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불공평성에 대한 논란에도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과한 용산기지 이전협상 합의문은 26일 한미간 정식 서명을 앞두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63명이 용산기지 이전협상 감사청구안을 제출했고,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개악’의 근거는 다양하게 제기됐지만 정부에겐 마이동풍일뿐이었다.
공은 사실상 비준절차만을 쥐고 있는 국회로 넘어온 상태다. 과반의석의 열린우리당이 ‘불평등 협상’의 마지막 관문의 키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체적 분위기는 '통과'쪽에 가깝다. 여지껏 정부 일에 제동을 건 전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의 극소수 의원들은 여전히 ‘재협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몇 안되는 '재협상파'인 최재천 의원과 지난 22일 인터뷰를 가졌다.
***“불평등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처음부터 없었다”**
최 의원이 우선적으로 주목하는 대목은 협상과정에서 나타난 우리측 협상팀의 “기망적 호도행위”이다. 그는 “우리 협상팀에게 용산기지 이전협상에 내포된 전략적 의미와 90년 합의각서가 지닌 형식면에서의 위헌성과 내용면에서의 지나친 불평등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3차 FOTA(한미미래동맹정책구상)회의에서 협상의 실질적 주역이었던 당시 위성락 북미국장(현 주미대사관 공사)이 “중요한 것은 협상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라는 미측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했던 발언 등을 지적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의원은 “협상팀은 이 문제를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미측의 일방적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했다”면서 “자신들 스스로 협의 결과를 원점으로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멀리 가버려 협상의 성과와 관련해 대통령과 국민들을 기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산기지 협상과정에서 외교안보시스템의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현 외교안보팀은 지나친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당연히 알려야 할 사실조차도 비밀로 분류하며 정보를 철저히 독점, 차단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협상의 내용과 과정이 공개됨으로써 국가이익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행한 각종 형태의 부실 왜곡보고가 드러남으로써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은 “합리적인 비용분담의 대원칙을 전제로 한 재협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협상에 관여했던 당사자, 의사결정라인의 책임자 등 NSC, 외교부, 국방부의 협상라인을 대상으로 국회 청문회 실시를 요구하고 “총체적으로 부실한 외교안보시스템의 역량강화를 위한 계기로 작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문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 사석에선 ‘개악’ 시인”**
최 의원은 또 최근 불거진 C4I(전술지휘자동화체계) 문제와 관련, “최근 협상관계자가 일부 언론을 통해 ‘미측이 방위비 분담협정을 통해 C4I와 임차료 비용 등을 요구해왔다’고 정보를 유출시킨 의혹이 증폭된다”면서 “이는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미측이 마치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호도하려는 정황이 짙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협상팀은 미국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부당한 요구조건을 내세운 것을 알았음에도 마치 최근 일인 듯이 이를 언론에 흘려 책임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당국자는 C4I는 9백만불 한도 내인만큼 문제 없다고 호도하지만 IA 2조의 규정에 근거, 미측은 용산기지 이전협상을 통해서든 방위비 분담협정을 통해서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30억~40억 달러의 이전비용에 대해서도 최 의원은 “주먹구구식 아전인수식 계산에 의한 추정금액”이라며 “정부는 당정협의에서 ‘솔직히 얼마가 들지 모른다’고 했고, 협상이 개선이 아니라는 점도 사석에서는 시인했다”고 향후 이전 과정에서 비용의 대폭 증가를 우려했다.
또한 “환경 치유비용 등 천문학적으로 증대할 수 있는 우리측 부담 내용에 대해 우리 스스로 통제할 장치 없이 미측의 ‘선의’에만 맡겨놓고 있어 한국측 부담은 한국경제의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증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어 용산기지 협상은 GPR과 관련이 없다는 정부측의 부인에도 “미측은 용산기지 이전이 GPR에 따른 최대의 협상 성공사례로 자부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최악의 협상실패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에 따라 용산기지 협정 UA(이전협정)와 함께 IA(이행합의서)도 국회 비준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측은 IA를 통해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규정해나갈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면서 “IA는 UA에서 규정한 범위를 실질적으로 넘어서는 부분이 그대로 남아있어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협상팀은 당초 IA를 단순한 국회 보고문서로 대체하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위헌성 여부에 대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의 이의 제기가 상당한 근거를 갖자 은근슬쩍 IA를 조약의 형태로 변경시켰다”면서 “이는 그동안 제기됐던 모든 문제점들이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제대로 된 여당이라면 청와대나 정부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라도 잘못된 것은 더 잘못된 방향으로 악화되기 전에 바로잡아나가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대한 당부를 덧붙였다.
다음은 최재천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
***“협상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 하나”**
프레시안 :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가장 큰 문제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최재천 : 용산기지 이전협정의 협상과정과 내용이 있는 그대로 공개될 경우, 우리 외교안보 팀의 총체적 협상전략 부재 및 기망행위가 명백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공개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보고서에 따르면 용산기지와 관련된 대통령의 지시는 한 마디로 ‘90 마이너스 알파’ 였다. 어떤 형태로든 90년 합의각서의 위헌성과 불평등성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시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측은 한반도의 방위와 직접 관련이 없는 미측의 새로운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GPR 개념을 용산기지 이전협정의 ‘임무와 기능’을 통해 반영시키고자 하였으며 우리 협상팀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이를 수용하였다.
더구나 GPR(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의 수용에 따른 전략적 의미에 대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협상 결과가 ‘90 플러스 알파’인 것은 너무나 분명함에도 불구 아직까지도 협상팀은 협상 내용이 ‘90 마이너스 알파’로 개선되었다며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용산기지 이전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자주파와 동맹 강화파간의 이분법적 대립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으나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합리적 타결 노력과 협상 결과에 대해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또한 용산지역은 120년간에 걸쳐 외국군대가 주둔했던 오욕의 장소로서 민족 자긍심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반드시 이전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협상 타결 과정과 그 내용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용산기지 이전을 현 시점에서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이 참여정부가 전략적 외교목표로 설정한 동북아평화번영정책과 근본적으로 상치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 대해서도 보다 심도있게 검토되었어야 하나 그렇지 못했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프레시안 : 협상의 구체적인 문제점, 최근 불거진 C4I부터 짚어보자.
최재천 : 미측은 ‘임무와 기능의 이전’ 원칙에 따라 협상 초기단계에서부터 C4I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우리측이 부담해줄 것을 요청해 왔고 우리 협상팀은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이를 수용하였으며 작년 일부 방송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측 부담이 훨씬 가중되었다고 비판하였을 때도 협상팀은 지속적으로 이를 부인하며 개선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최근 협상관계자가 일부 언론을 통하여 미측이 방위비 분담협정을 통해 C4I와 임차료 비용등을 요구해왔다고 정보를 유출시킨 의혹이 증폭되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미측이 마치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호도하려는 정황이 짙기 때문이다. 미측은 우리가 부담할 수 없는 부당한 요구조건을 내세웠지만 한번도 말을 번복한 적은 없었다. 처음부터 일관되게 GPR을 포함하여 새로운 지역군의 역할에 걸맞는 모든 비용을 우리측에게 부담해줄 것을 요청하였던 것이고 C4I도 새로운 요구조건의 하나였을 뿐이다.
프레시안 : C4I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키자는 것은 미국측의 요구이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면 대등한 협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
최재천 : 그렇다. 미국은 C4I 비용을 4개 항목으로 부류하였다. ▲건물 시설비 ▲C4I 인프라 설치비용 ▲기존 C4I 이사비용 및 부품교체비 ▲C4I 개선비 및 프로그램 개발비다. 그 중 세 번째 것만 9백만불 한도 내이다. 그러나 SOFA 규정에 따르면 facilities(시설) 개념에는 장비(equipment)를 포함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전달한 비용 명세서 내역에도 당연히 facilities의 범주에 C4I 현대화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당국자는 C4I는 9백만불 한도 내인만큼 문제없다고 호도하지만 협정 내용을 조금만 상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측에 C4I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 구체적 내용과 조건 역시 IA 2조에 규정된 SOFA 특별분과위원회에서 합의권고문을 작성하여 SOFA 합동위원회의 최종 승인만으로 효력을 발생토록 하였다. 미측으로서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을 통해서든 방위비 분담협정을 통해서든 경로에 상관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협상팀은 나름대로의 논리와 협상력을 가지고 미측과 합리적 타결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애당초 포기하고 가중된 협상 결과를 개선된 것처럼 포장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한국측 부담액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최악의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란 말인가.
최재천 : 많은 사람들이 협상팀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데 여기에는 불가피한 배경이 있다. 협상팀은 용산기지 이전협상에 내포된 전략적 의미와 90년 합의각서가 지닌 형식면에서의 위헌성과 내용면에서의 지나친 불평등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이 처음부터 없었다. 이 문제를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미측의 일방적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였다. 그러다가 작년 8월 중 대통령으로부터 조속한 이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합리적으로 따질 것이 있으면 다 따져보고 협상 내용을 최대한 공개하고 투명하게 협상을 진행하라는 지침을 받게되자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협상팀은 자신들 스스로 협의 결과를 원점으로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멀리 가버렸다. 이때부터 협상 성과와 관련하여 대통령과 국민들을 기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 국가이익을 제대로 반영시키는 정상적인 협상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우리 협상팀이 실질적인 협상 내용의 개선에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부 공개된 3차 FOTA 협상 회의록을 보아도 잘 나타나 있다. 협상의 실질적 주역인 당시 위성락 북미국장은 “중요한 것은 협상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라는 미측의 견해에 동의한다”라고 했다.
프레시안 :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건, 정부가 속이는 것이건 비용이 증액된다는 게 문제 아닌가.
최재천 : 비용측면에서만 보면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우리측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증대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타결된 협정문안은 여전히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규정으로 되어있다.
GPR 이외에도 환경 치유비용등 천문학적으로 증대할 수도 있는 우리측 부담 내용에 대해 우리 스스로 통제할 장치가 없이 미측의 ‘선의’에만 맡겨 놓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금년 7월 발간된 미국의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측 부담이 한국경제의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증감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임무와 기능 이전’이라는 대원칙을 수용한 이상 우리측 부담이 증대할 가능성은 도처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90년 합의각서에는 없었던 행정, 의료 시설 (SOFA 규정에 다르면 ‘장비’까지 포함), 군인가족용 주택 등에 대한 추가 부담도 ‘임무와 기능 이전’이라는 원칙에 근거한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주택 임대비도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 충당한다는 계획인데.
최재천 : 현재 서울 주둔 주한 미군은 333세대의 가족동반용 숙소를 영내에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984 세대의 가족 숙소를 자체비용으로 임차 사용중에 있다. 그런데 FOTA 협상과정에서 미측은 ‘임무와 기능 이전’ 원칙에 근거, 약 2천여 세대의 가족 동반 미군요원용 숙소를 우리측 부담으로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고 임차료를 마련하는 재원을 방위분담금(SMA)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양측이 잠정 합의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측으로서는 현재 미국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지원받고 있는 주택수당(Housing Allowance)의 한도내에서만 최소한의 부담을 하고 나머지 차액은 방위분담금을 통해서건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통해서건 가족 동반 미군숙소 제공이 한국측 부담임을 일관되게 명확히 주장하여 왔고 우리 협상팀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90년 합의각서 대비, 수천억원에 달하는 추가부담을 떠맡게 되었으나 한 번도 스스로 있는 사실 그대로 보고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협상팀이 가족동반용 숙소 임차비용을 미측이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었다고 홍보를 하자 이에 대하여 미측이 당초 합의하였던 방위분담금 증액을 통해서 임차료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미측으로서는 비용관련 주요 문제에 있어서 안팎으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우리측 협상태도에 심각한 불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협상팀의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행태가 만에 하나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무원칙한 입장 변경에 따른 것으로 미측이 오해를 한다면 이는 한미동맹의 근본적 신뢰를 뒤흔들 수 있는 동맹의 위기로 악화될 수 있는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 크게보면 용산기지 이전비용의 전액부담이 문제인데.
최재천 : 전액부담 원칙은 88년 노태우 정권 초기 우리측이 먼저 기지이전을 요청하였다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의회에서 주한 미군 감축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와 연계하여 추진하며 그 비용을 동맹국에게 전적으로 부담시키고자 했던 배경과 노태우 정권 출범 직후인 88년 6월 칼루치 미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 이전비용의 한국측 전담 및 연합전력 증강 원칙에 합의한 후 미측의 일방적 주도로 협상이 진행된 과정을 보면 기지이전이 미측의 실질적 필요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였으리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기지 이전은 수도권 재정비 차원과 기지이전에 따른 민족 자긍심 회복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당시의 문건을 통해 보다 확실한 추진 배경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 비용으로 30억~40억불 정도를 추산한 것은 합당한가.
최재천 : 그저 막연한 추정에 불과할뿐이다. 협상팀은 협상 과정에서 비용 부담의 상한선을 설정하자는 제안조차도 일방적으로 묵살하였다.
프레시안 : 정부추산 금액이 근거가 없다고 보나.
정부 추산의 유일한 근거인 IMP는 2003년 4월에 작성된 것으로 90년 합의각서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비용을 상정하여 작성된 것이므로 근거가 될 수 없다. 내년 말 정도에 작성될 MP에서 어느 정도의 실제 비용이 제시될 것인지 불확실하다. 더욱이 소요예산의 산정에 가장 중요한 건축기준에 대하여 국방부는 80년대 기준만 가지고 있을 뿐 전혀 건축 기준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액 산정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한마디로 주먹구구식 아전인수식 계산에 의한 추정금액인 것이다.
정부는 당정 협의에서는 시인했다. 솔직히 얼마가 들지 모른다고 했다. 협상이 개선이 아니라는 점도 사석에선 시인했다. 그런걸 보면 정부가 이번 협상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들을 현혹하자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솔직해지라는 것이다. 잘못한 점을 정직하게 말하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30~40억이 얼마나 축소된 비용이라고 보나.
최재천 : 누구도 예상을 못한다. 다만 93년 김영삼 정권하에서 미측 연구소가 95억불이 소요될 것이라고 제시한 보고서에 근거, 용산기지 이전사업 추진이 중단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뿐이다. 또한 GPR에 따른 가중된 부분과 환경 치유 비용등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용산기지 이전, 재협상해야”**
프레시안 : 용산기지 이전이 GPR의 일환이냐는 것도 논란이다.
최재천 : 미측은 용산기지 이전이 GPR에 따른 최대의 협상 성공 사례로 자부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따라 터키 등 기지 이전 대상국가에도 한국측 사례를 거론하며 압박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미측이 한국측 입장을 고려, 이를 내놓고 공개적으로 이야기 할 수도 없고...상대적으로 우리에게는 최악의 협상 실패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프레시안 : 결국은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최재천 : 90년보다 훨씬 개악되었을 개연성이 큰데도 불구, 개선되었다고 국민에게 홍보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잘못이다. 차라리 90년 합의각서를 그대로 수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합리적인 비용분담의 대원칙을 전제로 한 재협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프레시안 : 재협상 주장은 초반에 한미관계의 신뢰도를 강조한 것과 배치되지 않나.
최재천 : 처음에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 합리성에 근거, 확고한 신뢰관계에 토대를 둔 진정한 한미동맹관계의 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재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문제를 반미나 자주, 동맹 강화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큰 실책을 범하는 것이다. 합리성과 투명성을 토대로 한 진정한 신뢰관계의 구축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는 한미공수지원협정의 개정 과정에서도 미측이 우리측이 제시한 합리적인 논거에 의해서 비용분담 원칙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협상 성공 사례를 알고 있다.
프레시안 : 재협상을 한다면 어떤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고 보나.
최재천 :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된 문안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여 추후에 한미간의 분쟁의 소지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협정 문안 하나 하나를 검토하면서 따져 분명하게 해야 한다.
타결된 현재 협정 문안은 일일이 여기에서 다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점이 많다.
협상팀이 우리측 부담 내역으로서 ‘소액잡비’라고 홍보하고 있는 ‘Miscellaneous Costs'도 규모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아전인수격의 억지 해석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우리 주도의 TurnKey 방식을 도입할 경우, 지금과 같이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보다 우리 업체의 기지이전사업에 참여가 100% 보장됨으로써 건설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텐데 우리 건설업체의 수준이 뒤떨어진다는 사유로 TurnKey 방식을 미측에 한 번도 제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재협상시 이러한 요구사항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앞서 총체적인 외교안보의 문제점이라고 한 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최재천 : 용산기지 협상과정에서 외교안보시스템의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현 외교안보팀은 지나친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당연히 알려야 할 사실조차도 비밀로 분류하며 정보를 철저히 독점, 차단하고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 하는 것은 협상의 내용과 과정이 공개됨으로써 국가이익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행한 각종 형태의 부실 왜곡보고가 드러남으로써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교안보분야에서야 말로 총체적이고 과감한 개혁이 가장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혁신 작업이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과 열정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데 외교안보분야에서의 개혁 추진은 정책 또는 전략 수립부서로서의 외교 역량 강화에 역점을두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외교 안보 환경은 향후 한반도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급변하고 있어 우리가 나름대로의 전략적 판단을 가지고 대처해나가지 않으면 19세기 구한말 시대의 재판이 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면에서는 행정수도 이전문제보다 훨씬 시급하고 중차대한 과제이다. 그만큼 외교의 중요성이 커진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NSC-외교부-국방부 협상라인 청문회 대상”**
프레시안 : 국회비준도 논란이다. 정부는 용산기지 UA(이전협정)만 하면되지 IA(이행합의서)는 비준이 필요없다는 입장인데.
최재천 : 미측은 IA를 통해 미측의 구체적 요구조건을 규정해나갈 수 있는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협상팀은 당초 SOFA 권고합의문의 한 형태인 IA를 단순한 국회 보고문서로 대체하려는 입장을 강고히 유지하다가 위헌성 여부에 대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의 이의제기가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그 간의 입장에서 후퇴, 은근슬쩍 IA를 조약의 형태로 변경시킨 것은 그동안 제기되었던 모든 문제점들이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프레시안 : IA가 비준없이 넘어갔을 경우 예상되는 문제는 무엇이 있나.
최재천 : 앞에서 언급한 구체적, 실질적 내용을 하부기관에 위임한 IA 2조를 비롯해 UA에서 규정한 범위를 실질적으로 넘어서는 부분이 그대로 남아있어 여전히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은 여당으로서는 비준안이 넘어오면 통과시켜줄 듯한데.
최재천 : 정부가 부실하게 협상을 마무리한 것을 여당이 그대로 추인해 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제대로 된 여당이라면 청와대나 정부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라도 잘못된 것은 더 잘못된 방향으로 악화되기 전에 바로 잡아나가야 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장기적으로 참여정부의 정체성과도 직결되어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청문회를 한다면 대상과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최재천 : 협상에 관여했던 당사자, 의사결정라인에 있던 사람들 모두를 포함한다. NSC, 외교부, 국방부의 협상라인이다. 장관급은 당연히 포함된다.
프레시안 : 그로인해 드러난 오류에 대한 문책 절차는 어떻게 되나.
최재천 : 문책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총체적으로 부실한 외교안보시스템의 역량강화를 위한 계기로 작용되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이제 감사원의 감사는 무의미하다고 보나.
최재천 : 고도의 전문성과 정책적 사안에 대한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나 향후 감사원의 정책감사능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