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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변호사, 월 5백만원 수입보장 근거 뭔가"

26일 사개위 공청회, "로스쿨 도입, 이제 선택의 문제"

지난 95년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 중 법조인 수를 조절하고 진입장벽을 낮춰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해내는 방안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이른바 ‘로스쿨’(Law-School)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으나 각계의 이해관계 및 의견충돌로 10여년간 공전돼오고 있다.

다만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1천명으로 늘리고 2006년부터는 법학전공 35학점 이수자를 대상으로 사법시험 자격을 제한할 방침이지만, 최근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며 수많은 인력들이 ‘합격’이 안정적 직업을 보장하는 ‘고시’로 몰리게 됐고, ‘전 대학의 고시학원화’라는 심각한 사회적 병폐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출범한 사법개혁위원회가 사법개혁에 관한 논의를 실시해왔고, 그 중에 ‘법조인 양성 및 선발’에 관한 공청회, 즉 로스쿨 제도 도입에 관한 공청회가 26일 서울법원종합청사 별관(구 사법연수원)에서 12명의 발제 및 토론자와 3백여명의 방청객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논의의 핵심 쟁점은 현재 과점 상태인 법조인 수를 늘리기 위해 사법시험을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고,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4+2>안**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광택 국민대(법학) 교수는 학부대학의 법학과 4년과 법학대학원 2년을 연결시키는 <4+2>안을 제시했다. 학부를 제외한 3년제 미국식 로스쿨의 도입은 결국 법과대학 입시를 법학대학원 입시로 연기시킬 뿐이며, 비법학전공자가 로스쿨에서 3년간 배우는 것은 4년의 법과대학 교육에 비해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법과대학 4년 동안 법학교육을 통해 3학년까지 B학점 이상을 받는 학생에게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1차시험은 졸업시험으로 한 뒤, 이에 합격한 자가 지방변호사회와 합동으로 운영하는 법률대학원에 진학해 2년간 실무위주의 수업을 받고 대학과 법무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법률대학원 졸업시험으로 법조인을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의 안에 따르면 법과대학은 총 정원제로 운영하고 법조시험 최종합격자 수의 2배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선발된 법조인은 사법연수원의 일률적인 교육이 아니라 지방법원, 지방검찰청, 지방변호사회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권력별 실무수습제도를 통해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

이에 비해 한상희 건국대(법학) 교수는 좀 더 과감한 근본적 개혁안을 주장하고 있다. 학부 법학전공에 상관없이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을 만들어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낙태사건에서는 의학적 지식과 법지식을 결합시킬 수 있어야 하며, 출판물음란죄사건에서는 문학과 단순음란표현물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어야만 이사의 법적 책임을 따질 수 있으며, 인터넷의 구조와 프록시 서버(Proxy server)의 특성을 말할 수 있어야 디지털저작권의 범위를 규명할 수 있듯이, 각각에 상응하는 기초적인 지식과 소양을 갖춘 자들을 상대로 법적 사고방식(Legal mind) 향상에 집중하는 법학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변호사 자격을 갖고 나름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할 때 결국 전문적인 법조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교수는 따라서 국가관리의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교육부 산하 법조, 법학교수, 시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법학교육위원회를 둬 로스쿨 졸업자들을 상대로 절대평가 방식의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인의 수는 현재 법조인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전제하에 로스쿨 입학정원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로스쿨의 학생 선발권은 해당 로스쿨이 전적으로 가지고 3학기 96학점으로 하며, 각 학교의 입학정원은 2백명, 전임교수는 25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교수는 이를 통해 국가관리의 관료주의적 법 제도의 변화와 함께 시민사회에서 법 제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의 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 교수는 3년제 로스쿨이 법학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대학원의 집중식 교육 특성상 학부 4년에 비해 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법학과 졸업생 5~6%만 사시합격, 변호사 자격시험 전환 긍정적**

발제자의 주제 발표에 이어 학계, 법조계, 교육계, 노동계, 시민단체, 언론계 인사 10명이 참여한 토론에서는 좀 더 근본적 문제부터 각론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우선 김원찬 교육인적자원부 학술연구진흥과장은 “2002년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기업체의 대학졸업자들에 대한 만족도가 26%에 불과하는 등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에 대해 국내의 산업현장에는 아주 낮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법학대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법학교육이 사법시험으로 교육과정의 비정상적 운영이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또한 “법학과 졸업생 중 약 5~6% 정도만 사법시험에 합격해 근본적으로 현재의 법학교육은 사법시험의 자격과 연계돼 있다고 보기 힘들고, 학교간 격차도 심해 전체 합격자의 80% 이상이 상위 8개 대학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따라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 시스템이 전환되면 법과대학 교육의 일대 전환이 기대된다”며 “이를 위해 근본적으로 법조 인력 양성 규모의 대폭 확대 및 사법시험의 변호사 자격증 서험제도로의 전환을 전제로 검토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제 심각성 인식하고 개혁 의지를 다지는 것이 관건”**

김종철 연세대(법학) 교수는 로스쿨을 도입에 관한 논의가 95년 이후 계속 공전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해묵은 논쟁에 남겨진 것은 이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감수성이며 개혁에의 의지를 나타내는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로스쿨 도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에 효용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법조인 양성과 법학교육이 연계돼야 하고 사법시험이 자격시험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창록 변호사도 ‘개인적 의견’이라고 강조하며 한상희 교수의 ‘로스쿨 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도 정치, 경영, 행정,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진출을 요하는데, 우리나라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는 사법시험 평균 합격 연령 30세에 사법연수원 2년, 군복무 3년을 더하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35세에 이르러 너무 늦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충분한 양성과정을 통해 비교적 일찍 사회진출을 도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 변호사는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능력을 가진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를 위해서는 로스쿨에 다양한 학생군이 진입할 수 있게 하고 그 선발권은 전적으로 로스쿨에 주고 로스쿨은 선발 시험제도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법조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사법의 정치화와 관료화를 막기위해 지적 영역에서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그러나 “로스쿨 도입이 학비의 부담 증가로 사회적 계층에 따른 편차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보전하는 방안또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로스쿨에도 한국유학생은 ‘신림동 고시촌’”**

이수형 동아일보 기자는 한국의 현재 고시병폐에 대해 더욱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미국 로스쿨에 유학하는 한국 학생들은 자격시험을 보기 위한 필수 이수학점을 채우기 위해 수업은 등한시 한 채 서로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 필기시험 공부에만 열중하는 이른바 ‘신림동 고시촌’이 번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또한 사법시험 1천명 시대를 맞이해 변호사들의 ‘적정수입인 월 5백만원을 유지하기 위해 사법시험 정원을 연간 5백명선으로 낮추자는 주장’에 대해 “‘5백만원 정도의 수입’은 어떤 기준에서 나왔는가”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 기자는 “이러한 법조인들의 기득권 의식 때문에 사회 각 분야에 법조인이 활발하게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숫자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법조 직역확대와 수요창출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승길 한국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박사도 “다양하게 특화된 법조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춰 합격자수의 제한을 없애고 법학교육, 사법시험, 사법연수르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과정으로서의 법조인 양성제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또한 “법조시장에도 경쟁의 압력을 적용해 ‘합격 사실’이 평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생존케 해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도 기본적으로 로스쿨 도입안에 찬성하며 특히 “사법연수원생들이 파병문제에 대한 헌법적 의견을 제시했다가 징계를 받은 일이 있는데, 예비 법조인들이 법률적 지식을 근거로 법률적 문제제기를 제기했음에도 준공무원이라며 국가가 이들을 통제할 때 시민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고 국가주도의 법조인 양성에 대한 반대 견해를 내놨다.

정용상 부산회대 법학부 교수도 기본적으로 로스쿨 제도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이광택 교수의 <4+2>안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조인 적정수 5년간 더 관찰해야”**

그러나 모두가 ‘로스쿨’ 도입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 문용호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개인적 견해라는 전제하에 “개혁 논의의 핵심은 법조인의 수”라며 “현재 법조인 수가 부족한 상태인지 우선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부장판사는 “법조인 숫자 확대는 고시낭인을 법조낭인으로 변화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사회특성과 법률시장 개방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5년 정도 점검한 뒤 이후 증원이 필요하면 증가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진경준 검사는 아예 로스쿨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아 개선하려는 로스쿨 제도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며 “로스쿨을 도입해도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을 것이므로 사법시험의 인원제한을 아예 없애고 자격시험으로 전환해 완전 시장경쟁 체제가 돼 한 달에 5천만원을 버는 변호사도 생기고 50만원을 버는 변호사도 생기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검사는 “결국은 법조인 충원 방식을 두고 성패가 불분명한 로스쿨 도입에 대해 법학계와 법조계가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라며 “아예 법조계와 법학계가 배제된 채 논의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는 5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방청석에 각 대학 법대 학장 및 교수들, 법대생들, 법원 공무원 등 3백여명이 참석해 로스쿨 도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사법개혁위원회는 앞으로 계속 의견수렴과 논의 과정을 거쳐 올 연말경 로스쿨 도입에 관해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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