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인사실패' 발언에 대한 고건 전 총리의 비난 성명과 관련, "사실을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나를 공격하니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과라도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나는 그를 나쁘게 말한 일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이 휴일인 이날 이례적으로 참모회의를 소집해 고 전 총리의 성명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인사실패 발언 취지가 왜곡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수석실은 '노무현이 무슨 말을 했길래, 고건이 발끈했는가'라는 글을 통해 "21일 민주평통 행사에서 노 대통령이 '실패한 인사'라고 표현한 것이 자신의 능력을 폄하한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면서 "그러나 대통령 발언의 원문을 신중하게 살펴보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글은 이어 "대통령은 고 전 총리의 역량을 평가한 것이 아니며, 그런 얘기를 할 자리도 아니었다"며 "누구의 잘잘못 이전에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대립구조가 '인사실패'를 낳았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수석실은 또 "물론 대부분의 언론은 대통령 발언이 마치 고 전 총리를 깎아 내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으나 뉴스거리를 부각시키는 언론의 속성도 생각해봐야 했다"면서 "발언 진의나 원문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신중한 처신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건 전 총리는 23일 노 대통령이 자신의 전날 성명에 대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대통령을 공격했다"며 유감을 표시한 데 대해 "국민이 어떻게 들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재반박했다.
고 전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심장병 어린이 돕기 '희망 한걸음' 행사에 참석,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통령께서는 진의가 아니라고 하시던데 일반 국민들이 무슨 뜻으로 들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전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노 대통령이 자신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실패인사' 발언을 했을 것이란 강한 의구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날 성명발표를 계기로 사실상 노 대통령과 '정치적 결별' 수순에 들어간 만큼 확실히 각을 세우는 쪽으로 스탠스를 취하겠다는 메지시를 분명히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고 전총리는 그러나 '사과라도 해야 할 일'이란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정확한 말씀 내용을 못들어서 들어봐야 하겠다"며 입장표명을 자제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오늘은 심장병 어린이 돕기 걷기대회에 왔으니 정치 얘기는 안하면 좋겠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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