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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과 지금 상황이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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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구한말과 지금 상황이 뭐가 다른가”

[인터뷰] 중국 다녀온 고진화의원, “우리 내부의 단결 시급"

“중국의 역사왜곡 사건이 등장한 것을 보면서 말로만 듣던 구한말과 지금 우리나라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더라. 열강틈에 끼어있고 민족 내부의 단결이 안돼 시달렸던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른가. 외압의 힘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보다 우리 내부의 정체성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대사관의 비자발급 지연 파동 끝에 지난 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고구려 유적지가 있는 중국 집안(集安)을 둘러보고 온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중국의 역사왜곡 사건을 보며 느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프레시안은 11일 오후 고 의원을 만나 중국 현지의 역사왜곡 실태와 의도, 우리의 대응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중국 역사왜곡, 한반도 주도권 가지려는 의도”**

고 의원은 우선 광개토왕릉비와 주변의 장군묘에 대한 출입이 통제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만약 우리가 연구활동을 한다면 탁본도 뜨고 해야 할텐데 그런 행위를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였다”고 중국 정부의 의도적 접근차단을 의심했다.

또한 “동네 입구마다 중국 특유의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쓰인 플랭카드가 대대적으로 붙어있었다”며 “내용인즉슨 ‘중국 문화유산인 고구려 유적이 유네스코에 등재돼 기쁘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고구려 역사는 중국 문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또 동행한 조선족 가이드의 말을 전하며 “과거에는 중국 교과서의 한국사 부분에 고구려사가 한민족 역사로 돼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여행 가이드들에게 ‘고구려는 중국의 다양한 남방민족 중 하나의 소수민족’이라는 관점으로 서술하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1> 집안기념관 비석. 집안 고구려 기념관에 있는 비석으로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이며 중국의 고대 지방정부의 하나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중국의 역사왜곡 의도에 대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래의 주도권 뿐만 아니라 현재적 주도권을 가지려는 의도가 있다”며 “미국이 오래전부터 우려하는 부분은 한반도 통일 후 한국이 친중화적 입장이 될 것이라는 것인데 그러한 미국의 우려를 역으로 조장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이 같은 양대 강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강조하며 “우리는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해야 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선 우호협력을 유지하되 실용적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향에 대해선 “정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과거에 대해 짚어야 할 부분은 반드시 짚어야 한다”며 “이에 대해 목소리를 줄인다고 현재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와함께 그는 남북의 공동대응, 러시아 베트남 티벳 등 주변국과의 공동대응 등을 중요한 과제로 강조했다.

<사진 2> 지안기념관 앞에 붙은 현수막. 고구려가 중국의 한 역사이며 이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다음은 고진화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중국, “고구려는 중국의 남방 소수민족 중 하나”**

프레시안 : 현지에서 본 역사왜곡의 실상을 전해달라.
고진화 : 현지에서 가장 문제된다고 느껴진 부분은 집안시 고구려 박물관 들어가는 입구에 ‘중국문화 고구려 유적’이라고 명시해두고 있다. 박물관 소개에도 중국 소수지방정권이라는 규정을 명확히 해두고 있었다. 박물관 입구 왼편에는 이를 자기네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해석해 둔 부분이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히 보였다.

또 광개토대왕릉비 주위를 철구조물로 둘러싸 놓고 유리를 씌워서 출입 자체를 봉쇄하고 있었는데, 보존을 위한 차원만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우리가 연구활동을 한다면 탁본도 떠야 할 텐데 그런 행위를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였다. 장수왕릉 주변에도 고구려 벽화가 있는 장군묘가 5개가 있다. 그 중 5기묘는 출입을 금했다. 이유는 출입을 허하면 외부와 공기가 통하기 때문에 내부가 변질된다는 것인데, 타당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았다.

이 외에 주변 성벽 같은 곳은 아직까지 대대적으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 작정하고 공정이 시작돼 유물을 찾아내기 시작하면 상당히 많은 양이 나올 것 같다. 현실적으로 우리땅이 아니기 때문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게 답답하다. 공동 발굴 사업 형식으로 가는 등의 조치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또한 동네 입구마다 중국 특유의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쓰인 플랭카드가 대대적으로 붙어있었다. 내용인즉슨 ‘중국 문화유산인 고구려 유적이 유네스코에 등재돼 기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구려 역사는 중국 문화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현지 유적에 대한 접근 차단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왜곡된 역사를 기정사실화 하는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고진화 : 동행한 가이드는 한민족을 가르치던 조선족 선생님이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우리가 역사를 배울때만 해도 한국사 파트에는 고구려사가 한민족 역사라고 배워서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부터 중국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가이드들에게 고구려는 중국의 다양한 남방민족 중 하나의 소수민족이라는 관점으로 서술하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가이드가 이런 교육을 받는다면 객관적으로 고구려 유적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알고 갈 것 아닌가.

***“한반도의 미래-현재적 주도권을 가지려는 의도”**

프레시안 : 막연한 질문이지만 중국이 왜 그런다고 보나.
고진화 : 일단 최근 세계 사람들이 중국을 주목해 보다보니 역사적 자긍심을 반영하려는 것 같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7~8년 전까지만 해도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이제 비슷한 경제적 수준이고 얼마 있으면 자기들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중심국가가 된다는 중화사상이 발동한 것이다.

한편으로 남북관계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래의 주도권 뿐만 아니라 현재적 주도권도 가지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진행중인 6자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의 통일 분위기가 높아지면 높아지는대로, 현재적 상태가 유지되면 또 그런대로 이니셔티브를 쥐려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이 오래전부터 우려했던 사항이다. 미국에서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한반도 통일 후 한국은 친중화적 입장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미국의 우려를 역으로 조장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프레시안 : 외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는데, 어쨌든 당분간 중국과의 관계는 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진화 : 중국도 과연 지금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이 국가이익이 될지를 따져보게 될 것이다.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클로우즈업 됐을 때 자신들이 입을 수 있는 데미지가 있다. 이를테면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서 그동안 중국은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질타했는데, 역으로 한국으로부터 똑같은 공격을 받을 경우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겠나. 특히 중국은 외교관계에서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의 대응 여부에 따라서는 이 부분을 돌아볼 것이다.

프레시안 : 한편에선 이번 문제가 친중이냐 친미냐는 우리 외교노선에 대한 문제로 비화되는 것 같다. 일각에선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대미 의존성을 강화하는 역편향을 경계하기도 한다.
고진화 : 동맹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냉전시대의 한미동맹과 현재의 동맹이 다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냉전이후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고 있고 자본주의 체제를 수용한 상황이다. 또 북중관계도 과거 냉전시대와 비교해 많이 벌어졌다. 따라서 현재적 상황에 맞는 관계 변화는 불가피하다. 한미관계는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해야 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선 우호협력을 유지하되 실용적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기조를 유지해야지, 이번 문제를 계기로 감정적인 대응만 하게 되면 위험할 수 있다.

***“정부가 이 국면을 리드해 갈 수 있는 플랜을 짜야”**

프레시안 : 우리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사실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인지 답답한 감이 없지않다. 무엇보다 국가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대응이 중요할 것 같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고진화 : 국가간의 문제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는 볼 수 없다. 외교라는 규정된 틀 내에서 제한된 자율성만 있다. 따라서 이 문제도 남북과의 관계, 공동모색을 통해 풀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민간단체와 학계 중국과 관련있는 기업체 등의 인식 통일이 중요하다. 공동의 인식이 바탕된 총체적 대응이어야지 정부 당국이 모든 총대를 메고 해결하라는 것은 어려운 주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 국면을 리드해 갈 수 있는 플랜을 짜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나 여당 의장,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을 보면 다소 실망스럽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해도 과거에 대해 짚어야 할 부분은 반드시 짚어야 한다. 이에 대해 목소리를 줄인다고 현재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는 정체성 문제인만큼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강경한 어조로 대응할 것인지, 6자회담 등 현안이 걸려있기 때문에 망설일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는줄 안다. 그러나 과거 역사에 대해 문제제기 할 것은 분명히 제기하고 역량에 맞게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정부 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도 그다지 뾰족한 대응방향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고진화 :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제한적이긴 하다. 그러나 남북공동대응의 원칙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이 문제가 정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고, 학자들에게 연구비 지원을 한다든지, 혹은 사학자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모아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든지, 또 해외 교포들이 이 문제에 명백한 관점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중국 교포들이 다니는 학교에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시급하다.

또한 러시아 베트남 티벳 등 중국과의 관계에서 역사적 경험이 공통적인 주변국가들과 공동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의 대응은 어떻다고 보나.
고진화 : 친일문제를 보면, 역사적 문제를 이념적으로 쟁점화해서 갈라놓으면 안된다는 것이 이번 정체성 논쟁에서 증명됐다. 친일문제보다 훨씬 오래전의 문제도 언제든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번 중국의 역사왜곡 사건이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나. 역사 문제를 제대로 규명 못하면 언제든 우리 내부의 갈등의 소지로 재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정체성 문제로 되받고 사상전을 하니까 우리가 그나마 정당하게 주장하는 것조차도 평가를 못받게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을 보면서 느낀 소감을 말해달라.
고진화 : 중국의 역사왜곡 사건이 등장한 것을 보면서 말로만 듣던 구한말과 지금 우리나라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더라. 열강틈에 끼어있고 민족 내부의 단결이 안돼 시달렸던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른가. 외압의 힘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보다 우리 내부의 정체성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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