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후보 경선은 월드컵 이후 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후보 경선은 월드컵 이후 해야”

조기 전당대회론은 정략적, 서두르면 더 흐트러진다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동교동 해체론’으로 정치권에 파란을 몰고 온 뉴스메이커이다. 최근 당무에 복귀하긴 했지만 일사분란한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민주당 분위기에서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과 주류의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현실정치에서 일단 당 안에서 왕따가 된다면 그의 정치생명이 어려울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권에 도전하려는 정치인에게는 별로 이득을 볼 수 없는 현명치 못한 일이기 십상이다. 김 최고위원 역시 그 점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러한 행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최고위원과의 인터뷰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정관용 정치에디터가 진행한 인터뷰는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프레시안 : 일반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처음에 묻고 싶은 것은 오랫동안 민주화투쟁을 하다 정치권에 왔는데 객관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 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판단하는가.

김근태 : 나아졌는데 사람들이 기대한 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일부사람들은 기대했던 것에 못 미쳐 배반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우리 민주주의의 취약한 수준과 세계경제의 흐름 등을 고려할 때 더 나아질 수 있는 도약의 계기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좀더 좁혀 이야기하면 오히려 양김이 집권한 과거 10년 동안 개혁이란 뜻이 쇠퇴하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좀더 강해진 것이 아니냐고 진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김의 10년 집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근태 : 그 심정은 이해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양김 집권이 8년 반인데 한마디로 ‘안타깝다, 아쉽다’고 볼 수 있다. 역사가 가끔은 점프를 하는데 우리는 그 점프를 못했다. 중요한 이유는 87년 12월에 있었던 양김의 분열과 당시 민주화 세력의 분열 때문이다. 양김의 분열로 아픈 상처가 생겼고 (민주화와 역사발전을 비약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에 한계가 생겼다.

***양김 분열로 역사 도약의 기회 놓쳐**

양김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깃발을 제대로 올렸지만 그 철학과 원칙을 현실화할 수 있는 주체세력 형성에 실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은 조건이었다. YS는 일종의 얼굴마담이었고 DJ는 소수파 정권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둘 다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나갈 수 있는 도덕적 근거, 힘의 근거가 부족했지만 YS나 DJ가 이를 깨닫지 못했다.

(여기에서 김 최고위원은 YS 정권 출범 초기와 DJ 정권 초기의 비화를 소개했다.)

93년 초 YS측에서 함께 하자는 제의가 여러 번 왔다. 그때 ‘DJ와 함께 하라 그러면 간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쪽에서 ‘믿을 수 없다. 지식인들은 늘 DJ편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해는 한다. 그러나 정치는 역사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 정치적 고려보다 정책적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쪽에서는 ‘먼저 민주화운동이 함께 하고 서로 신뢰가 쌓이면 DJ와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DJ 정권 초기에도 ‘YS와 함께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정치적 부담이 있긴 하지만 양김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한 국민들과 함께 하기위한 징검다리로 YS와 함께 하자’고 말했고, ‘IMF 경제위기는 독재이후 시스템의 잘못이라면서 부담을 함께 하자’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레시안 : YS 때 DJ와 손을 잡고 개혁 주체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옳았고 DJ때도 마찬가지였다는 입장인가.

김근태 : 그렇다.

프레시안 : 앞으로 그것이 가능한가.

김근태 : 지난번에 YS를 만났을 때.. (프레시안 : 언제인가?) 언제더라 (옆에 있던 보좌관에게 확인한 뒤)..4월이다. 그때 나는 ‘YS와 DJ는 같은 변화와 개혁의 깃발을 들었다. 함께 해 달라. 87년 양김의 분열과 민주화세력의 분열은 역사적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위로와 위안은 될 수 있다. 또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말했다.

YS는 매우 현실 정치적인 양반이니까 지금 당장 DJ와 손잡아 달라는 말로 해석해 만남이 끝난 다음에 박종웅 의원을 통해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때) 사실 내가 느끼기에는 나에게 전면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았다. 난 영화는 못 봤지만 요새 영화 ‘봄날은 간다’가 그렇다고 하던데, 연인들 사이에 자존심과 오기 때문에 사랑하면서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데 DJ와 YS 사이도 서로 그렇다. 누군가 중간에 다리를 놔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아쉽다.

프레시안 : 내년 대선에서 DJ 정부가 마음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뭔가 묘안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로 DJ와 YS 연합을 통한 후보 배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근태 :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DJ와 YS가 주인공이 되는 정계개편은 불가능하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전진이라는 내용과 느낌을 주는 방향으로 전체적인 흐름이 이뤄지면서 이분들이 병풍이 되는 것이라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거 민국당처럼 실패할 것이다.

프레시안 : 곧바로 대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서 몇 차례에 걸쳐 이번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겠는가.

김근태 : 아직 공식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설 것이다. 기자들이 물으면 나가겠다고 대답하곤 했다.

프레시안 :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 왜인가.

김근태 : ‘옷로비’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개인사를 이야기하면 65년 대학을 들어와서 32년만에 실천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목표인 정권교체를 이루고 난 이후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난 의정활동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민주화활동을 한 사람들이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내가 경제학과를 나왔는데 재경위에서 의정활동을 제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고 실제로 그런 평가를 받았다. 또 신사정치인이라고 평가 받았고.

***옷로비 사건 이후 의정활동에서 정국운영에 관심**

그런데 ‘옷로비’ 사건을 겪으면서 정권교체로 우리가 기대했던 사회가 바로 오는 것이 아니고 부단히 사회를 되돌아 보고 자기를 채찍질하지 않으면 기대했던 ‘그날’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보고.... 내가 의정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의 의미가 너무 작아져 버렸다.

프레시안 : 그러면 이번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김근태 : 만만치 않다. 이번 경선은 (승리 여부보다)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왔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갈림길이다. 현재 난관은 국민들이 김근태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른바 여론 주도층한테는 김근태가 1등, 아니면 2등이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고어와 부시의 여론 지지 차이가 25-30% 정도였는데 본격적인 경선 과정에 들어가면서 그 차가 급격하게 좁아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부시가 당선됐다. 미국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재탄생되는 예비경선제도가 있다. 우리도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여론 주도층 사이의 평가가 국민대중에게 전달돼 폭발적인 힘으로 다가올 수 있는 내공은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민주당 내부의 경선 구도를 어떻게 그리는가.

김근태 : 잘 모른다. 현재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한 6-7명 쯤 되고 본격적인 경선체제가 되면 한 3-4명으로 압축되지 않겠는가. 문제는 (아직 당도, 국민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않은데) 어떤 제도를 통할 것인가이다. 예비경선제도는 내가 오래 전부터 이야기해 왔다. 우리의 1인 보스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예비경선제도의 과감한 도입이다.

***국민적 리더십 위해 예비경선제 도입해야**

프레시안 : 현재의 당규에는 대의원들을 통해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제도의 변경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생각인가.

김근태 : 예비경선제도는 정당법과 선거관계법도 고쳐야 한다. 정치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자리에 가면 예비경선제를 주장하지만, 현실정치 마당에서는 대의원들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자고 얘기한다. 참고로 97년에 DJ과 둘이 만나서 국민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국민경선제를 제안한 적이 있다. 이때 DJ는 이번에는 그냥하고 다음에는 도입하자고 했다.

프레시안 : 경선은 언제쯤 하는 것이 좋겠는가. 지금 당내에서도 지방선거 전이냐, 후냐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김근태 : 지금 대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시점이 임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부딪치고 있는 난관과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안 제시 없이 경선만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다. 세계가 긴장하고 있고 세계경제가 어떻게 곤두박질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하자면 골목싸움만 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좀 망설이다가) 난 (경선시기를) 좀 늦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년 월드컵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월드컵은 테러 문제도 있고 일본과의 공동주최 상황에서 일본 못지 않은 주최국이 되어야 한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경선은 월드컵 끝난 다음에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프레시안 : 지금 빨리 해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으니까 늦추자고 주장하는 것 아닌가.

김근태 : 음..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있고, 늦게 해야 나한테 유리한 점도 있다. 그러나 빨리 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매우 정략적이다.

프레시안 : 최근 대통령에 대한 지지 하락과 몇 건의 비리사건이 겹치면서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차기주자를 빨리 가시화해서 국민들에게 비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근태 :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1년 반 정도 남았다. 레임덕을 당연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흐트러졌으니까 다음 대통령 후보를 세우자’ 그러면 더 흐트러진다. 가령 내년 3,4월에 경선을 치룬다면 지금 나도 국회에 나갈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대의원들 만나러 다니느라고..

***경선시기 월드컵 이후로 늦추어야**

김근태 : 물론이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가 세계정세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지만 어디로 가는지 예측하고 대비는 해야 되는데 그럴 마음의 여유가 집권 여당에 없어지는 것이다.

프레시안 : 레임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집권당의 최고의원으로써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는지.

김근태 :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레임덕 현상이라고 하기 보다는, 물론 내년 이맘쯤에 김대중 대통령은 떠날 준비를 해야 될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이 지금 레임덕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첫째 이른바 권력의 핵심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 둘째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정쟁적, 정략적이어서 책임정치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초점이 정권을 탈환하겠다는 것에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에서 주장한 이용호 비망록은 없다고 밝혀지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들이 겹쳐지니까 국민들은 짜증난다.

프레시안 : 권력의 핵심이 신뢰받고 있지 못하다고 했고, 최근 여러 차례 ‘동교동계 해체’ 등 쇄신을 주장했다. 우선 그것도 하나의 권력투쟁 아닌가.

김근태 : 권력투쟁이다. 민주화운동도 권력투쟁만은 아니지만 권력투쟁적인 요소와 측면이 있는 거다.

프레시안 : 동교동계 해체라고 했을 때 이인제 최고위원은 ‘동교동계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표현을 썼고, 노무현 상임고문은 ‘동교동 해체를 아무리 주장해 봐야 현 정권 임기 중에는 바꿔질 수 없다, 현실로서 인정을 해야 한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각 생각이 다른데 동교동계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김근태 : (어이없다는 듯이) 논쟁의 한 가운데서 권노갑 전최고의원이 ‘동교동계를 해체하라는 것은 민주당을 해체하라는 말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동교동계가 뭔지 모르겠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

프레시안 : 권노갑 전최고위원의 주장에 의하면 동교동계는 지금 민주당 전체인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 아닌가.

***동교동계 확실한 실체 있다**

김근태 : 그렇다. 그런 정도로 동교동계는 확실한 실체가 있다. 권노갑 전최고의원이 동교동계의 핵심 아닌가. 그 핵심이 ‘동교동 계보를 해체하라는 것은 민주당을 해체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동교동계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도전이며 모욕이다. 그런데도 이인제 최고위원이 동교동계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은 진짜 이해가 안 된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가 있기 때문에 보지 않고자 하는 것 아니면 다른 판단과 계산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엄격히 말하면 동교동계라는 것이 과거 동교동 시절에 비서 출신들만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닌지 구분법에 따라 다 다르다. 이런 측면에서는...

김근태 : (말을 가로채며) 세상 사람들이 동교동계의 의미를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누구냐, 홍길동이냐 손길동이냐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이게 뭔가 좀 안 잡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정부 들어 계속 양지쪽을 도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순환보직으로 돌고. 그런데 이들이 바깥에서 따로 모여 거기서 본인들이 결정하고 공식기구에서 추인 받는 형식을 취한다. 특히 인사문제는. 그러므로 뭐 한자리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사람들하고 친해야 한다. 줄서는 일이 일어난다. 이건 민주당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 그쪽과 좋은 관계를 가져야 지구당위원장 나아가 대의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 몇몇 사람한테는 동교동이 잘 안 보일 것이다.

프레시안 : 그것이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하는 핵심적인 이유인가.

김근태 : 그렇다. 그러면 공식기구는 왜 필요해. 공식기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왕따당하고 있고 소외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과거부터 동교동계를 아는 사람들의 표현에 의하면 그건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 사실 대통령의 잘못이다, 대통령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고 운영해온 것이므로 동교동계해체는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김근태 : 나도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책 한권 제대로 읽기 힘들다. 대통령은 더 하다. 따라서 옆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어떤 정보와 판단을 제공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들은 공정하고 균형된 입장에서 가끔은 대통령의 판단과 다른 판단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책무다. 대통령이 선호하는 쪽 정보만 제공하면 그건 비서지 참모가 아니다. 그 자리를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비판했다.

***동교동계 스스로 해체 선언해야**

프레시안 : 해체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김근태 :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니까 우선 본인들이 해체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밖에서 모임을 갖지 않고, 의사연락도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공식적인 석상에 개별 정치인으로 참여하는 것은 막을 이유가 없다.

지난 대선 전에 이른바 동교동 가신이라는 분들이 앞으로 정권교체가 되면 지명직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 그렇게 되고 있는지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선언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몇몇 보직에 있는 사람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인가.

김근태 : 보직 자체를 물러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인홀트 니버의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이 생각나는데, 이른바 동교동 계보에 속하는 정치인들은 개인적으로는 소박한 사람들이다. 정권교체 때 고생도 했고 기여도 했다.

그러나 패거리가 되면 패거리의 이익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비도덕적인 패거리가 된다. 그래서 해체하라는 것이다. 개인의 진퇴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과 스타일의 문제이다. 권 전최고위원이 사퇴한 뒤에도 상황변화가 없지 않았는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주요 포스트는 공과에 관계없이 물러나야 한다. 비공식라인이 작용한다는 오해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신속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투쟁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해 왔다. 대통령에게도 빅3를 포함한 쇄신을 건의했다. 나의 이러한 주장이 당무회의 등 공식적 자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국민과 당원들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프레시안 : 빅3 교체가 가능한가.

김근태 : 인사권자가 아니라서 말하기 적절치 않다. 다만 ‘국민들에게 다시 하자’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인재는 구하기 위해 노력하면 있다.

프레시안 : 현재 당내에서 동교동계가 과연 다수인가.

김근태 : 동교동 계보원이라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다. 그들 자체가 다수는 아니지만 그들 영향력 범위 내에 들어있거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범위 내에 있는 사람들은 다수다. 심지어 나 같은 사람도 그 양반들하고 좋은 관계를 가져야 경선에서 유리하다.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고 대통령한테 그 공천과 관련해 보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 그들이다. 또 당직, 대표직 이런 것들도 거기서 이야기한대로 된다. 따라서 이들의 편향이 어떻게 되는지 살피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레시안 : 김근태 의원도 그 사람들에게 가깝게 보여야 경선에 유리하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지금 동교동계 해체를 강하게 주장하는가. 불리해도 내가 주장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경선에 새로운 전략을 짜겠다는 의미인가.

김근태 : 첫째는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누군가는 응답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탈냉전시대에 평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 반대로 간다. 증오와 적개심이 세계를 지배하고.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도 있을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의 민주주의는 상당히 취약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응답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상기된 표정으로) 두 번째는 참을 수가 없었다. 당 안에서 모든 노력을 해 왔다. 나는 튀지 않는 사람인데 최고회의를 통해 건의하려고 했던 것도 무력화되고 면담도 저지되고. 이런 상황에서도 단합을 위해 침묵한다면, 이는 침묵이 아니라 정치적 책무의 포기이며 또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 동교동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이 사람들과 연대해 당내 다수가 되면 권력투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전략은 생각해 보았나.

김근태 : 지금까지는 이른바 ‘세력화’하는 문제를 실제로 밀고 나가지 않았다. 김근태는 대선 경선에 나갈 사람이므로 그와 함께 하는 것은 김근태한테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또 당 지도부의 한사람으로써 세력화를 도모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내가 동교동계를 비판하는 것처럼 바깥에서 세력화해 압박을 가하는 형태는 당내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좋지 않다. 게다가 국정감사와 미국 테러 등이 겹쳐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는가.

김근태 : 아무래도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이런 생각을 한편으로 하고.. 상황에 대한 인식공유 등은 지속적으로 함께 할 생각이다.

프레시안 : 여러 인사와 대화를 계속 나누겠다는 말인데, 최근 한화갑 최고위원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만들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화갑 최고위원과 연대하겠는가.

김근태 : 한화갑 최고의원의 동교동계 비판은 나와 내용은 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우리가 동반할 수는 있지만 아직 정치적으로 연대한다는 생각은 안 가지고 있다. 이 문제는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있고, 또 무엇이 민주당과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비동교동 연대, 아직은 뛰고 있지 않다**

프레시안 : 또 한 부류가 정대철, 김원기 등등 비동교동계 중진들과는 어떤가.

김근태 : 정치적 감각은 유사하다. 가끔 의견 교환을 하는데 민주당 내에선 동교동 계보나 동교동 계보를 대리한 모임 외에는 어떤 모임도 의미 있는 역할을 못해왔다. 초.재선의원들이 좀 역할을 하지만. 정치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모임을 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다. 이들과 비공식적인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 등은 간혹 해왔다.

프레시안 : 이들이 다 하나로 뭉치면 어떤가.

김근태 : 현실정치는 힘과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친다. 지금 이야기한 사람들은 (정치적) 감각이 접근해 있지만 각각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러나 어떤 계기가 주어지거나 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공통성이 발생하면 그런 흐름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 현재 소위 반동교동세력 연합이라든가, 동교동계보의 권력전횡을 비판하고 이를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연합을 위해 뛰려고 하는 사람은 없는가.

김근태 : 뛰려면 내가 뛰어야 하겠지.

프레시안 : 뛰고 있는 것 아닌가.

김근태 : 뛰고 있지는 않고.. 반동교동 연합이라기보다는 동교동계가 스스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해체선언하고 나면 그 다음에 정책 노선이 같은 사람들이 정책그룹을 형성하고 경쟁하는 것이 보다 순리라고 생각한다.

(반동교동계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끈질기게 물었지만 김 최고위원은 좀처럼 속내를 시원하게 털어놓지 않았다. 워낙 조심스러운 부분이고 복잡한 변화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프레시안 :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정계개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근태 : 그런 가능성, 개연성은 있지만 현실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민주당이 보다 폭넓은 민주주의세력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정당으로 변화하고 개혁돼야 한다.

프레시안 : 내년 대선은 결국 민주당과 한나라당 양당 후보의 대결이라고 보는 것인가.

김근태 : 그렇다. 단순화시키면 그런 것이고. 정계개편이 지금 이야기되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지역적으로 영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나 민주당 일부와 한나라당 일부가 밖에 나와서 신당을 만드는 것이라면 내년 대선 구도에서 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 최근 동교동계에 대한 비판을 계속해 나가는 과정에서 혹시 대통령에게 무슨 얘기를 듣지 않았나.

김근태 : 전혀 없었다. 직접 반응은 아닌데 거국정부 얘기했을 때 좀 불편해 하셨다고 한다. 거국 정부라고 하면 여당이 몰리면서 도와달라고 궁색하게 얘기하는 것으로 보는데 나는 그런 의도에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여야가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타협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용호 게이트를 계기로 여당을 몰아세워서 재.보궐선거에 이기겠다는 의도고 민주당에서는 구차하게 구걸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늘 묻지 않아서 얘기 안 했는데 이회창 총재는 굉장히 편협하고 아주 계산적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이를 다 알고 있다.

프레시안 : 대통령도 김근태 최고의원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충정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김근태 : 불편해 하겠지.

프레시안 : ‘동교동계는 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지시하는 데로 하는 거다’ 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

김근태 : 뭐 그런 정도는 아니고(웃음), 예를 들어 권노갑, 김옥두 이런 분들이 전략을 구사하고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 이런 농담이 있다. 미국 테러는 동교동계가 사주했다는(웃음). 그날 권노갑 의원이 별 말을 다 해서 ‘동교동계는 민주당의 하나회’가 되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더니 각 언론에서 이를 크게 썼다. 근데 미국 테러로 이 얘기가 무마됐다. 그래서 미국 테러는 동교동계가 사주했다는 농담이 돌기도 했다.

프레시안 : 인터넷은 자주 하는가.

김근태 : 잘 못한다. 인터넷의 원리나 체계는 알고 있지만 막상 할 시간은 별로 없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사이트는 들어가 보았는가.

김근태 : 아직 못 봤다. 이름은 멋있다고 생각한다. ‘프러시안’처럼 인터넷 내에서 장대한 흐름을 형성하기를 바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