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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재검토 안하는 건 책임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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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파병 재검토 안하는 건 책임방기"

[인터뷰] 고진화 한나라 당선자 "박근혜 비전에 대한 검증 필요"

여야없이 17대 국회 최대의 화두는 '개혁'이다. 한나라당의 17대 당선자 1백21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62명의 초선에게 거는 개혁의 기대도 남다르다. 6일 프레시안과 만난 한나라당 고진화 당선자는 국가보안법이나 이라크 파병 등 당면한 현안에 대해 한나라당에선 찾기 힘든 전향적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85년 '미국 문화원 점거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옥살이를 하는 등 재야운동에 깊숙이 몸담았던 개인적 이력 때문만은 아닌 듯싶었다. '수구꼴통', '영남당'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야 할 한나라당의 절박함이 '운동권 출신'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의 입을 통해 제기된 것일 뿐. 다만 당내에서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해 한나라당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지는 그와 한나라당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이라크 상황 달라졌는데, 논의 안하는 건 책임방기"**

고 당선자는 "이라크의 내전 상황이 치열해지는 부분이 결정적 조건"이라며 "파병 당시에 논쟁할 때와는 굉장히 달라진 조건인데, 이런 상황에서 논의를 안하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본다"며 파병 재검토를 주장했다. 고 당선자는 "파병부대의 규모나 성격, 시기가 재조정돼야 된다"며 "이를 위해 국회에서 국가기관의 보고부터 받고 점검단도 보내고 미국과 유럽내의 논의 상황에 대한 점검을 충분히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파병 재검토 움직임에 대해 "뜨거운 감자"라면서도 "젊은 분들 입장에서 논의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한나라당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그는 "한시법이니 통일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무용지물이 된다"며 "우선은 합치된 부분에 맞춰서 개혁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폐지를 위한 개정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당선자는 "한나라당은 남북관계나 이데올로기 영역에 대해선 대부분 입장을 유보하거나 안하는 것 같다. 소장파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이것이 우리 당이 이슈를 선점하는 것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그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관련돼 있고, 젊은이들의 생명과 관련이 있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문제를 계속 회피하고 피해 있어서는 안된다"며 적극적인 의견개진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고 당선자는 다만 여권에서 추진하는 일련의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선 "'사정(司正)'이라는 방식은 안된다"며 "결과적으로 성과도 안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거나 피해가 많다"고 완급조절을 주문했다. "확고하게 원칙은 갖고 있되 추진과정에서 점진적이고 질서있게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이미지만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지도체제 문제에 있어서 고 당선자는 "현 상황에선 집단지도체제가 맞다"며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의원이 주축이 된 3선 그룹과 궤를 같이했다. 그러나 "원내대표의 위상을 확실히 강화시킨 구조 속에서 상당부분 정책을 원내로 끌어 들인다"는 전제가 충족되면 소장파들이 주장하는 단일지도체제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표에 대한 개인적 평가와 관련, 그는 "총선을 치르면서 잘했다. 말실수를 안하고 절제력이 있다"면서도 "다만 확인이 안 된 부분도 있다. 당을 고치기 위한 구체적 비전과 통일 문제 등에 대해 정돈된 생각이 있는 지는 검증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현재까지는 "이미지만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고 당선자는 1984년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386' 운동권 세대로 분류된다.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사건'의 배후로 알려져 2년 6개월간 옥살이를 하다가 88년 노태우 대통령 특사로 풀려났다. 이후 '전민련'(89), '새정치와 개혁을 위한 민주연합'(91) 등 재야운동을 했다. 2000년 오경훈, 박종운 등 다른 386세대와 함께 "보수 야당을 바꿔야 한다"는 명분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해 소장파 의원들과 함께 미래연대 활동을 같이 했다. 현재는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이 주축이 된 당내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간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6일 여의도 한 찻집에서 진행된 고진화 당선자와의 인터뷰 전문

***"영남권 편중, 한나라당 최고의 아킬레스건"**

프레시안 : '국가발전 전략 연구회'는 무엇을 위한 모임인가.
고진화 : 우리는 당내 수직적 구조와 관료주의에 대해 자발적인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의정활동 전반에 관해 집단적으로 논의할 것이고, 국가발전을 위해 중요한 의제와 이슈 선정을 여권이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다. 논의결과를 6개월 정도 축적해서 성과가 있으면 헤리티지 연구소 같은 형식으로 발전시키자는 제안도 있었다.

프레시안 : 헤리티지 같은 싱크탱크라면 여의도연구소가 있는데 굳이 다른 모임을 만들 이유가 있나.
고진화 : 여의도연구소는 현재까지 여론조사와 단기적인 이슈에 대한 간단한 대응을 한 정도였다. 그런데 명실상부한 당의 이념 정책과 정책의 기본 노선을 논의하는 연구소로 탈바꿈돼야 된다. 우리도 출발단계이니 일정 시점에 가서 연구에 대한 역량이 통합될 수도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싱크탱크'가 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원희룡, 남경필 등 소장파들의 수요 모임에는 참석을 하지 않고 있나.
고진화 : 참석하지 않고 있다. 초선인데 여러 모임을 한꺼번에 하기에는 벅차다. 지난번에 미래연대를 같이 했던 분들이 주축인데, 미래연대가 운영되다가 마지막에 깔끔하게 정리가 안됐었다. 당시에 미래연대 소속 7,8분 정도가 "더 이상 미래연대 이름으로 활동을 안한다"는 성명서를 내는 과정에서 기존에 참여했던 원외 지구당위원장 분들 등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조만간 만나서 정리하는 과정을 갖자고 하려고 한다.

프레시안 : 연찬회 때 정체성 논란이 일었다. 정체성 논란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는가.
고진화 : 당내에는 정체성 논란이 의미가 있다는 그룹과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자는 두 부류가 있다. 이 두 그룹이 구체적 정책으로 직접 부딪혀 봐야 그 의미가 확인 되는데, 안 되다 보니 별 차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의회에 구성된 세력이 어느 정도 편차를 갖고 있고, 사회 각계를 대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다는 것이 확인이 되면 이에 기초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도 빠를 수 있다. 자기가 내놓은 정책이 사회의 어떤 부분과 결합돼 있는지 자기 확인도 할 수 있다. 그것이 대안적 논쟁으로 갈 수 있다.

프레시안 : 워크숍의 결론은 '개혁적 선진 정당'이다.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모호한 정체성 규정이 아닌가 싶은데,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나.
고진화 : 당에서의 대체적인 기류는 박형준 당선자가 얘기한 바 있는 발전적 보수, 즉 발전을 주도하고 앞으로도 주도해야 된다는 노선이었다.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은 기본적으로 성장을 우선시하고, 여기에 기초한 분배가 돼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비록 구체적 내용에서 확인을 안 해서 모호하긴 한데, 논의를 진행시킬 근거는 되지 않겠나.

프레시안 : 법적인 재창당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렇더라도 과거와의 절연 차원에서 정치적 재창당론은 귀 기울일 대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고진화 : 재창당은 대부분 합의가 된 것 같다. 과거의 잘못된 이미지를 계속 가져갈 수 없지 않냐는 반성이 있고 새로운 비전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 다만, 전당대회가 눈앞에 있어 논란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초선도 많아서 분위기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연찬회 이후에는 그런 논의가 활발히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당이 했듯이 한번에 명칭을 바꾸고 포장하는 방식의 재창당은 안된다.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들고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지난 4년동안 원외에 있었지만 소장파들과 궤를 같이했다. 16대 국회에서 소장파들은 끊임없이 환골탈태를 요구했음에도, 그 맥락에는 '받아들여질 수 없구나'하는 패배주의적 뉘앙스가 짙었다는 게 개인적 느낌이다. 17대는 달라질 수 있겠나.
고진화 : 여건은 분명히 좋다. 총선에서 물갈이가 많이 돼, 초선들이 활동에 위축을 받거나 위에서 제약을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기존 소장파는 굉장히 잘했다고 본다. 그 분들이 그 당시에 발언을 한번 하면 후유증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가 팽팽해졌다. 명분과 근거가 있으면 얼마든지 밀어 붙일 수도 있다. 그 당시 활동했던 사람들의 공이라고 본다. 지금은 누가 더 좋은 안을 내놓게 되는 지의 경쟁이다. 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젊은 세대들의 과제이다.

프레시안 : 총선을 거치면서 물갈이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이 영남권에 편중된 것도 사실이다.
고진화 : 한나라당 최고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주의는 좀 완화됐다고 보지만 당내 세력분포에서 영남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무시하고 당론이 결정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자발적인 모임들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논의의 틀이 다양하게 구축이 돼서 지역적인 벽을 깨는 작업이 내부에서 있어야 된다.

영남권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을 "말만 꺼내면 개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보고, 수도권에서는 영남 의원들을 "당만 유지하면 또 당선될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한가롭게 지적만하다가 지나가면 안 된다. 치열하게 논의하다 보면 보스 한 명이 얘기하면 따라가는 비이성적인 분위기는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 영남권 의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을텐데.
고진화 : 그분들도 옛날에 했던 방식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피부로 느낄 것이다.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서는 구태정치의 모습으론 안 된다. 선입견을 버리고 자발적 모임의 토론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서로 교류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연찬회를 보면서 이러한 희망을 얻었다. 발언 기조를 보면 예전에는 7,8할 정도가 보수적인 색채였고 냉전적 사고가 지배하는 구태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당을 나간 사람도 있지 않냐. 이번에는 훨씬 합리적으로 된 것 같다. 희망이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17대 국회의 화두는 '개혁'인 것 같다. 여당도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개혁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당장의 과제인데.
고진화 :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민생 문제, 경제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대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장기 침체, 청년실업, 신용불량자 문제 등 기초적이면서도 사회의 어두운 상황을 거둬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하지만 요새 나오는 소위 '개혁입법'을 뒤로 미루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혁입법을 준비하는데 이해를 구하는 정도의 토론과 국민 설득 과정은 있어야 된다. 부안사태를 보면 국민들이 호락호락하게 안 넘어간다는 것을 알수 있다. 어느 것을 먼저 해야 된다는 시기 문제보다 전체적인 로드맵 설정과 내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사정' 형식의 개혁은 안돼"**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에선 편차는 있지만 언론개혁과 사법개혁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듯 한데.
고진화 : 해야 된다고 본다. 언론개혁은 정간법과 방송법 두 가지 분야에 대한 것 같은데 열린우리당은 정간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나라당은 방송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나라당은 야당이라서 방송이 편파적이라는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은 특정 신문이 너무 한쪽 편을 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소위 '사정'이라는 방식의 개혁은 어떤 영역이든 좋지 않다. 결과적으로 성과도 안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거나 피해가 많다. 그런 방식의 개혁이 아니라 질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시장에 맡길 것은 맡기고 법과 제도를 뜯어 고칠 것은 고치는 방식 말이다.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의 개혁이 국민적 공감대 없이 밀어붙이기식 방식이라고 보는 것인가.
고진화 : 예전처럼 '우리가 많아 졌으니 빨리 밀어붙여야지'라는 방식의 사정은 안된다는 것이다. 정권이 교체가 되고 있고 언제든지 양쪽이 집권이 가능한 상황에서 자기의 정책을 검증받고 실현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다 있다. 진보정당도 자신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표방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17대의 개혁의 과정은 점진적이면서 질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확고하게 원칙은 갖고 있되 추진 방식에는 유연성을 가져야 된다. 집권층이 그런 사고를 가져야 한다.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은 국회에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위한 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각계 전문가와 시민단체들과 함게 여야가 같이 참여하자는 건데,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진화 : 한나라당은 참여 할 것이라고 본다. 참여를 안 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숫자가 적어도 참여해서, '야당 주장이 맞구나'라고 확인되지 않으면 다수당의 정책 추진과정을 견제하거나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나라당은 이때까지 수세적 입장이었다. '차떼기' 등 과거에 잘못한 것이 많으니 그 부분에서 수세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반성도 많이 했고 이번 국회를 거치고 난 다음부터는 수세적일 필요가 없이 새롭게 가서 건전하게 논의해야 한다.

프레시안 : '친일진상규명특별법'도 여야간에는 민감한 문제이다.
고진화 : 개정 움직임은 찬성한다. 지난번에 쟁점이 됐던 부분은 친일파의 범위 문제였다. 한쪽에선 본질적으로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다른 쪽에서는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말한다.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됐으니 상대 당이 제기한 문제도 꼼꼼히 따져봐야 된다. 친일특별법의 원칙은 당연히 견지해야 되지만 다른 분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좀 더 들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국민의 설득 과정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드러날 것이다.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된다는 생각은 집권당이 가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정치권이 썩어서 국민의 힘으로 몰아붙여야지"라는 사고가 일상화 되면 안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치인들 정치 못한다. 누가 감히 TV토론을 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겠나. 조금만 잘못 얘기하면 '완전히 형편없는 놈'이 돼 버리는 구조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사고가 한쪽으로 경직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상대방을 무시하고 적과 적을 대하는 태도는 안 된다. 특히 집권당에서 이런 사고를 갖고 있으면 안 된다. 국가의 중심에 있다는 위치에 대한 자각과 균형적 사고를 해야 되는 분들이다.

***"국보법, 폐지로 가기 위한 개정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국가보안법은 고 당선자 스스로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상당히 전향적일 것 같다.
고진화 : 지난번 토론회에 나가서 개정을 해야 된다고 했다. 정치라는 것은 세력과 세력간의 조정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자적 양심과 개별적 법률가로서 의견을 낼 수 있다. 정치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의 개혁을 말해야 한다. 점진적으로 이뤄 나가는 것이 튼튼하게 가는 것이고 더딘 것 같아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폐지하자고 하는 의견에 맞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보수와 진보가 수십 년 간 갈등을 했던 상징화 돼있는 문제이다. 한쪽은 성역으로 지켜야 될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이것을 깨지 않으면 우리가 한걸음도 못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지금은 양자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 많이 생겼다고 본다. 핵심 사항을 고치면 인권탄압은 거의 없어질 수 있다. 이 정도 부분을 합의해서 우선 고치고. 나머지 부분은 경협이 진행돼서 무용지물이 되면 폐지하면 되지 않겠나.

프레시안 : 개정으로 충분하다는 것인가, 궁극적으로 폐지로 가기 위한 개정을 의미하는 것인가.
고진화 : 폐지로 가기위한 개정이다. 국보법은 한시법이니 통일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무용지물이 된다. 우선은 합치된 부분에 맞춰서 개혁을 해야 된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사고를 하시는 분들과 생각을 관철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이제는 차이까지 사고할 정도로 성숙해져야 된다고 본다.

***"파병 시기와 파병부대 성격ㆍ규모 재검토해야"**

프레시안 : 이라크 상황 악화로 파병 문제도 당장 현안으로 떠올랐다.
고진화 : 재검토해야 된다고 본다. 열린우리당도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 같고, 한나라당도 그렇다. 어려운 부분은 외교적으로 결정을 지어놨다는 것이다. 시기까지 정해놨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동맹관계나 국내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한 문제, 국방부 입장도 난감해지는 등 여러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받는다.

하지만 재협상을 할만한 국면의 변화가 있다는 것에는 합의가 되는 것 아닌가. 조건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일본은 병력규모가 작고, 스페인은 미국이 잔류를 요청했음에도 자기들이 부대를 철수하는 입장이고 유럽에선 파병을 안 하겠다고 결정이 난 상황이다.

또한 이라크의 내전 상황이 치열해지는 부분이 결정적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파병 당시에 논쟁할 때와 굉장히 틀려진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논의를 안 하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본다. 국회 조사단 파견을 대안으로 얘기했다. 파병 당시와 상황이 똑같다면야 파병해야 되겠지만 분명히 조건이 달라지고 있어서 파병의 규모나 성격, 시기가 재조정돼야 된다. 국회에서 이를 하기 위해 국가기관의 보고부터 받고 점검단도 보내고 미국과 유럽 내 논의 상황에 대한 점검을 충분히 해야 된다. 그 전제하에 파병논의를 재검토해야 된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어느정도 된다고 보나.
고진화 : 한나라당은 남북관계나 이데올로기 영역 등에 대해선 대부분 입장을 유보하거나 안하는 것 같다. 소장파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우리 당이 이슈를 선점하는 것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와 관련돼 있고 젊은이들의 생명과 관련이 있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문제를 계속 회피하고 피해 있으려고 한다. 열린우리당은 내부가 불안한데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확실히 내지 않았나. 논쟁할 것은 했다. 논란이 있었지만 파병을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6개월간 '지켜보자'는 말만 하며 보냈다.

파병은 어려운 문제이다.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시기는 다가오고 내 아들이나 집안 식구가 갔다고 하면 그렇지 않겠냐. 치열하게 고민해서 결정해야 된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부분을 논의할 수 있는 풍토가 됐다. 이재오 의원도 연찬회 때 비슷한 맥락의 얘기를 했다. 젊은 분들 입장에서 논의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지도체제 논란, 원내대표 위상 결정이 선결돼야"**

프레시안 : 당 내부 문제로는 지도체제 문제가 현안인 듯 하다. 소장파들은 원내정당화를 주장하고 3선그룹에선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고진화 : 원내대표와 당대표의 위상을 먼저 정해야 된다. 원내대표의 위상을 확실히 강화시킨 구조 속에서 상당부분 정책을 원내로 끌어 들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소장파들의 주장이 맞다. 위상이 없는 대표를 집단으로 뽑을 일이 뭐가 있겠나.

그런데 지금처럼 당 대표의 위상이 강한 구조라면 집단 지도체제가 맞다. 집단 지도체제가 '다수-소수', '주류-비주류'의 구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도체제 내부에서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에서 주류-비주류 같은 구분은 없는 것 같고 대표가 당을 확실히 장악하는 것도 아니다. 이 상황에 맞는 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된다.

프레시안 : 원내대표의 위상설정이 판단의 전제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고진화 : 최병렬 대표 체제에서도 원내대표가 당의 2인자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원내정당화가 막대한 비용을 축소하고 중앙당도 대폭적으로 구조 조정 개념으로 찬성했다. 원내정당화를 하려면 중앙당의 위상을 대폭 약화시켜야 된다. 대표의 역할도 전체 당원대회나 관리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 원내정당이 전체적인 의견에서 다수라면 아예 원내대표가 힘을 다 갖는 구조가 되고, 중앙당은 정책 연구소 등을 통해 정책이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체제로 재편돼야 된다.

프레시안 : 원내대표의 위상에 대해 정리가 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선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는 것인가.
고진화 : 현재는 집단지도체제 입장이다. 집단지도체제의 주장에는 타당성이 있다. 대권 후보를 가시화해서 '누구의 정당'이라는 인식을 굳이 갖게 할 필요가 있을까. 정동영 의장이나 박근혜 대표한테도 좋을 것 같지는 않다. 한두 명의 말과 철학으로 당이 움직여지는 것은 건강치 않다고 본다.

프레시안 : 원내대표로는 김덕룡, 김문수 의원 등이 거론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누가 적임자라고 생각하나.
고진화 : 김덕룡 의원이 했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있고, 김덕룡 의원이 총무직을 맡을 군번이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나는 원내대표의 위상이 크게 설정되면 김덕룡 의원이 했으면 좋겠고 지금처럼 당 대표의 위상이 크면 좀 젊은 사람이 도전을 했으면 한다. 3선 이상이 되면 누가 됐든지 상관없이 원내에서 당을 이끌어서 활력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고진화 : 박 대표가 총선 치르면서 잘했다. 단순한 동정심으로 했다는 일반적인 평가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자질이 있는 것 같다. 말실수를 안하고, 절제력이 있다. 다만 확인이 안 된 부분도 있다. 당을 고치기 위한 구체적 비전과 통일 문제 등에 대해 정돈된 생각이 있는 지는 검증이 안됐다. 이미지만으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집권당의 힘은 숫자가 많다고 생기는 것 아니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2기 구상은 힘이 있는 대통령인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한나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는가.
고진화 : 개인적으로 집권당이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집권당이 어떤 세력을 몰아붙여서 그것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는 것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여당이 안정적 다수가 됐지 않나. 경제 불황 등의 문제를 구체적 정책으로 제시하는 부분에서 힘을 가져야 된다. 정부가. 행정부도 확실하게 통제 하고, 자체 내에서는 힘 있는 정부가 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힘이라는 것이 단순히 숫자가 많아서 생길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제는 시간이 지났고 노 대통령 본인도 내놓을 것이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다수가 됐으니 뚜렷한 정책 기조와 눈앞 현안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내놔서, 그것으로 국민적 합의를 팍팍 끌어내는 힘이 있으면 좋겠다. 야당도 여기에 맞게 말과 준비된 정책과 그것을 표현한 글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김혁규 전경남지사가 총리로 거론되고 있고 한나라당의 반발이 거세다. 단순히 당적변경을 이유로 총리 불가를 주장할 수 있느냐는게 여권의 논리다.
고진화 : 김혁규 씨가 불가능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김혁규 전지사는 세 번이나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지사를 했고, 선거 직전에 당을 나가서 당으로서는 타격을 많이 입었다. 또 그 분이 과연 열린우리당의 지향성을 생각하면서 정치 모양을 그려왔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그분이 총리를 하려면 국민 설득 과정을 거쳐야 된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주장에 정당성이 상당히 부여될 것이다. 총리에 내정됐다면 철회를 하는 것이 상생의 정치이다.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총리를 약속받았다는 세간의 후문에 신빙성이 있다고도 보는가.
고진화 : 사실 그럴 가능성을 전혀 부인하기도 힘들다.

프레시안 : 고 당선자는 성향상으로 소장파와 가까운 사이인데, 3선 그룹과 행보를 같이하고 있는 게 다소 의아하다.
고진화 : 합리적인 토론을 하는 풍토를 만들면 된다. 여태까지는 합리적 토론이 안된 부분이 있었다.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이 원희룡, 남경필 의원과 싸워야 될 이유가 있나. 지난 번 "60세 이상 어떻게 돼야 된다"거나 개인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발언은 잘못됐다고 본다. 홍준표 의원이 연찬회에서 "그런 표현을 쓰지 말자"고 했는데 좋다고 본다. 소장파와 중진의 대립은 잘못된 진단이다. 오히려 선의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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