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이어 이번에는 대법원이 극명한 반공의식을 드러내며 국가보안법을 존손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법원 "남북한 교류해도 북한은 여전히 반국가단체"**
대법원 1부는 지난달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총련 대의원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사실이 2일 뒤늦게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날 원심 확정판결을 내리며 "남북한 사이의 교류.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바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사라졌다거나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이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라며, 헌법재판소와 마찬가지로 국보법에 대한 존치 입장을 고수했다.
재판부는 또한 "북한은 50여년 전 적화통일을 위해 무력남침을 감행함으로써 민족적 재앙을 일으켰고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북한이 온갖 방법으로 우리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시도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국보법상 이적표현물 취득.소지죄 등의 위헌 여부와 관련,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자유까지 허용함으로써 그토록 추구하던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되므로 헌법 37조2항의 제한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 "오늘날 북한 동조세력 늘어 통일전선 형성 우려"**
재판부는 이밖에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수호를 위해 허용과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는 동시에, "나라의 체제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될 수 없는 것이므로 국가의 안보에는 한치의 허술함이나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한 "이런 견해와 달리 북한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없다거나 혹은 형법상의 내란죄나 간첩죄 등의 규정만으로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국보법의 규범력을 소멸시키려는 등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최근 정치권의 국보법 폐지 움직임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대법원 입장은 지난달말 헌법재판소가 보도자료를 통해 입법부에 '국보법 존치'를 권고한 사건에 이어 또한차례 최고사법기관이 입법부의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노회찬 의원 "박정희, 전두환이가 하는 얘긴지 분간이 안돼"**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법원의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란 말은 박정희가 하는 얘긴지 전두환이 하는 얘긴지 21세기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하는 얘긴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라고 대법원을 강력 비난했다.
노 의원은 "대법원 말대로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면 현격히 줄고 있는 국보법 위반 사범 수는 그간 사법부의 국보법 적용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해 얼마나 정치재판으로 이뤄졌는지를 입증한다"며 "국보법을 이용해 인권 유린을 대표적으로 주도해온 대법원은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할 시점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판결은 허용할 수 없고 관용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역공을 펼쳤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우리사회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법률적 햇볕정책'이 국보법 폐지"라며 "'사회혼란이 우려된다'는 대법원의 발언은 우리 체제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인정치 않겠다는 것으로, 사회는 국보법 폐지를 충분히 받아들일 만큼 성숙해 있는데 대법원만 이를 과거 냉전적 사고로 바라보니 변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우 의원은 특히 "대법원이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에는 여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국회내 폐지 움직임을 겨냥한 것은 명백한 3권분립 위반"이라며 "국회의원 개인이 독자적인 헌법 기관으로 국보법을 악법으로 보고 폐지를 하겠다는데 법원이 이런저런 우려를 표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재천 의원 "우리 사회에 왜 그렇게 자신감 없나"**
같은 당 최재천 의원도 "국보법 폐지자를 자유민주주의를 전복시키려는 자로까지 해석하는 입장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다"며 "국법 해석의 최종 기관인 대법원이 신중하게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내린 결과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특히 잇단 최고 사법기관의 국보법에 대한 존치 의견 표명에 대해 "지난번 헌재의 결론과 함께 잘못된 의미의 보수세력의 집단적 회귀가 아니길 바란다"며 "역시 대법원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고 대법관 선임 시스템의 개혁 필요성을 절감케 된다"며 사법부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의원은 이어 대법원에 대해 "우리 사회에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나"라고 반문하며 "(대법원은) 국보법이 없으면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어 댈까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사람을 정상인으로 인정하고 혼란에 빠질 만큼 허약하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헌재의 판결 때와 같은 입장으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고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며 "인권침해요소 등이 있는 것은 부분개정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이라며, 은연중 대법원의 입장 표명을 환영하는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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