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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교수, "南군축하면서 北핵포기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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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리영희 교수, "南군축하면서 北핵포기 유도해야"

"우리당, 군부와 미국이 하는 일 제대로 감시는 하나"

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는 1일 "16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아직도 남북한 군사력 비교가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주최로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남북한 군사력 비교' 토론회에서다. 리 교수는 지난 88년 전쟁수행능력에 기초한 남북 군사력 비교를 통해 북한의 군사력 우세론에 제동을 건 바 있다.

***"군축 안하면서 핵포기하라는 것은 현명치 않다"**

리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우리 F-16 한대 가격만 해도 8천만불이지만 북한은 그 한대의 최신예 전투기도 생산할 수도, 보유할 수도 없기 때문에 미사일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이고, 재래식 탄두를 탑재해선 의미가 없으니 현재는 핵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한이 북한에 비해 몇십배나 압도적인 재래식 전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한가지 밖에 없는 방어수단인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전쟁논리에선 그다지 현명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이에 따라 "좀 더 높은 차원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려면 우리가 우월한 재래식 전력을 군축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또 참석한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를 향해 "우리 군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실제 어떤 무기를 만들고 있는지, 미국과 어떤 문제를 협의하고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을 대표해서 감시해야 할 국회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의 군사전략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모색"**

발제자로 나선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이철기 교수도 "북한의 군사정책 및 전략은 탈냉전 후 그 목표와 성격이 자기생존과 체제유지라는 매우 수세적인 '생존전략' 차원에서 모색되어져 왔다는 평가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열세라는 주장은 한국 국방부와 국내 일부 어용학자들을 중심으로 일부에 한정돼 있을 뿐"이라며 "외국의 유수한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남한의 군사력 우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도 우리사회에서는 북한의 군사력 우위론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은 물론, 북한의 군사적 위협론을 과장해서 확대재생산하기에 바쁘다"면서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16일안에 서울 함락성을 흘리고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을 과장한 것이 그 실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미명아래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과 맹목적인 군비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99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우리 군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방향 없는 군비증강이 아니라 방만한 군 구조와 조직에 대한 과감한 개편을 추진하고 군의 인적쇄신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북한보다 3~6배 이상의 군사비를 쓰고도 북한보다 군세력이 열세이고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쟁위기 주범은 미국"**

동국대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는 한발 나아가 "북한 주도의 안보불안론은 허구이고 진실은 미국주도의 안보불안"이라며 "전쟁위기의 주범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냉전기의 전쟁위기 세 번, 탈냉전기의 전쟁위기 여덟 번, 총 11번 가운데 1차 서해교전은 남한이 전쟁위기를 주도했고, 2차 서해교전은 북한이 주도했고, 나머지 아홉 번은 모두 미국이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해교전은 우발적 충돌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전쟁위기는 모두 아홉 번을 미국에 주도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기성 한국사회 주류와 미국에 의해 한반도 전쟁위기 주범은 으레 북한인 것으로 강요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어 최근 미국 공화당 싱크탱크인 AEI(미국기업연구소)의 에버스타트 연구원 등의 발언을 거론하며 "공화당과 밀접히 연계된 민간연구소의 발언은 미 행정부의 정책을 먼저 날려 분위기를 짚어보는 고무풍선의 성격을 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 주도의 전쟁위기를 유발시키는데 일조한 집단은 한나라당, 조중동 등의 주류 종이신문, 한기총 등 극우기독교 세력, 외교부, 국방부 등의 고위관료 대부분, 주체성 없는 사대굴종주의 지식인, 재향군인회 등의 국가억압기구 종사 퇴역집단 등이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한반도 안보환경은 주변 국제상황 고려해야"**

한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문흥호 교수는 "한반도 안보환경의 평가는 단순히 남북한, 한반도의 군사력 및 안보 현안에 대한 평가에 국한되어서는 안되며 한반도 주변 국제상황은 물론 보다 광범위한 차원의 국제정세를 함께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국가들의 관계변수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은 남한과의 안보협력의 확대 여지를 부단히 모색하는 동시에 한반도 현안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를 최대한 억제하고자 한다"면서 "남한이 미국의 일방적 주도를 지나치게 방조하거나 편승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국면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미 사이에서 무리하게 균형을 시도하기 보다는 사안별로 양자 균형과 일방으로의 경사를 번갈아가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또 "그동안 협력과 갈등의 이중구조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온 중-일관계에서 최근 정치, 안보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대립구조는 한반도 안보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교수는 중러관계 변수에 대해선 "중국은 푸틴이 추구하는 강한 러시아 정책에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극동지역에서의 영향력 회복 의도에 일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과거의 영향력 회복에 주력할 경우 중·러관계는 협력 일변도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보사안의 구조적 특성상 정치적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고 정치권의 논의가 불가피하지만 사안의 객관적 정황이 정치적 판단과 의도에 의해 왜곡되고 변질됨으로써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안보사안의 검토와 분석 대응방안 강구 과정에선 정치적 판단이 배제된 정책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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