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30일 오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김원기 국회의장 주재로 최종 원내대표회담을 진행하고 있어 쟁점법안의 타결 여부가 주목된다.
이날 여야 지도부는 유난히 '타협'과 '협상'을 강조했고, 김원기 국회의장도 "끝까지 희망 갖고 대다수 국민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쳐 막판 타협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원기 "온 국민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회의장실에서 김원기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원내대표회담이 시작됐다.
김 의장은 "온 국민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오늘 내일 여야가 중요 안건을 합의도출하는지에 17대 국회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최종 합의를 강력히 종용했다.
김 의장은 "오늘 회담이 실패할 경우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지탄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양당 지도부는 역사와 국민앞에 큰 책임을 지고 서있다는 소명감을 갖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합의를 도출해 정치가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김기만 국회의장 공보수석도 "정치는 국민을 다독거리고 안심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사이의 분열과 갈등 줄이고 국민들을 뭉치고 화합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김 의장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의장은 본회의와 원내대표 회담 앞두고 끝까지 희망 갖고 대다수 국민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간에도 '양당 합의'를 강조하며 직권상정을 거부해 왔던 김 의장이 "쟁점 법안들에 대해 대승적 타결과 합의를 종용하고 당부하겠다"며 적극 중재에 나섬에 따라 쟁점법안에 대한 양당 간의 막판 타협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부영 "4대법중 2개 국회 통과할듯" **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이견을 조정해야할 부분이 있어 고비는 남아있지만 과거사법과 언론관계법을 두고 양 당이 대망의 합의에 이르러 4대법안 중 2개가 어떻게 국회를 통과하게 될 것 같다"며 과거사법과 언론관계법의 이날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이 의장은 "미흡한 점이 있고 그동안 볼썽사나운 꼴도 보였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을 기약하며 큰 모습을 보이며 한 해를 종결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4개 법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사실상 힘들어진 점을 의식한 듯, "한두 가지 조그마한 일에 연연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큰 대국적 경지에서 오늘을 마무리해 달라"며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려 애쓰기도 했다.
이 의장은 이에 앞선 상임중앙위 회의에서도 "오늘 어떤 형태로든 큰 결말을 짓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연말 국회가 되길 바라고 그 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노력을 계속해 온 원내대표가 마지막 순간까지 한 방울 땀이라도 짜 내서 타협을 이뤄내도록 기대한다"며 '타협과 협상'을 거듭 강조했다.
***천정배 "합의 안되면 표결 처리", 온도차 보여 **
그러나 천정배 원내대표는 "합의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주주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막판 단독국회 가능성도 배제치 않아 열린우리당 이 의장 주도의 '타협기류'와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천 대표는 "오늘 자정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차수를 변경해 내일까지라도 우리가 국정을 운영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개혁을 하는데 필요한 법안들 처리하겠다"며 쟁점현안인 4대법안, 뉴딜 3법, 예산안, 파병연장동의안 등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하나같이 중요한 것들이니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원내대표회담을 앞둔 대야 압박용이자 '국보법 연내폐지'를 포기한 '2+2' 방식의 타협처리에 강한 불만을 보이는 당내 강경파들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김덕룡 "타협의 길을 찾아 보겠다"**
한나라당도 이날 오전부터 상임운영위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타협쪽에 무게를 싣는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은 여야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국민연금법 등 3개 법에 대해선 실력저지 불사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의견접근을 이룬 신문법과 과거사법에 대해선 처리 가능성을 시사해 '2+2' 방식의 타협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여야간 합의정신을 발휘해 충분히 논의하고 그 이후 개별 상임위의 문제가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회 의장께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뒤, 국회를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타협의 길을 찾아 보겠다"라고 막판 타협 가능성을 열어 뒀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도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간 의견접근을 이룬 과거사법과 신문법에 대해 "핵심부분에 위헌적 소지가 있어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잘못 합의된 안건을 일방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쳤다.
그는 신문법에 대해선 "시장점유율 규정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고, 과거사법에 대해서도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만 다루고 북한정권과 좌익세력의 만행과 비리를 전혀 다룰 수 없다면, 역사의 균형을 깨트리게 된다. 위원 구성도 전혀 독립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고의로 4인대표회담을 결렬시키고는 이를 빌미 삼아 해당 상임위에서 기습적으로 날치기를 시도하면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오전 10시에 각 상임위를 열어서 일방처리를 하겠다고 하면서 국가보안법, 사학법, 국민연금법도 이런 방식으로 저질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긴장'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표도 "적당한 타협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원칙을 지키면서 막을 것은 막아야 한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나라 문광위-행자위 "이 정도면 통과시켜도 돼"**
그러나 신문법과 과거사법의 합의를 이뤄낸 각 상임위 의원들은 "일방적으로 막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혀, 지도부의 강경론은 원내대표회담을 앞둔 '협상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
문광위 소속 이재오, 정병국 의원 등은 비공개 의총에서 "이 정도면 거의 절충된 안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라서,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맞지 않지만 일방적으로 막는 것도 맞지 않다"며 "문광위는 문광위에서 알아서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행자위 간사인 이인기 의원도 "대체토론 등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임태희 대변인은 "여야, 어느 쪽이나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는 없다"라며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협상이 되는 것 아니냐. 일단 31일 자정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기다려 보자"라고 타협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양당 원내대표회담이 결정적인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큰 틀에서 국회운영에 관한 여야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고,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담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각 상임위에서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일방처리하지 않도록 막아 달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협상 타결 여부와 관계없이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파병기간연장동의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에 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박 대표는 "파병안은 지난 1, 2차 파병안을 처리했을 때의 연장선상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처리하되, 소신이 있는 의원들은 어쩔 수 없다"고 권고적 찬성 당론임을 밝혔고, 예산안에 대해선 "우리가 주장하는 내용이 거의 반영이 안됐지만, 일방적으로 무지막지하게 일을 처리하는 여당만 바라봐선 안된다. 국민을 보고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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