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신의장, 사퇴 결심하실까 염려돼”

김원웅의원은 “박근혜든 신기남이든 친일은 부끄러워해야”

신기남 당의장 부친의 일본헌병 복무 은폐 파문과 관련, 17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좀 더 지켜보자"며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천정배 원내대표, 문희상 의원 등 당 지도부급 인사들의 적극적인 진화작업에 힘입어 의장직을 사퇴해선 안된다는 기류가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민족정기의원모임을 이끌며 친일진상규명법을 대표발의한 김희선 의원조차 "신 의장이 사퇴하면 오히려 친일 진상규명에 해가 된다"며 앞장서 사퇴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당내 의견은 즉각사퇴 여론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형국이지만, 김원웅 의원 등 당내 일부는 여전히 신 의장의 사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희선, "신 의장 사퇴하면 친일진상규명에 해가된다"**

당 내에선 친일진상규명 등 여권이 핵심과제로 추진중인 과거사 진상규명을 중단 없이 밀고가기 위해서라도 신 의장의 즉각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강경론과, 신 의장의 급작스런 사퇴시 예상되는 지도체제의 일대 혼란을 우려한 "말미를 주자"는 신중론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안영근 의원 등이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까지 거세게 몰아붙이던 사퇴 압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사퇴불가론에 묻혀 힘을 잃는 분위기이다.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조차 대체로 "당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좀 더 지켜보자" 등 신중한 반응 속에 말을 아꼈다.

당장 민족정기모임 회장인 김희선 의원은 "지금 상태에서 신 의장이 사퇴하면 친일진상규명법 추진에 오히려 해가 된다"며,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친일진상규명법을 연좌제로 아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신 의장이 아버지 일 때문에 사퇴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해가 깊어진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당내 일각의 사퇴요구에 대해서도 "초선들은 피상적으로 생각해서 그저 그만두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정도"라며 "오히려 나는 신 의장이 그런 류의 결단을 하실까 염려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신 의장 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스마트하게 커 온 아들에게 아버지의 친일행적을 하나하나 알려주기 곤란했을 수 있다"며 "신 의장은 정말 그 정도밖에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쌌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도 거짓말 의혹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듯, "신 의장이 말을 바꾼 데 대해선 솔직히 도덕적 책임을 인정하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사진상규명 태스크포스' 단장인 원혜영 의원도 "과거사 진상규명은 과거의 진실을 밝힘으로써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의 도덕적 기반을 강화하자는 것이지 특정 개인을 단죄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신 의장 부친 친일 문제와 과거사 진상규명 사이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원 의원은 그러나 신 의장의 거취문제에 대해선 "본인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신 의장이 초기에 사실을 부인한 듯한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웅 "분단국가 정치인으로서 철학의 부재"**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신 의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김근수 선생의 장남인 김원웅 의원은 "부친의 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박근혜가 됐든 신기남이 됐든 부친의 친일 행적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신 의장이 방미시 부친이 지리산토벌대장을 했다고 말했을 때 그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됐다"고 신의장 숭미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분단국가의 정치인으로서 철학의 부재"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신 의장의 의장직 사퇴에 대해선 "결국 본인이 그 문제를 부끄럽게 생각하느냐 자랑스럽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거취문제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사퇴론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