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4일 오후 고 김선일씨 피랍사건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긴급 현안질문을 벌였으나, 6월3일 김씨의 신원을 현지공관에 문의했다는 APTN 보도, 김씨의 정확한 피랍 시점, 테러단체에 대한 구체적 협상 내용 등 핵심 의혹에 대해 정부는 "파악이 안된다" "확인중"이라는 등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김씨 피랍 직후 '파병철회 불가' 원칙을 강조한 것은 "국가적으로 바른 자세였다"(이헌재 부총리)고 말했고, 파병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선 "테러리즘에 무기력하게 물러서는 것은 맞지 않는다"(조영길 국방장관) 등 강경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
***반기문, "확인 안되고 있다", "불분명하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APTN 보도와 관련, "관련부서를 중심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데 AP로부터 신원 문의 전화를 받았는지가 아직 확인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AP측에서 외통부 누구에게, 어느 부서에, 어떠한 질의를 했느냐고 물어봤지만 AP측에선 '뉴욕 본사와 협의중이며 시간을 달라'고 전해왔다"고만 전했다.
반 장관은 또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김씨 피랍후 현지 대사관에 6차례 대사관을 방문한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현지 대사관이 김 사장을 만나는 과정에서 안위를 걱정하고 이라크가 종교적으로 민감하니까 신경써달라고까지 했는데 김 사장은 (김선일씨 피랍에 관해)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아 대사관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고 답했다.
김선일씨의 정확한 피랍 시점에 대해서도 반 장관는 "김 사장이 마지막으로 5월31일에 봤다고 했으니 그렇게 추정은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5월31일 부대를 떠났다는 내용만 확인됐고, 어느 시점에 피랍됐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고의은폐 의혹을 사고 있는 최초 피랍 인지시점에 대해서도 반 장관은 "(김씨 피랍사실이 최초 보도된 21일) 알자지라 방송이 정식으로 보도하기 직전에 알자지라 편집장이 카타르 대사에게 새벽 4시경 '이런 내용이 보도가 된다'고 알려준 시점이 최초였다"고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반 장관은 KBS-MBC 등에서 현지 교민들이 '공관에 신고한 것으로 안다'는 증언이 보도된 것에 대해선 "일부 교민들이 알고 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확산되고 있는 정부의 고의은폐 의혹에 대해사도 "내 명예를 걸고 그런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천호 사장 귀국할 의사 없다"**
무장단체와의 협상력 미비에 대해 반 장관은 "납치단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단체였고,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을 줬기 때문에, 시스템이 무능해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도 협조체제가 잘 돼있고 사건이 발생한 후 콜린파월 미 국무장관에게도 협조체제를 가동해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노력했다"면서도 "다만 성과를 거두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단체와의 직간접적 접촉 여부에 대해 "그에 대한 정확한 증거를 알 수 없지만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납치범들이 들을 수 있도록 호소노력을 동시에 했다"고 말했다.
김씨 피살 이후에도 낙관론이 발표된 데에는 "22일 오후 알아라비아 통신에서 협상시한이 연장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우리가 접촉하고 있던 접촉선에서 김씨가 안전하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바 있었다"며 "다만 그 내용을 접수한 시간과 보고가 최초 생성된 시간과의 시차를 감안하면 상황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어 진상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천호 사장의 귀국 여부에 대해선 "김 사장은 귀국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 장관은 "이라크 대사와 전화통화에서 김천호 사장을 귀국시키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대사의 답변은 '(김 사장이) 귀국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교민안전대책 미흡에 대한 지적에 대해 반 장관은 "(오무전기 직원 피살 사건이나 목사일행 피랍 사건 등) 2차례 경험이 있어 현지체류자들에게 철수해달라고 강조했지만 많은 분들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라크의 교통이나 통신상황, 치안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다니기에는 어려운 상황었던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헌재 "외교부 인적쇄신 검토 중, 조만간 결론날 것"**
총리대행을 맡고 있는 이헌재 부총리는 외교안보분야 인적쇄신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국가혁신위 등에서 외교정책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교라인 책임자의 일부 경질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답변은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이종석 NSC사무차장과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을 지칭하며 실무능력 부족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부총리는 이어 '피랍 직후 파병 철회 불가 원칙을 강조했어야 했느냐'는 질문에 "관계부처가 충분히 토의한 결과 파병이라는 기본원칙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나마 확인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른 자세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도 (일본인 피랍 당시) 일본의 파병원칙에 변함이 없으며 테러에 굴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었다"고 비교했다.
이 부총리는 또 "같은 상황이 지금 재현된다 해도 정부로서는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정부의 초기 대응을 옹호했다.
***조영길, "테러리즘에 물러서는 것은 맞지않다"**
조영길 국방장관은 "파병은 흔들리지 않고 추진한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조 장관은 "현재까지 나타난 정황증거로 볼 때 이 사건이 처음부터 한국군 파병 저지를 위해 계획적인 납치사건이었느냐에 대해선 상당한 회의가 있다"며 "무고한 양민을 반인륜적으로 학살한 테러리즘에 대해 무기력하게 물러선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반적 동의에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이툰부대 파병 계획과 관련, 조 장관은 "장기간 해상수송으로 항해일정만 25일, 육상이동까지 포함하면 40~50일이 걸린다"며 "쿠웨이트 도착 후에도 육상 이동거리만 1천1백15km이고 3박4일이 걸리지만 육상이동 중에는 미군의 공중엄호와 지상엄호를 받으며 갈 것이기 때문에 안전은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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