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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저술은 정치잣대 아닌 학문논쟁 통해 비판해야"

송두율 교수 비판학자, 송 교수 항소심 증인 출석해 변론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송 교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의 학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학자의 저술에 대해 학문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으나 정치적 잣대로 평가 받으면 학문의 자유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문적 저술은 학문적 논쟁으로 해결해야”**

서울고등법원 형사항소 6부(김용균 재판장)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 강정인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가 출석해 “학문적 저술에 대해서는 학문적, 사회적 논쟁을 통해 해결해야지 정부가 개입해 판단하는 것은 정부나 국민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며 “법률적인 잣대로 학문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위협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90년대 중반, 송두율 교수, 강정구 동국대 교수, 이종석 박사 등의 내재적 접근법을 비판하며 논쟁을 펼친 것으로 유명한 학자로, 현재 미국에서 연구를 진행중이나 송 교수측 증인으로 출석키 위해 일시 귀국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송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의 북한에 대한 ‘무비판성’을 설명키 위해 강 교수의 논문을 인용한 바 있어, 송 교수측 증인으로 출석한 강 교수의 증언이 송 교수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적성은 정치적.시대적 상황 따라 바뀌는 것. 이분법적 잣대 적용 옳지 않아”**

강 교수는 우선 당시 송 교수 등과 지면을 통해 논쟁을 벌인 이유에 대해 “내재적 접근법이 맹목적 반공의식을 청산하고 북한 체제를 이해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절대 과소평가 할 수 없고, 사회주의 연구에 있어서의 내재적 접근법의 독자적 가치를 인정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북한에 대한 수준 높은 비판이 부족해, 그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오히려 “당시 북한 연구가 지하화 돼 있어 북한 연구논의가 학문적으로 검증될 기회가 없었는데, 송 교수의 기고로 논쟁이 촉발되고 학문적 건강성을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송 교수 저서의 이적성을 묻는 질문에도 “이적성은 적에게 이로움을 준다는 뜻인데, 이적성은 시대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이 바뀌는 것”이라며 “박정희 정권 시대에 박 정권을 비판하고 진언을 하는 사람들이 이적으로 몰렸고, 당시 체제를 찬양하던 사람들은 애국자로 불렸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는 철학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 이적성을 기계적으로 평가한다면 학자로서, 일반시민으로서의 양심.표현.학문의 자유가 위태로워진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송 교수 저서의 선전.선동성에 대해서도 “‘대미 종속적’이라는 말과 ‘대미 의존성’이라는 말이 내용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임에도 전자를 ‘비방’으로, 후자를 ‘객관적 서술’로 보면 안된다”며 “무조건 친미/반미로 몰아가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바탕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학자 한 명의 저서로 안보 위협 받는 나라는 이미 취약한 나라다”**

강 교수는 80년대 후반 소위 ‘주사파’가 급증하게 된 이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도 “광주민주화 항쟁에서 미국이 암묵적 방조를 하고 있었고, 전두환 정권의 철권 통치에 대한 절망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1심 판결이 인관관계를 너무 과도하게 적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또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사회주의에 관한 저술이 급증했는데, 1심 판결문처럼 송 교수와 같은 학자 한 명의 저술이 5천만명이 사는 나라의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미 그 사회가 취약하다는 반증이다”며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는 국가안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재판부와 검찰은 순수한 학문적 동기는 용납할 수 있어도 동기가 정치적이면 보호할 수 없다는 얘긴데, 어떤 학문이나 저술을 처벌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 교수는 거의 유일하게 송 교수에 대한 비판을 지상에 전개했던 인물로, “송 교수 귀국 당시 한 대표적 보수언론으로부터 ‘송 교수에 대한 글을 기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학문적 관점이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면 진의를 오해받을 수 있고, 그 언론의 청탁 의도를 알고, 기고를 하면 내 진의가 곡해되리라 생각해 거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 7월경 선고 방침-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여부 판단이 관건**

재판부는 3차 공판으로 증인신문을 마치고 오는 30일 4차 공판에서 국정원 등의 사실 조회를 위한 공판을 한차례 더 연 뒤 7월 중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번 송 교수에 대한 항소심은 송 교수의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이 판결에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학문의 자유는 인정하나, 정치적 목적을 갖고 객관성이 결여된 채 쓴 학문의 자유까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송 교수의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에 대한 판단 결과에 따라 나머지 혐의의 경중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황장엽 등의 “김용순으로부터 송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임됐다는 말을 들었다”는 전문진술 등을 인정해 송 교수의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을 인정했지만, 송 교수측 변호인단은 북한내에서 발표된 어떠한 문서에도 송 교수의 가명으로 알려진 김철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됐다는 증거는 없으며, 황장엽의 진술도 ‘타인에게서 전해 들었다’는 전문진술이기 때문에 인정해서는 안된다며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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