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8일 김원기 국회의장 주선으로 12일째를 맞은 국회 파행 관련 대표회동을 가졌으나 국회 정상화 합의에 실패, 국회 정상화에 실패했다.
***천정배 "오늘 타결된 것 없다"**
배석자 없이 김 의장과 양당 대표만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김원기 의장은 "이해찬 총리의 유감 표명을 종용하고 양당도 상대에 대한 지나친 표현을 삼가달라"는 요지의 중재안을 내놓았으나 양당의 의견조율에는 실패했다.
회동 후 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타결된 것이 없다"면서 "굳이 말하자면 김 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했고 각 당 대표가 입장을 표명한 수준"이라고 사실상 협상 결렬을 전했다.
천 대표는 "한나라당이 색깔론 공세를 하는 것은 우리당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으로 인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3당이 색깔공세와 의회 보이콧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했던 것처럼 적어도 한나라당이 이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천 대표는 한나라당의 요구사항인 이해찬 총리의 '선(先)사과'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라 오늘은 말을 아끼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그는 다만 "이정도의 만남 자체가 매우 큰 진전"이라며 "한나라당은 기존 입장을 그대로 표명했지만 분위기는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김덕룡, "총리 사과를 구걸하려는 게 아니다"**
반면에 김덕룡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은 총리의 사과를 구걸하는 입장이 아니다"면서 "국민과 국회에 대해 백배 사죄해야 옳고 이를 의장이 요구하는 게 당연한 책임이다. 열린우리당도 그래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 총리의 선(先)사과시 등원 여부에 대해서도 "그런 것은 우리의 방침이 아니다"면서 "좀 더 지켜보고 우리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당분간 등원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또 김원기 의장에게 "이 총리가 야당과 국회에 도발적인 언동을 해서 파행을 시킨 점에는 의장단의 책임이 중하다"면서 "국회에 대한 도발적 발언을 한 현장에서 즉각 제지하고 사과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고 남경필 의원에게 의사진행발언 기회도 안줘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따졌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또 천 대표에게도 "열린우리당도 입법부의 한 축인데, (이 총리가) 우리편이라고 감싸고 더 나아가 한나라당에 대해 공격하는 자세는 안된다"면서 "열린우리당이 국회의 한 축으로 바른 노력을 해야 옳다"고 말했고 밝혔다.
***김원기, "주요법안 처리 여야간 충분한 논의해 처리"**
그러나 이 과정에 김원기 국회의장이 이해찬 총리에게 유감 표명을 하도록 종용하는 중재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김기만 의장 공보수석은 회담 결과와 관련, "이 총리가 적절한 방법으로 유감 표명을 하도록 김원기 의장이 종용키로 했다"며 이와함께 "상대정당에 대해 '좌경집단', '극우 수구세력' 등 상대정당의 정체성을 폄하, 훼손하는 발언을 국회에서 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양당이 주요 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여야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처리키로 했다"고 합의했다고 밝혀, 4대 개혁입법 등에 대한 절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김 대표는 회담전 김 의장에게 "아무 성과없는 회담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 국면전환에 대한 계획과 안이 있다면 만나자고 했다"고 밝혀, 이같은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즉 이날 회담 결과에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야당의 등원 명분으로 '국면전환을 위한 안', 즉 4대 입법을 둘러싼 막후 협상안을 김 의장측이 제안해 회동이 성사됐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천 대표도 "국회에 현재 5백개 이상의 법안이 계류 중이라고 하는데 이 모든 의안과 법안 중 입장이 다른 법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상호 존중의 자세로 해결해 나가자는데 대한 공감대가 한 달전에 이미 형성됐다"고 1개월 전의 여야 대표회담 합의사항을 상기시켜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김 공보수석은 "등원날짜와 시간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회담을 통해 의견을 많이 좁혔다고 보면 된다"면서 "김 의장은 전체적으로 성과가 있다고 보고 있고, 등원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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