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의 용산기지 이전협상과 관련, <프레시안> 인터뷰 기사(10월25일자)에 대해 외교통상부 김수권 북미3과장이 반론을 제기했다.
"정부측이 사석에서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개악을 시인했다", "협상팀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기만했다" 등 최 의원의 문제제기는 사실과 다르거나 혹은 근거가 없다는 반박이다. 최 의원 주장에 대한 반론과 함께 협상 진행과정에 대한 소상한 해명이기에 반론문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
***2004.10.25자 용산기지이전 관련 기사를 읽고**
2004.10.25자 프레시안 인터넷 뉴스에 게재된 한 국회의원님의 용산기지이전 관련 인터뷰 기사 내용 가운데 사실 관계가 잘못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어 몇가지 점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밝히고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 본다.
먼저「우리정부 협상팀이 처음부터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 내포된 전략적 의미와 90년 합의서가 지닌 형식면에서의 위헌성과 내용면에서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참여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용산기지이전 문제가 한·미간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할 당시 미측은 기본적으로 용산기지 이전은 이미 한·미가 합의한 바 있는 1990 MOA/MOU를 이행 하면 되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90년 합의서는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고 내용면에서도 불합리하거나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더 이상 용산기지 이전의 법적 기초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할 것을 미측에 제기하였다.
우리측의 새 합의서 체결요구에 대해 미측의 첫 반응은 완강하였다. 이미 한미가 합의한 합의서가 있는데 왜 새로운 합의서를 다시 만드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도 물러 설 수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국내적으로 용산기지 이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협상 분위기가 악화되어「이제 모든 것이 끝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단호하였고, 결국 미측이 우리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가 지난 10.26 서명된 용산기지이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협상팀의 목표는 당초부터 90년 합의서의 형식적, 절차적 흠결과 내용상 불합리성을 해소하는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이었다. 협상팀은 그것을 시대적, 국민적 요청으로서 용산기지의 이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인식하였고,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협상에 임하였다. 협상팀의 누구도 90년 합의의 형식만이 문제라고 생각한 바 없고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미국으로서는 기존 합의서를 버리고 새 합의서를 만든다는 것이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적잖은 부담이 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협상팀의 확고한 결의와 집요한 설득 노력이 결국 미측으로 하여금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지난 1년반 동안에 걸친 용산기지이전 협상과정에서 네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첫째는 우리측이 90년 합의서를 대체 하는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할 것을 요구하였을 때였고 두번째는 영업손실과 SOFA외 청구권이 우리측 책임이 아님을 명시하는 것, 즉 90년 합의서상의 소위 「문제조항」의 시정문제가 논의될 때였다. 세번째는 우리가 용산기지안에 있는 8만평의 미 대사관 관련 시설의 반환을 요구했을 때였다. 이 부분은 90년 합의에서 반환대상이 아니었으므로 미측 입장이 완강하였다. 네번째는 미군 주택 문제였다. 미측은 일본 독일 사례와 같이 모든 주택을 우리가 지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격한 대화가 오가기도 했고 때로는 협상이 깨지는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팀은 이 네가지 문제에서 우리 입장을 굳게 지켰고 결국 이들을 모두 관철시켰다.
의원님께서 '정부가 사석에서는 개악을 시인했다'고 하셨는데 왜 굳이 사석에서라는 전제를 다셨는지, 그리고 사석에서 들으신 이야기라면 왜 그것을 공공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씀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의원님께서 사석이라고 전제를 하신 이상 그 진위를 가릴 길이 없어 보이고, 또 언론에 게재하는 것을 목적으로 쓴 이 글에서 사석에서 이루어졌다는 대화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어 그에 대한 논의는 그만두기로 한다.
다만, 그동안 일부에서 새 합의서 내용 가운데 90년 합의서에 비하여 개악된 사례로 거론되어 온 임무와 기능」,「C4I」,「의료․행정시설 등 대체시설 명시」,「현 수준 유지 또는 향상」,「최적화」등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간략하게 설명드리고자 한다.(이 이외에 새 합의서와 90년 합의서의 차이점은 붙임 비교표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임무와 기능은 용산기지를 이전하기 위한 합리적인 개념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었고, 이를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이전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뒤에 나오는 임무와 기능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C4I 이전 비용이 90년 합의서에는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 추가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오해이다. 90년에도 용산기지 안에 C4I에 해당하는 시설과 장비는 있었으며, 용산기지 전체의 이전비용이 우리측 부담인 이상 당시 C4I에 해당하는 장비의 이전도 당연히 우리 부담이었다. 금번 합의서에서는, 그 후 전술체계로서 C4I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를 하나의 별도 항목으로 명시하는 것이 명확성과 투명성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특히 일부에서 C4I 이전 과정에서 우리가 부담하지 않아야 할 성능개선 비용까지 우리가 떠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유포됨에 따라 한미간의 책임소재와 비용부담 범위를 보다 분명히 한다는 취지에서 관련사항을 상세히 적시하게 된 것이다. 특히 순수한 이전 개념을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C4I장비의 경우는「새 기지에서 사용이 불가해지는 등의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하면서도 900만불이라는 상한까지 두기에 이르렀고 미측으로부터 지나치다는 반응까지 있었다. 90년 합의서의 조건에 따르더라도 기술적으로는 이전하여 재사용이 불가능하여지거나 이전의 경제성이 없는 장비는 교체가 불가피 한데, 90년 합의서에는 교체장비 비용의 상한선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대체시설을 나열하면서 의료 및 행정시설을 명시한 것 역시 투명성을 위해 가능한 명시적으로 규정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90년 합의서는 몇가지 시설을 예시하고 덧붙여「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었던 바, 남용의 여지로 치자면 오히려 90년 합의서가 더 컸다고 보는 것이 맞는 말이라고 본다. 새 합의서는 대체시설을 가능한 자세히 명시하고 90년 합의서의「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오남용의 소지를 방지한 것으로 오히려 개선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90년 합의서상에는「현 수준 저하 금지」로 되어있는데 새 합의서는「현 수준 유지 또는 향상」으로 되어있어 개악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부분은 협상 당시 같은 값이면 긍정적인 표현을 쓰자는 선의에서 나온 표현이었는데 뒤에 대표적인 개악 사례로 거론되어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논리적으로 보았을 때,「저하를 금지」했으면 남는 것은「유지나 향상」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양자는 의미가 동일한 말이다. 일응,「향상」이라는 말이 추가 되었으니 비용부담이 늘어나지 않겠냐는 주장을 하는 측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실제적인 시설의 규모나 비용은 이러한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인 건축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아울러 기지이전 사업의 최초 기획단계부터 한미의 공동참여를 보장하고 개별비용을 지급할 때 공동으로 검증을 하도록 함으로써 규모와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저하 금지」가「유지향상」으로 바뀌었다해서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이다.
또 한가지 오해가 있는 부분이「최적화」란 말이다. 그 표현을 쓰게된 배경을 조금 상세히 설명 드리고자 한다. 우선 용산기지를 이전하는데 있어서 우리측의 관심사는 가능한 소요부지와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반면 미측은 지금까지 써오던 기지를 내주고 대체기지를 받는데 혹시 새 기지가 수준에 못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충되는 이해를 조화시키기 위한 표현이 최적화이다. 즉 기지 이전에 따른 우리측의 부담을 최소화하되 미측에게는 현 기지의 임무와 기능을 수행하는데 적합한 수준의 기지를 제공함으로써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최적화는 미국만을 위한 최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보아도 잘못될 것이 없는 표현이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개선이냐 개악이냐 문제는 두 문서를 객관적으로 대비해서 논할 일이지 근거도 확실치 않은 사석에서의 발언에 의존해서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음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 대표단원의 일부 발언 내용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우선 FOTA에는 각 참석자의 발언을 그대로 기록하는 속기록이라는 것은 없다. 따라서 관련 기사에서 언급된 회의록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만약 회의 참석자 중 누가 진위도 불명확한 그런 기록을 만들었다면 누가 어떤 경위로 그런 기록을 만들었는지 밝혀야 한다. 또 공식적인 속기록이 아닌 한 그러한 기록들은 부분적이고 거두절미되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이 석연히 밝혀지기 전에 회의록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협상의 현장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논리가 동원된다. 협상팀원간에 역할 분담도 있다. 누구는 공격하고 누구는 방어하고 누구는 거칠게 나가고 누구는 누그러뜨리는 식의 다양한 역할이 있고 또 협상 단계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전술적인 강약과 고저 그리고 진퇴가 있다. 때로는 고성과 격한 말이 오가기도 한다. 그래서 그 모습이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고, 따라서 통상 협상장에서 참석자 개인이 한 말을 속기록 형식으로 남기지 않는다. 모든 것이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협상은 대표단이 정부를 대표하여 하는 것이며, 그 가운데 개인 의견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차에 걸친 협상 가운데 나온 헤아릴 수 없는 발언중 어느 하나를 잘라내고, 더욱이나 출처와 진위도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단 구성원 자연인의 이름을 거론하여 비판하는 것은 옳은 처사가 아니라고 본다.
아울러 FOTA 회의는 비공개였다. 따라서 FOTA에서 언급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어서는 안되며 공개하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국가기밀 누설행위가 된다. 모든 논의는 법과 게임의 규칙이 지켜지는 가운데 이루어 져야만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것이 국가 안보에 관한 중대한 사안일 경우 더욱 그렇다.
여하튼 협상 대표중에 90년 문서가 형식만이 문제이고 내용은 문제가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고 그러한 언급을 한 바도 없다. 형식을 조약으로 바꾸기 위해서 형식의 중요성을 주로 부각시킨 때가 있고, 내용을 바꾸기 위해 내용을 강조한 때도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내용과 형식을 모두 바꾸기 위해 진력했고 이에 합당한 결과물을 얻었다는 것이다.
「협상팀이 대통령을 기망하였다」,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는 주장은 우리 정부 전체의 공신력과도 관련이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주시기 바란다. 협상팀은 각 단계마다 모두 상부에 보고하였고 지침을 받아 협상에 임하였다. 은폐나 왜곡보고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이 사태를 인식했을 때는 일이 이미 너무 진행되어 돌이킬 수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주기 바란다. 만약 협상팀이 국가 원수를 기망 하였다면, 시기 여하에 관계없이 그것은 바로 잡혀야 할 것이다. 상대와의 관계를 고려한다해도 중대한 국가정책에 관한 결정이 기망을 기초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그러한 주장들이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국가원수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대한 위해 행위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임무와 기능 개념이 들어오게 됨에 따라 주한미군의 동북아 지역군으로서의 임무와 기능을 위한 시설건설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로 인해 이전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그간 누누이 설명하였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다만 임무와 기능이라는 것이 용산기지를 이전하는 합리적인 개념이라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었고, 용산에서 115만평을 반환 받는 대신 52만평만 제공하게 된 것이 임무와 기능 개념의 가시적인 성과이며, 앞으로 이전사업 이행 과정에서도 이러한 성과가 기대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합의서상 임무와 기능이란 크게는 한미상호방위조약상 규정된 임무와 기능이며 작게는 현 용산기지의 임무와 기능이다. 소위 동북아 지역군이니 동북아 기동군이니 하는 말은 최소한 용산기지이전 합의서상 임무와 기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주한미군의 임무와 기능이나 한미동맹의 발전방향 같은 문제는 장차 한미가 진지한 논의를 통하여 개척해 나가야할 과제이다.
인터뷰에서 나온 C4I 관련 비용에 대한 주장은 합의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거나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한 예로 정부는 C4I 비용이 900만불 이내라고 말한 적이 없다. 900만불은 다시 말씀드리지만 새 기지에서 재사용이 불가해지거나 이전해 주는 것보다 새 장비를 사주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 대체 장비를 제공하는 비용이다. C4I 인프라 비용이나 이전비용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실 관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보니 반론을 펴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어 C4I 등에 대한 논의는 이쯤 접을 도리 밖에 없다.
가족 숙소 문제도 합의서를 보면 자명하다. 즉 333세대 이외에는 미측이 자비로 임차하여 사용한다. 임차료를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잠정합의하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 미측이 방위비 분담금 항목에 C4I 관련 비용과 임대료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해 왔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협상이 진행중인 사안이라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으나 방위비 분담금에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포함되지 않아야 할 지에 대해서는 정부도 잘 인식하고 있다. 협상 결과를 지켜보아 주시기 바란다. 물론 방위비 분담 협상 결과도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는 정식 조약으로 최종 정리되기 때문에 그 결과가 국민들께 공개되고 국회의 심의 기회도 보장되어 있다.
협상팀이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미측이 금번 방위비 협상에서 C4I와 임대료를 새로이 요구해 왔다고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주장은 또 하나의「아니면 말고」식의 구태로 보여 안타깝다. 방위비 협상과 관련된 내용을 지금 공개하거나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는 용산기지이전 협상과정에서 그랬듯이 협상을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시키고 그 결과를 국민들께 공개하고 설명할 것이다. 최소한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C4I와 주택문제에 관한 우리의 부담범위는 합의서에 나온 그대로라는 점이다. 합의서에 없는 이야기를 덧붙여 이해하거나 아직 합의도 되지 않은 다른 협정의 내용을 상상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할 뿐이다.
「협상팀이 협상 과정에서 비용 부담의 상한선을 설정하자는 제안조차 일방적으로 묵살했다」는 주장은 같은 인터뷰 기사에서 바로 전에「용산기지이전 비용에 대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고 한 말과 모순된다. 「이전비용을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고 하면서 「협상팀이 부담 상한선 설정 제안을 묵살했다」고 한다면 본인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협상팀이 그것을 안한다고 비난하는 격이다. 협정에 상한선을 두지 않는 이유도 수차례 설명하였으므로 재차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다만, 그동안 정부가 설명하여 온 것처럼 합의서에 총액을 표시하는 것은 절차적 및 실질적 제약이 있고, 또한 현 합의서는 건물과 시설을 기본적으로 현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간 합의서상에 기지이전 총소요 비용을 표시하는 것이 과연 필요하느냐의 문제가 있음을 다시 한번 지적해 두고자 한다. 30-40억불은 나름대로 객관적인 검토에 근거를 둔 추정치이며, 건설관련 전문가들도 대부분 수긍하는 비용 규모이다. 주먹구구식, 아전인수식 계산이 아니다.
GPR과 용산기지 이전과의 관계, 환경치유 비용문제도 이미 설명을 드렸으므로 여기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용산기지 이전은 GPR과 무관하게 1980년대 말부터 우리측 필요에 따라 추진된 사안이며 그때 제기되었던 이전의 필요성, 즉 서울 도심의 균형적 발전, 주민 불편해소 문제는 오늘날의 서울이 그때보다 더 커지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커졌고 우리의 경제적 능력과 국제적 위상, 그리고 자긍심도 더 높아진 만큼 이전 비용부담 의지나 능력도 지금이 그때보다 더 커졌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IA를 국회비준 동의를 받지 않는 것을 두고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수차례 자세히 설명 드렸다. 정부내 법률문제 관련 부서도 IA는 국회 비준 동의까지 요하는 사항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합의문이 이미 공개되었으니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위헌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지적해 주시면 답변을 드리겠다.
turn-key 방식을 미측에 한번도 제기하지 않아 우리건설업체의 참여기회를 상실했다는 주장은 turn-key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간략히 설명을 드리자면 용산기지이전합의서에 따르면 우리측은 용산기지가 이전하여 갈 대체시설과 관련용역을 현물(in-kind)로 제공하도록 되어있다. 현물 공여란 이전비용을 현금이 아닌 물건으로 제공한다는 뜻이다. 한편, turn-key라 함은 시공자가 발주자에게 건물이나 시설을 완성품으로 납품하는 계약방식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 합의서는 모든 시설과 용역을 원칙적으로 현물로 제공한다는 것만을 정하였을 뿐, 그것을 turn-key로 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정하여지지 않은 상태이다. turn-key 방식 채택여부는 발주자인 우리 정부가 앞으로 선정될 시공자와의 계약에서 결정할 사항인 것이다. 아울러 turn-key 방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turn-key로 할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 건설 대상 건물과 시설, 비용대비 효과 등을 면밀히 따져가면서 결정할 일이다. 따라서 우리측이 turn-key 방식을 제기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나, 우리업체의 참여가 배제되었다는 주장 모두 사실이 아니다.
협상 과정에서 외교안보팀의 지나친 비밀주의라는 주장도 사리에 맞지 않다. 어느 나라도 안보·군사와 관련된 협상 과정을 낱낱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우리가 비밀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누가 우리와 비밀을 공유하려 하겠는가? 원칙을 지키려는 정부를 두고 비밀주의라고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선진국으로의 발전의 문턱에 와있다. 국가로서 격조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투명성이란 밝혀도 좋은 것 그리고 밝혀야 하는 것을 밝히는 것이지 밝히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밝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이런 저런 곳에서 용산기지이전 협상과정과 그 결과인 합의서에 대해 비판차원을 넘어 악의적으로 흠집을 내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왔다. 용산기지이전은 단순한 기지이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안보의 중요한 버팀목 중의 하나인 주한 미군의 주둔을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지금의 논쟁이 우리나라의 안위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자신들의 진정한 속마음은 드러내지 않은 채 기지이전 협상과정이나 합의서를 트집잡아 기지이전 자체를 좌절시키고 동맹을 손상시키려 하는 행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 결과는 매우 중대하며 또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기지이전 문제에 대하여 이러 저러한 비판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보는지, 한미동맹이 계속 필요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자신 들의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신의 주장들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기초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것들이 필요 없다는 입장에서 나온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만 우리 국민들께서 용산기지이전 문제에 대한 논의를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고, 이전이 좌절되었을 경우에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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