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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앞 시위 중단 안하면 안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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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앞 시위 중단 안하면 안만나겠다"?

<기자의 눈>외면당하는 성매매여성들의 목소리

"40일 가까이 단식을 했다. 이제 우리의 단식이 자발적인 것인지, 비자발적인 것인지를 따질 때는 지났다고 본다. 도대체 하루에 얼마를 주면 40일이나 단식을 할 수 있나. 업주에게 사주 받은 것이라면 이렇게 길에 나와 사람들의 시선을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우리는 이미 이마에 주홍글씨 쓰고 여기 나와 있는 것이다."(한터여성종사자연합 이선희 부대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등 각종 단체들의 농성텐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한켠에선 서울 용산, 평택 등 집창촌 여성들이 14일 현재 44일째 단식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 15명으로 시작한 단식 인원은 시일이 지나면서 7명으로 줄었다.

이들은 또 지난 6일부터는 여성부가 있는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소복 시위'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여성부에선 "시위를 할 것인지 대화를 할 것인지 태도를 명확히 하라"며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부 앞 시위 중단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여성부는 지은희 장관과 면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성매매여성들에게 "여성부 앞 시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해왔다고 이선희 부대표가 13일 오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그는 "관계부서 국장과 면담하기로 했으나 그쪽에서 시위 중단을 요구 조건으로 제시해 일정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말까지 정부종합청사 앞에 집회 신고를 해 놓은 상태다.

이 부대표는 지난 7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여성부나 단체에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우리들의 목소리를 좀 들어달라는 것이다. 여성부 관계부서 국장과 지금까지 3차례 면담을 했는데, 우리를 만나는 이유를 묻자 자활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상담전화와 관련된 정보를 주려고 만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 얘기는 애초부터 들을 생각도 안했다는 것 아니냐. 우리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따지자 관계부서 국장이 화를 내고 면담장을 나가기도 했다.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그나마 11월 29일이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다.

정부에선 저러다 재네들이 지치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시간싸움이나 줄다리기가 아니다. 우린 목숨을 담보로 단식을 하는 것이다. 대화를 해달라,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여성부 "시위할 건지 면담할 건지 입장 명확히 해달라는 뜻"**

한편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여성부 조성은 공보관은 14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위를 할 것인지, 아니면 대화를 할 건인지 태도를 명확히 해달라는 것인지 면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 공보관은 "성매매 여성들이 대화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어 태도를 명확히 해달라는 뜻을 시위를 함께 하고 있는 여성단체를 통해 전달했을 뿐"이라며 "관계부서 국장과 면담 일정은 잡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시위 중단을 면담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은 것도 아니고 언제든지 대화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성매매특별법을 반대하는 성매매여성들의 목소리**

성매매가 범죄인 것은 성매매 행위 안에서 타인의 인권 유린 같은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9월23일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호보호등에 관한 법률)의 일차적 목적은 감금, 폭력, 성매매 강요 등 성매매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을 방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 업주와 경찰간의 유착 등 성매매를 둘러싼 '검은 착취고리'를 끊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래로 정치권, 여성계, 언론 등에선 뜨거운 찬반 논란이 일었다. 우리사회에서 성매매를 놓고 공론화된 장에서 논란이 펼쳐진 것은 처음이다. 타락해 몸을 판다는 뜻의 윤락(淪落, 윤락행위방지법)이라는 도덕적 비난을 담고 있는 용어에서도 겨우 벗어났다. 이제 막 성매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성매매특별법은 아직 '미완의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특별법을 규탄하는 성매매여성들의 목소리에 우리사회의 많은 이들, 특히 여성부나 여성단체들이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다.

법 시행 후 정부가 집중단속에 들어가자 사상 초유의 집창촌 여성들의 반대 집회가 연이어 일어났고, 이에 대한 해석은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달랐다.

법 자체가 못마땅한 일부 남성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를 이용했다. 여성단체들은 성매매여성들의 주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남성중심적 담론에 이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왔다. 특히 성매매여성들이 업주에 의해 동원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혹 때문에 이들의 주장엔 힘이 실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40일 넘게 단식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성매매특별법이 일차적으로 성매매여성들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는 분명 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던, 비자발적으로 했던 간에 왜곡된 성문화와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구매 남성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의 요구가 정당한가,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는 그 다음 결정할 문제다.

***"유흥주점은 높은 분들 모시니까 단속 못하나"**

지난 7일 국회 앞 농성장에서 만난 이선희 부대표에게 "과연 단식까지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는 "집창촌이라는 데가 여자로서는 막바지까지 몰려야 오는 곳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곳에서조차 몰아내면 죽으라는 얘기"라고 답했다.

생계에 대한 막막함이 단식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한 저항으로 변모하게 된 데는 정부의 성매매 근절의지와 단속 방식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있었다.

"집창촌은 밀집돼 있고 오픈돼 있어서 단속하려면 차 앞뒤로 대고 5분 만에 할 수 있다. 지금 정부에서 성매매 근절한다고 해놓고 단속하는 곳은 집창촌 밖에 없다. 유흥주점은 왜 단속하지 않나. 막말로 거기는 높은 분들 모시니까 못하는 건가.

또 이 법안이 만들어진 계기는 '군산 화재사건'이었다. 거기는 들어가는 순간부터 휴대폰을 압수한다. 정말로 피해받는 여성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거기는 아직도 영업을 한다. 실적 위주의 단속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부대표는 또 성산업의 사슬구조를 지적하면서 집창촌 위주 단속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전에 여성부는 다방, 술집, 안마시술소 등 변칙 영업을 하는 업소부터 단속하고 맨 마지막에 집창촌 폐쇄를 한다고 했다. 여기도 보면 순서가 있다. 보통 처음 10대 때 가정불화 때문에 가출, 갈 때가 없어 숙식을 제공하는 다방을 찾아가면서 성산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다방은 18세부터 취업이 가능하니까. 그러다 술집으로 가고 맨 마지막에 오는 게 집창촌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말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다방, 술집부터 단속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 등 10대 때 성매매로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는 이어 "사실 저희들도 맨 처음엔 이 법을 큰 틀에서 찬성했었다. 정말 피해 받는 여성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현장에 있는 여성들은 단속한다고 성매매가 근절되는 건 아니다. 수요가 있으면 얼마든지 유입되고 음지로 스며든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근절의 효율성 논란은 잠시 접어두자. 성매매 규제 법안은 어느 국가에서나 그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인터넷 등 정보통신수단의 발전으로 성매매 양태가 다양화되는 것도 전 세계적 현상이다. 저개발국가의 여성이 성산업으로 유입, 착취 구조에 편입되는 것도 선진국에선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변화를 성매매특별법 하나 만으로 근절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이며, 단기간에 해소되기도 힘든 문제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성매매특별법이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일차적 목적으로 해야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고졸 학력 대다수인데, 고졸 검정고시까지만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는가. 이 여성들이 하나같이 성매매 자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 아니고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어렵고 힘들게 돈벌고 있다"는데 정부가 제시하는 '탈성매매 프로그램'을 따라줄 수 없나.

이같은 질문에 대해 이선희 부대표는 "자기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 있다. 정부가 말하는 대로 쉼터에 들어가 미용, 재봉, 제빵 등 기술을 배운다 해도 자격증 취득하는 데까지 최소한 6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동안 가족들의 생활비는 누가 대냐"고 항변했다.

"저희 생활 보조금이 50만원이었다. 37만원으로 또 내려갔다. 그것도 미확정이다. 창업자금도 그렇다. 자격증 취득 하에 신용도가 확실한 사람만 받는 것으로 한정이 돼 있다. 올해는 창업자금 받는 사람이 다 결정됐더라. 내년에는 다시 예산 받아서 하겠다고 한다. 쉼터 자체도 더 이상 증설 안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많은 아가씨들이 어디로 가냐. 6개월마다 로테이션이 되니까 충분히 수용되고 나머지 아가씨들에 대해서는 방문하면서 자활하겠다고 한다. 물론 이것도 계획이 확정된 게 아니라 논의 중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논의만 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지금 당장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그는 또 정부가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성매매여성들의 이해와 요구는 빠졌으며, 현재도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활프로그램만 해도 그렇다. 우리도 자활기관에 대한 선입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유롭게 쉼터에 가서 방문하고 그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나 구경도 하고 우리가 지적하는 문제점이 좀 수용되기도 하고 그랬으면 한다. 맨날 꽃꽂이, 미용, 제봉, 솔직히 너무 식상하다.

탈성매매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여성단체 관계자도 1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시대에 뒤떨어진 자활지원사업 프로그램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성매매 여성들 상담하다 보면 거의가 고졸이상의 학력을 가졌다. 근데 정부의 자활프로그램에는 현재 고졸 검정고시까지만 있다. 그러다 보니 기술직으로 프로그램이 한정되는 측면이 있다. 대학가고 싶은 친구들에게 수학능력평가 준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캐나다에선 구매남성이 낸 벌금으로 자활프로그램 운영**

성매매여성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우선 정부가 집창촌 영업장 폐쇄와 관련, 2005년에 관련법을 정비해서 2006년 시범 폐쇄, 2007년 본격적인 폐쇄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2007년까지 단속을 유예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부에선 "단계적 폐쇄정책이란 법적근거 마련 이후 일부조항 시행의 유예를 의미하며 2007년까지 단속유보나 유예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성매매를 강요받았을 경우 피해여성으로 간주돼 처벌을 받지 않지만 자발적인 성매매일 경우 오히려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윤락행위방지법에서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백만원 이하의 벌금이던 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바뀌었다.

"대내외적으로 우리를 피해여성이라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처벌 조항을 넣어 놓았다. 윤락행위방지법에 보면 처벌 때문에 주변에 피해받는 여성이 있어도 우리가 신고를 못해줬다. 종전에도 그런 결과를 나타냈는데 달라지는 게 뭐가 있나."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처벌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건 여성단체에서도 지적하는 문제점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도 의원입법 발의를 통해 이를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성매매를 금지한 스웨덴은 지난 98년 제정된 '성 서비스 구매 금지법'을 통해 성 판매 여성에 대한 처벌은 없애고 성을 구매한 남성에 대해서만 6개월 이상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법의 개정으로 성매매 여성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확인되는 것은 성구매자를 대상으로 재범 방지 교육 및 처벌이 성매매 발생비율을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존 스쿨(John School)에서 성구매자들이 낸 벌금(교육비)로 성매매 여성의 재활프로그램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찬성 여론 확산. 여성부.여성단체 피해의식 벗어나야"**

"여성계를 중심으로 성매매특별법에 공을 들여온 사람들이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성과가 있다.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여성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성매매특별법의 공표는 성매매 공간 안에서 여성들의 협상력을 증가시켰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성매매 근절'에 제재를 가하는 듯한 그들의 존재와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여성주의자들이 그들의 요구를 읽어내고 함께 대화하기 위해서는 서로 거쳐야할 많은 이해의 과정들을 필요로 한다"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 '목소리'. 원미혜/ 이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이 부대표도 성매매특별법의 긍정적 효과로 "음지에 있던 우리들이 밖으로 나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을 꼽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드러나지 않거나 부재했었다. 이것만으로도 여성운동의 소중한 성과다.

또 여성부나 여성단체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부가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천명(남 4백95명, 여 5백5)을 대상으로 지난 2일에서 3일까지 전화조사한 결과 법시행 효과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8.2%가 '불법 성매매를 억제하고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응답했다. 법 시행이 남성의 행복권 침해했느냐는 질문에는 69.1%가 '공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따라서 "여성부나 여성단체들도 수세에 몰린다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좀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정권과 이 조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긴 호흡을 취해야 한다"고 원미혜 박사는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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