냉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미군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은 바로 빨갱이로 몰려 패가망신하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에 순박한 시골 농민.어민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쥐죽은 듯이 살아야 했다"며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당국에 이런 피해 호소해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은 곡괭이와 낫을 든채 목숨을 걸고 사격장에 뛰어들어가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수십년간의 고통과 투쟁들을 상기했다.

전 위원장은 "당시 변호사님의 도움을 얻어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승소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당시에는 다만 매향리의 상황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생각으로 소송에 임했는데 이렇게 조금이나마 배상을 받게 돼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진2> 이석태 변호사(이전에 인터뷰 사진 쓴 것 찾아서 써주세요. 캡션:이석태 민변 회장은 "국가안보는 '권력의 안보'가 아닌 '인간에 대한 안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그러나 1인당 1천만원 안팎인 배상금액에 대해서는 "반세기 동안 고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3년간의 피해만 인정해줬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그나마 매향리의 피해 상황을 전국민에게 알린 것을 성과로 생각하겠다"고 자위했다.

소송을 진행해온 이석태 변호사도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한 소송이 미국에서 진행됐다면 배상 액수가 엄청났을 텐데 법원의 보상 액수가 미흡해 유감"이라며 "그러나 공군기에 의한 소음 피해를 법원이 판례로 인정한 것인 만큼 다른 군사 훈련장에 대한 배상이 일어나는 파급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이번 판결을 통해서 '안보'의 개념이 '국가 권력'의 안보가 아닌 '인간과 주민'의 안보, 즉 안보를 핑계로 특정지역의 주민들 희생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3> 농섬 사격장

***아직 농섬 해상사격장 문제 해결 안되**

그러나 아직 매향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매향리 앞 1.5km 해상에 있는 농섬 해상사격장이 아직 남아 있어 언제 오폭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군측은 우리 정부에 농섬 사격장 관리권을 이양하고 공동 사격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미군 훈련장에 의한 피해보상을 고스란히 우리 정부가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불평등하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으나 미군측은 "정상적인 훈련에 의한 것으로 적법한 것이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폭격 훈련에 의한 불발탄 수거와 오염 처리 문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향리와 비슷한 피해를 입고 있는 군사훈련 지역 주민들의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군사기지 및 훈련장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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